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삥’이라니? 선거전이 치열하니까 서로 상대방을 헐뜯으면서 중상모략들이 판을 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재단이 만들어질 때 손님으로 참석했던 일이 떠올랐다. 포항의 바닷가에서 커피와 김밥을 파는 가난한 여자는 하루에 1000원씩을 모아 금반지를 만들어 재단에 기부했다. 그 돈으로 자신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 달라는 뜻이었다. 미국의 교포가 고된 노동을 통해 번 돈을 기부했다. 그 돈이 현지의 지하실에서 노년을 보내는 고독한 한국노인들을 위로하는 데 사용됐다.
9년 전 땅거미가 내리던 겨울저녁이었다. 안국동 근처에 새로 생긴 아름다운 가게의 지하실로 갔었다. 바닥에는 낡은 구두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버린 구두들을 수거해 온 것이다. 냉기가 피어오르는 구석에서 한 노인이 고장 난 구두들을 고치고 있었다. 구두창을 새로 대고 굽도 갈아 붙였다. 평생 구두를 닦고 수선하던 그는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거라고 했다.
칼바람이 빌딩 사이로 몰아치는 겨울밤 한 청년이 트럭을 몰고 낡은 냉장고들을 수거하고 있었다. 일류대학을 나오고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력을 가진 엘리트였다. 그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거부하는 밤 시간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물건들을 지고 날랐다. 그의 헌신적인 노동으로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은 성공을 거두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2호점, 3호점을 이룩하고 지금은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100개가 넘는 점포로 늘어났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룬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나쁜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기부하는 척하면서 처리하기 곤란한 책 쓰레기들을 보내는 얌체족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알면서도 묵묵히 그걸 치웠다. 가게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부자들이 기증한 좋은 물건만 채가는 악덕장사꾼들도 있었다. 밤새 몰래 가게에 들어와 똥을 싸놓고 가는 심술꾼도 있었고 행패를 부리는 인간들도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박원순 변호사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향기로운 수천수만 명의 기부자가 있다. 헌신하는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이 순간에 던져지는 더러운 모략이 인터넷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매서운 겨울 밤 낡은 냉장고를 지어 나르던 청년에게 온갖 딱지를 붙여 파렴치범으로 만들고 있다. 그곳에서 헌신하면서 기부금을 받던 천사들이 공갈범으로 매도되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 속에서 그들의 땀과 노력을 매도하는 별별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비뚤어진 눈으로 덩달아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도 그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도와주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 엄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