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신경 자극 않는 ‘100+100=200% 수사멜로물’, 박찬욱 색 벗어도 통할까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산에서 벌어진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이자 미스터리한 여자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거의 없어 '박찬욱 작품 답지 않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던 '헤어질 결심'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 등급이 정해졌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에 대해 "누군가는 이 작품을 50%의 수사극과 50%의 멜로물로 봐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저는 '100% 수사극이자 100% 멜로물'이라고 답했다"라며 "말장난이 아니라 일련의 수사 과정에서 유혹, 밀당, 거부, 원망, 변명 등 연애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펼쳐지기 때문에 수사극과 멜로물을 분리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작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서슴지 않은 반면 '헤어질 결심'은 그런 자극성을 낮추고 감정을 숨기는 인물들을 들여다 보려고 했다"며 "전작들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폭력과 정사 장면, 노출 장면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필요한 만큼 구사했는데 그런 영화는 관객들에게 들이대듯 바짝 눈 앞에 갖다 대는 류의 영화였다. 이번엔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관객들이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나' 가까이 스스로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 자리에 함께한 탕웨이와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에 기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탕웨이는 "처음 감독님으로부터 작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는데 물을 많이 마시고 흥분됐던 기억이 난다"라며 "천천히, 완전히 감독님의 얘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당시 감독님과 작가님의 눈빛이 너무 따뜻하다고 느꼈다. 외국어로 연기해야 하지만 그 눈빛 덕분에 이미 마음이 안심됐고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 영화 팬으로서 이번 작업은 행운이었고, 박 감독은 배우들을 굉장히 안심시켜주는 감독이기 때문에 나는 연기만 하면 된다는 편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라며 "나를 위해 용기 내주고, 인내 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계에서 걸어온 색과 결과들이 너무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라는 배우가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를 몇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즈음 출연 제안을 받았고 그만큼 궁금해지더라"라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담백했고, 그동안 감독님이 해오던 작품들과 결이 변화돼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탕웨이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극중 '서래' 그 자체였다"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박해일은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표정과 눈빛이 탕웨이 만의 매력인데 이번 작품에서 그 부분이 더 확장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탕웨이 역시 "박해일의 눈빛은 정말 정제돼 있다. 그의 눈빛 속에서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철학이 보였다"고 호평했다.
한편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또 2016년에는 '아가씨'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번에 그가 수상한 감독상은 그의 개인기록으로는 첫 수상이자 한국영화사 100년에 비춰보면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그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