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부산서 경마 첫 시행...서울 이어 전국 2위 규모 인기
한국마사회는 지난 5월 19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경마 100년 기념식’을 열고 새롭게 맞이할 100년을 향한 새 비전을 발표했다. 15년 내에 경마산업을 세계 5위로 발전시키고 승마산업 역시 미국 프랑스 등 5대 말산업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각오다.
말과 부산경남의 인연은 깊다. 영도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목마장이었고 경남 김해는 기마민족의 기운이 깃듯 도시다. 무엇보다 부산은 1930년 서면경마장에서 처음 경마를 시행한 후 주민들의 큰 인기를 얻으며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파를 모은 경마 도시였다.
부산경마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1927년 7월에 부산경마구락부가 설립됐고, 지금은 부산시민공원으로 바뀐 하야리아부대가 있던 곳에 1930년도에 부산경마장이 개장됐다. 그 이전에는 1921년 봄부터 승마회원이 주최하는 경마대회가 부산진구 매축지마을에서 열렸다.
이후 1927년 7월 13일 사단법인 부산경마구락부가 설립인가 되며 1930년 최초로 부산에 서면(하야리아 좌측부지, 토지 4만 7947평)에 일본인들이 경마장을 만들어 개장하게 됐다. 1941년 12월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부산경마장은 징용을 보내기 위한 임시 훈련소로 사용됐다.
부산은 1945년 9월 29일 미군이 부산에 진주하면서 경마장이 주한미군의 부산기지사령부가 됨에 따라 경마장 구실을 할 수 없게 됐다. 이후 1949년 미군정이 끝나면서 6월까지 미군이 완전 철수했고, 부산경마는 같은 해 가을에 14일간 열렸다.
1950년 6·25 전쟁 발발로 마사회와 경마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당한 전쟁의 여파로 1953년까지 약 4년간 경마는 긴 휴면기에 접어든다. 이후 1954년 5월 8일 뚝섬 서울경마장 개장을 시작으로 한국 경마의 맥이 다시 이어졌다.
1956년 부산에서는 하야리아부대 동쪽 골짜기를 깎아 360m 미니 트랙을 설치하고 경마를 다시 진행했다. 이곳이 제3 서면경마장이다. 전쟁 후 열악한 환경이기에 모든 것을 약식으로 진행했으나, 부산 사람들의 경마에 대한 열정만큼은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제1 서면경마장과 제2 서면경마장이 있던 하야리아부대는 폐쇄됐고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개장됐다. 하지만 제3 서면경마장터에는 목욕탕, 방앗간, 식당 등 상점과 도로에 경마장이란 이름만 남아있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곳 역시 머지않아 다른 지방경마장들처럼 옛 지도 속에서나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경마 100주년 기념식에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이날 “100년 동안 많은 한계에 도전해 세계무대에서 위상까지 달라졌지만 국민 기대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국민 앞에 약속한 새로운 100년 비전 실천을 통해 국가와 공익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경마 그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 자랑스러운 K-경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마산업이 국가재정에 기여하는 부분은 연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경주마 생산 농가 소득은 연 100억원 규모이고, 축산발전기금으로 한해 1000억원을 출연하고 있다. 1만 명을 직간접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고, 연 140억원 규모 사회공헌 기금도 지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승마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른다. 2017년 우리나라 승마 인구수는 체험 승마 인구를 포함해 95만 명이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승마를 하는 즐기는 정기 승마 인구는 4만 9312명이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말산업이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다. 2019년 국내 말산업 규모는 2조 4800억 원을 넘어섰고, 말산업 종사 인구는 1만 6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마 중단과 말산업 존립 기반 붕괴 등 한국마사회는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마사회는 국내 경마와 말산업 재건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경마시행 100년이 되는 올해 재도약을 위한 전환점으로 정했다. 15년 이내 경마산업은 전세계 7위 수준에서 5위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승마산업은 5대 말산업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