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7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은 '보물섬 무인도' 편으로 꾸며진다.
무인도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섬, '버려진 섬', '척박하여 사람조차 살 수 없는 섬'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무인도는 그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한 점 섬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 넓은 바다를 품고 고유의 생태계를 이루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온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2022년 5월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무인도의 숨겨진 의미와 가치가 수려한 영상에 담겨 펼쳐진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섬은 약 3400개. 그 가운데 2918개가 무인도이다. 자연의 시간과 바람과 파도의 힘으로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이자 어민들의 숨겨진 바다밭, 그리고 국토의 가장 끝점이자 해양영토 시작점으로서의 이야기까지 새롭게 다시 쓰는 무인도 이야기를 만난다.
매서운 북서풍의 계절이 끝나고 봄 기운이 올라오면 제주시 도두항의 해녀들은 관탈도로 향한다. 망망대해 한복판 온몸으로 세찬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서 있는 작은 무인도이지만 관탈도는 제 몸보다 훨씬 큰 바다를 품고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이곳은 해녀들이게 숨겨진 황금 바다밭이다.
유인도 주변에 많게는 수십개씩 흩어져 놓인 무인도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키워내고 불러들인다. 섬과 섬 사이 물고기들이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던져놓기만 하면 그물은 저절로 찬다.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빠지는 대로 섬은 미역이며 톳, 거북손 등 또다른 보물들을 내어놓는다 .
대한민국 영해 범위 설정의 기준이 되는 영해기점 스물 세곳 중 육지부 세 곳을 제외한 20개가 모두 섬이다. 그 가운데 무인도가 13개이다. 섬이 있어 대한민국 영토는 그만큼 확장된다. 그렇게 지켜낸 해양영토의 면적은 국토 면적의 4.4배에 이른다.
부산시 송정 해수욕장 앞바다의 영해기점섬 1.5미이터암은 안내 표석조차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암도이다. 1.5미이터암이 있어 영토는 이곳까지 확장되고 이곳으로부터 영해가 설정된다. 쉴 새 없이 부딪쳐 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으며 견고히 영해기점으로써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섬.
이것이 이 작은 무인도가 견디고 있는 무게이자 우리가 작은 섬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서해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은 중국 불법조업어선들의 잦은 출몰로 인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격렬비열도가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이유이다. 영해기점 섬의 보전 빛 관리를 위해 관할 해양경찰서에서는 해당 섬에 대한 수시 점검 및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근접 점검을 실시한다. 여수 신항에서 95km 떨어진 영해기점섬 하백도 점검 현장을 찾아간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무인도서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를 위해 10년 주기로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사된 자료들은 절대보전 및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 등의 관리 유형으로 분류되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정보를 습득하고 이용 가능하도록 무인도서 종합정보제공 사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무인도는 이제 더 이상 낯설고 멀기만 한 미지의 섬이 아니다.
창원시 명동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소쿠리섬. 과거 유인도였다가 무인도가 된 이 섬은 '육지에서 가까운 무인도'라는 특징으로 인해 가족이나 연인들의 캠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변한 것은 시절이요 사람일 뿐 섬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충남 서천 앞바다의 작은 무인도인 할미섬에서는 아직도 독살이 운영된다. 할미섬 인근에 고기가 넘쳐나던 시절에는 '논 열마지기를 주어도 안 바꾼다'던 독살이 다섯 군데나 됐었지만 지금 남은 것은 임종호 할아버지의 독살 하나 뿐이다. 어장 환경이 바뀌면서 비록 예전만은 못하지만 할미섬은 여전히 할아버지에게 보물섬이다.
무인도의 시간은 오늘도 그렇게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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