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진심 ‘끝판왕’…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 까탈스러움
- 진심 담긴 '요리'…몸·마음 건강 더해
- 마냥 착하지 않은 미녀 요리 연구가 '설다민'…요리는 독보적 그 자체
[일요신문] 경북 경산의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 식당 '키친 103'. 카페 같은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에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오븐을 여닫으며 음식을 뒤집는 모습은 마치 춤추는 무용수 같다.
"한번도 이 길을 택한 것 후회한 적이 없어요. 설레이지 않은 적도 없고요. 내가 하고 싶고, 또 가슴을 뛰게 하는 유일한 것이죠. 그래서 이 음식으로 사람을 치유하고 싶고 또 할 수만 있다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착한 미녀 요리 연구가 설다민' 씨를 만나 그녀가 직접 만들어준 뜨끈한 들깨국과 밥, 오븐에 구운 닭다리와 샐러드 등을 먹으며 '진심이 담긴 건강한 음식'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엔데믹 블루' 겪는 사회...건강 염려증↑
최근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세는 약화되면서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엔데믹(endemic) 전환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있지만, 드디어 시작된 일상이다. 하지만 2년 2개월 간 남겨진 생채기는 여전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보다 최근의 우울감이 더 심해졌다고 나왔다. 재난에 허덕일 당시엔 우울감을 느낄 심리적 여유조차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회복이 다가오자 그동안 견뎌온 감정들이 폭발하고 무기력도 깊어지는 것이다. 현 한국은 '엔데믹 블루'를 겪고 있다. 몸의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도 필요한 시점이다.
- "진심 담긴 '요리'…몸도 마음도 건강해 집니다"
"어릴 적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 착 붙어서 마늘이랑 파를 같이 다듬었어요. 그때 보글보글 끓이던 모시조개 넣은 된장찌개 향이 아직도 생생해요. 엄마랑 아빠랑 남동생이랑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 먹는게 너무 행복했죠. 이런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다면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튼튼해 질 거예요."
그녀의 요리부심(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오죽하면 브랜드가 '설다민'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요리를 보면 그 자부심의 이유를 알수 있다. 한눈에 봐도 정성 가득한 우엉조림, 연근 강정, 표고버섯, 황태구이 등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 도시락에 담긴다. 그녀의 도시락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따스함이 남아있다.
"도시락을 딱 열었을 때 밥이 식어있고, 국이 식어있으면 어떻겠어요. 저는 그걸 용납할 수가 없어요. 꼭!꼭! 따끈한 밥과 국이어야 해요. 누군가의 한끼에 기쁨이 되는 요리. 그것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 한끼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요리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요리철학을 맛본 사람들은 설다민 도시락만 찾는다. 우선 열어보면 때깔이 다르다. 밥과 국도 여느 도시락과 달리 갓 지은 것처럼 뜨끈하다. 무엇보다 맛있다. 또 건강하다.
- 마냥 착하지 않은 미녀 요리 연구가 '설다민'
요리 연구가 설다민씨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면으로 표출되는 마치 유명 '연예인' 같다. 도무지 50대로 보이지 않는 그녀에겐 외향과 사뭇 다른 시원시원함도 말투에 묻어난다.
사실 '착한' 미녀 요리 연구가라는 애칭은 자칭인 거 같다. 직접 만나본 그녀는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 예의 없는 것들에게는 착한 척 못하는 기질이다. 기존의 낡은 틀을 흔드는 성향을 가졌다.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칼 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여자'라고 표현한다. 이는 그녀의 요리에서도 드러난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얼렁뚱땅 대충 만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니 그녀의 머리속에는 '편법'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냥 착하지 않은 미녀 요리 연구가 설다민'의 요리는 독보적 그 자체이다.
그래서 그 진심을 깔아뭉개는 이들에겐 도시락을 허락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가 돈이 좀 있는데...이러면서 여기 몇 인분에 얼마야?' 이렇게 물어보시면 절대로 안 갖다 주죠. 그런 예의 없는 사람은 제 음식 먹을 자격이 없어요. 체질상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렇다. 그녀에겐 '거짓'이나 '허례 허식' 따위가 체질상 안 맞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시원하고 호탕하다. 이러한 매력과 뚜렷한 철학에 맛있는 요리까지 더해져 그녀의 주변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덕분에 그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매일 감당해야 한다.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건강 관리를 위해 골프도 치고, 플라잉요가도 하고 여러 운동도 하게 됐어요. 칼질도 자세가 바르면 좋듯이 운동을 통해 자세도 더 바르게 되고 자연스러움이 몸에 배이게 되는 거 같아요."
현재 설다민씨는 경상북도체육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흉내낼 수 없는 까탈스러움…"요리-납품-수거-분리배출-반찬확인까지"
더 놀라운 것은 설다민 도시락은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현장에 남겨진 도시락을 일일이 가져온다. 어떻게 보면 수거비가 더 들어간다.
"최대한 일회용품 덜 쓰려고 하는데 플라스틱 도시락, 숟가락, 젓가락, 물티슈는 안 쓸 수가 없잖아요. 현장에 두면 그대로 쓰레기 봉투에 둘둘 말려 처박혀져 버려지는 거죠. 환경이 후대의 유산인데 후손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 이예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적어도 최선의 방법이 이것이었어요. 행사장에 도시락을 납품하고 끝이 아니라 식사 후 빈 도시락을 가져와서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버리고 플라스틱 도시락은 씻어서 분리 배출 하는 거죠. 이렇게 해야 일회용품을 쓰는 제 양심의 가책을 줄일 수 있거든요."
그야말로 진심 끝판왕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도시락을 회수하면 잔반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오늘 내 도시락에 이 반찬이 인기가 있었고, 이것은 없었구나'를 알 수 있죠. 그러면서 스스로 돌아봐요. '왜 얘가 많이 남았을까? 왜 다들 많이 먹지 않았을까? 왜 밥이 남았지?'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그녀의 도시락은 날마다 새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 대와 직업군에 따른 도시락 구성과 내용도 달라졌다. 정성이 경험으로 쌓이면서 데이터로 축적되고 '설다민' 만 만들 수 있는 도시락이 된 것이다.
그는 "보통은 '도시락'이라면 쉽게 생각하죠. 하지만 알고 보면 종합예술이예요. 뚜껑을 열면 밥과 국, 반찬, 디저트가 펼쳐져 있죠. 눈으로도 맛있는데 냄새도 맛있죠. 온도도 따끈해요. 그게 '설다민 도시락'이죠."라고 전하고 있다.
오늘도 설다민만의 도시락을 위한 그녀의 정성은 더 해지고 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