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부모는 인권 침해로 신고…교사는 교권 침해라며 맞대응
지난 5월 학생 A 양은 담임교사 B 씨가 4월경 학교 급식실에서 줄을 서고 있던 A 양의 반팔 티셔츠에 붙은 끈이 느슨하게 풀린 것을 보고 “끈을 당기면 (옷이) 벗겨지는 거 아니냐”라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했다며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체험학습으로 놀이공원에 갔을 때 B 씨가 A 양에게 선생님이 밖에서 기다려줄까, 아니면 옆에 같이 탈까라고 물어보자 A 양은 왜 자신에게만 그런 걸 묻는지 이상했다고 전했다.
또 급식시간에 학급이 줄을 서서 이동할 때에도 B 씨가 다른 아이들을 안내해주다가도 A 양의 차례가 되면 안내 없이 항상 같이 이동해 불쾌했다고 전했다. 현재 A 양은 선생님 B 씨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 양의 부모는 B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감정이 앞서서 격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며 사과한 뒤 “선생님은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오해에서 발생된 일일 수도 있으니 조용하게 학생을 불러 잘 이해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 씨도 “제 역할이니 알아서 잘 처리하겠다”고 말해 A 양의 부모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날 B 씨는 A 양을 상담실로 불러 “언제, 어디서, 어떤 말을 했냐”고 물었고 피해를 주장하는 A 양이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학생들을 언급하며 설명하자 이들을 불러 누구랑 몇 시에 어디서 등의 사실을 대놓고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부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2차 가해를 우려해 학교를 찾아가 교장 등에게 항의했으며, 해당 사건은 결국 여주교육지원청과 여주경찰서에 고지 및 수사가 의뢰됐다. 학교폭력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48시간 내에 교육청과 경찰서에 고지해야 한다. 학교 측은 교육지침에 따라 선생과 학생을 분리 조치했으며 교내 성고충위원회를 통해 피해 주장 학생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해당교사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상태이기에 경찰과 교육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B 씨는 A 양의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자신에게 화를 내며 경찰 고발 등을 운운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정신적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교육청에 A 양과 A 양 부모를 교권 침해로 고발했다. 결국 학교 폭력 등 학생 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A 양 측과 교권 침해를 주장하는 B 씨 간의 공방으로 확대된 것.
이에 학교 측은 학교 폭력 관련 문제가 제기된 후 10여 일 만에 B 씨의 고발로 진행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 양 측의 교권 침해 사안을 심의했다. B 씨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못 들었다고 하는 학생이 많고 두 명의 학생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진술한 내용이 앞문이라고 하고 뒷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 또한 피해 학생도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증거가 없다. 한 적이 없으니까 인정하지 못한다”고 학교 측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양 측과 상반된 B 씨의 주장은 또 있다. 학교 관계자는 놀이동산 부분은 B 씨가 A 양의 짝이 안 맞아서 혼자 타야 하는 상황이라 같이 타줘야 하나 싶어서 질문한 것이고 급식시간 문제는 A 양이 줄의 마지막 부분이라 끝에 따라 가면서 같이 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학교와 교육청은 B 씨가 신청한 교권 보호 가처분을 인정해 B 씨는 현재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A 양의 부모는 “학교 성고충위원회 소속 전문 상담사와의 상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딸의 양해 없이 가해 의혹이 제기된 B 씨와 함께 상담을 진행했으며, 딸이 주장하는 목격 학생들 역시 B 씨가 만나 사건을 추궁케 한 점 등을 이유로 학교 측도 피해 학생인 딸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한 채 오히려 교사인 B 씨를 감싸려고 한 것이 아니냐”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A 양의 부모는 “딸아이가 받은 상처는 생각하지 않고 교권보호 운운하는 담임교사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반면 경찰과 학교를 통해 B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직접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여주경찰서는 신고 접수된 사항에 대해 지난 5월 26일 A 양의 부모 조사를 마쳤고 A 양에 대해서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술을 들을 예정이라며 양 측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엄중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주교육지원청은 학부모와 B 씨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류나현 PD ryu_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