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랜드마크 자리매김할 경우 ‘모두가 윈윈’…자칫 세빛섬 악몽 재현 우려
오세훈 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권역별로 문화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아레나는 서울 동북권의 랜드마크로 조성되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카카오가 함께하는 사업으로 도봉구 창동에 설립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서울시와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사업부지를 제공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인 (주)서울아레나가 총 3120억 원의 사업비 전액을 투입해 건설을 완료한다.
(주)서울아레나에는 카카오와 아레나에이 두 회사가 출자한다. 카카오는 준공 후 30년간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의 운영 및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시설 소유권은 서울시가 갖는다. 카카오는 향후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 6월 중 착공식을 진행하고, 2025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서울아레나는 스탠딩 공연 시 최대 2만 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1만 8269석 규모의 음악 전문 공연장, 최대 7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201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 영화관,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카카오는 “서울아레나는 K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연간 180만 명이 방문하고 공연 문화 생태계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카오의 기술력과 콘텐츠 역량을 바탕으로 시스템과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콘텐츠 산업 발전과 대중음악 시장 세계화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연문화 업계에서는 대체로 서울아레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방탄소년단(BTS)이 국내에서 콘서트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공연 1회당 6197억 원에서 최대 1조 220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공연장 전체 좌석 규모를 6만 5000명을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약 2만 명 규모인 서울아레나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공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BTS로 대표되는 K팝 콘서트 개최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BTS 콘서트가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형 공연장인 서울아레나의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예술의전당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도 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9년 11억 원의 흑자를 거뒀지만 3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서울아레나가 대형 K팝 공연을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CJ그룹은 이미 경기도 고양시에 K팝 전용 공연장인 ‘CJ라이브시티 아레나’를 건설 중이다. 또 고척스카이돔이나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스포츠경기장은 대형 공연장으로도 자주 쓰이며 규모도 서울아레나보다 더 크다. 그렇다고 외부인 입장에서 창동이 특별히 접근성이 좋은 지역도 아니다.
이석주 전 서울시의원은 2019년 서울아레나 관련 논의가 진행될 당시 본회의에서 “창동은 숙박시설도 교통도 안 좋은데 누가 가겠나”라고 지적했다. 이경선 서울시의원 역시 “CJ라이브시티 아레나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훨씬 더 가깝고, 숙박 관련한 것까지 감안했을 때 서울아레나에 굉장히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카카오 입장에서 서울아레나는 연예기획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카카오에게 서울아레나는 물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연예기획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있고,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과 관련해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 생기면 지역 상권이나 아티스트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영위하는 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수익 등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는 서울아레나의 성공이 필요하다. 이렇다 할 수익이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세빛섬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야당은 오세훈 시장이 조성한 세빛섬을 수년째 비판하고 있다. 실제 이재명 의원은 지난 5월 “오세훈 시장 하면 ‘세금둥둥섬’ 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발언했다. 세빛섬은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거두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세빛섬은 서울아레나와 마찬가지로 민간투자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변 시설 정비 등에 사용한 예산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카카오와 서울시가 협약을 맺은 만큼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는 서울시 차원에서 서울아레나에 일정 부분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서울아레나 마케팅 방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가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