희귀 췌장암… 8년을 견뎠다
▲ 연합뉴스 |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잡스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애플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했다. 당시 편지에서 잡스는 “아일렛세포 신경내분비암에 걸렸다. 이는 미국 췌장암 환자의 1%가량만이 걸리는 희귀병”이라며 “하지만 다행히 수술을 통해 치료됐다”고 덧붙였다.
그해 10월 새로운 애플 스토어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수술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잡스는 조금 여위긴 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건강한 모습은 그 후 몇 년 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2008년 6월 3G 아이폰 발표회장에 나타난 잡스는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누가 봐도 병색이 짙어 보였고, 곧 잡스의 병이 재발했다는 수군거림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애플 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고, 건강은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라면서 입을 다물었다. 잡스 본인도 회사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소문은 계속 됐으며, 심지어 블룸버그 통신이 잡스의 부고 기사를 잘못 내는 오보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를 비웃듯 같은 해 9월 아이팟 신모델 설명회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잡스는 대형 스크린 자막을 통해 ‘나의 죽음에 관한 기사는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9년 1월 15일 잡스는 애플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회사를 쉬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6개월 병가를 발표했다. 그 후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잡스는 약속했던 대로 6개월 후 업무에 복귀했다. 병가 후 처음 애플 발표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잡스는 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포함한 여러 애플의 신제품 행사에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내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올해 초 잡스는 애플 직원들에게 두 번째 병가 소식을 알렸다. 비록 CEO직은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정해진 복귀 기한은 없었다.
그리고 8월 24일 잡스는 결국 “더 이상 CEO로서의 책임과 기대에 부응할 수 없게 됐다”면서 사퇴를 발표했다. 그 후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병색이 짙은 깡마른 모습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5일 마침내 그날이 왔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