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만 팔지 직원은 왜 빼가!”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말쑥한 정장차림의 남자와 수위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랜드 본사 사옥 로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달부터 이랜드는 본사 내에서 보험상담 등 일체의 영업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입구에 아예 안내문을 붙였다. 지난달까지는 로비의 휴게실이나 접견실에서 자유롭게 보험상담을 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랜드 본사 사내는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입구를 통해야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되었음에도 로비 등에서조차 보험설계사의 발길을 아예 금지한 것은 최근 이랜드와 ING생명 간에 불거진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 7월29일 이랜드는 ING생명을 상대로 ‘부정 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3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랜드는 패션의류와 할인점 운영, 건설업이 주 업종이고 ING생명은 생명보험 전문 기업이다. 경쟁업체도 아니고 사업부문이 겹치는 것도 아닌데 이 같은 소송이 벌어진 이유는 핵심인력이 ING생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랜드측에 따르면 ING로 이직한 직원들이 총 34명이고, 특히 이중 10여 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빠져나갔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이직 사원들 대부분이 사업부문장 등 팀장급 직원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랜드가 10여년간 키운 사원들이 빠져나가 ‘허리’가 부실해진 것.
▲ 이랜드 건물 | ||
보험사에서 4∼5년 근무한 후 성과가 좋은 직원들은 팀장급이 되는데 이때부터의 업무는 보험영업이 아니라 리크루팅(recruiting)이 주업무가 된다고 한다. 새로운 인력과 동시에 인맥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출신들이 팀장급이 되면서 ING생명의 이랜드 직원 스카우트가 더욱 빈번해졌다. 보험상담을 받는 이랜드 직원들 중에서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보험사에서 3∼4배의 연봉을 받는 것을 보고는 이직을 결심하는 직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 이랜드 사옥 로비에 마련된 10여개의 접견실에는 보험설계사들이 아예 노트북을 펼쳐놓고 영업 거점으로 삼을 정도였다는 것이 이랜드측의 주장이다. 이랜드 사옥이 오히려 자사 출신 보험설계사들의 사무실이 되어 버린 셈이라는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은 동료직원뿐 아니라 그간 관리해오던 대리점들까지 영업 대상으로 삼다 보니 대리점주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점차 ‘민원’이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ING생명으로 옮겨간 직원들의 평균근속연수는 9.6년으로 직급이 브랜드 사업부문장 등 팀장급이 대부분이어서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공백이 생기는 등 업무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이랜드가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랜드측은 “소송액이 불과 3천만원이다. 손해를 배상받겠다는 목적보다는 더 이상 이 같은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로 소송을 낸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하필 ‘부정 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상황에 딱 맞는 법률이 없다 보니 비슷한 법률을 찾던 중 고육지책으로 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ING생명측은 이랜드의 인력유출은 특정 지점이 영업활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본사가 관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