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그녀’에 여럿 ‘흑심’ 품겠네
현재 대우자동차판매(주)를 정점으로 한 계열사들을 보면 종합광고대행사인 코래드, 외제차 딜러인 에이엠모터스(아우디 딜러)와 메트로모터스(폭스바겐 딜러), 자동차할부금융사인 우리캐피탈, 중고차매매법인인 (주)서울자동차경매, 그리고 전국 13개에 이르는 정비사업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우분당서비스 등 정비사업소는 대우자판이 100% 지분을 출자한 독립법인이다. 자동차 제조만 빼고 자동차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18개의 계열사가 판매-금융-AS까지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엔 대우자판이 보유한 30만평에 달하는 송도 부지가 개발될 가능성이 커져 대우자판은 증권가에서 자산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자판쪽에선 이곳에 1백층이 넘는 빌딩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천시쪽에서도 송도 신도시와 인접한 이곳을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송도 땅은 과거 대우그룹이 사들여 대우자판과 합병한 한독의 부지. 대우자판에선 자동차 하치장으로 쓰던 땅이 금싸라기로 변한 셈이다.
게다가 대우자판의 건설사업부도 대우자판의 본업인 자동차 판매의 부진을 메워주는 효자사업부가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1천억원 수준이던 건설사업부의 매출이 올해는 연간 5천억원대로 급신장한 것. 덕분에 올 상반기 대우자판은 자동차 부문의 적자를 건설 부문이 메우고도 사상최대의 반기순이익인 2백70억원대를 기록했다. 대우자판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2천8백억원이고, 이중 자동차 부문 매출은 9천7백57억원으로 매출 비중은 자동차가 건설 부문의 3배쯤 된다. 하지만 이익을 내는 것은 건설이었던 셈이다.
이런 대우자판의 중심에는 이동호 사장이 있다.
지난 99년 9월 대우그룹 부도 여파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대우자판은 이 사장이 취임하던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 사장은 2002년 10월 아주산업 등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때부터 대우자판은 이동호 사장-대우자판 우리사주-아주산업-그린화재 지분이 최대 주주 노릇을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 펀드 27%를 뺀 최대 주주인 아주산업(18%선)의 지분 보유목적이 ‘단순 투자’라는 점이다. 한때 투자목적이 ‘경영 참여’냐, ‘단순 투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공시상 ‘단순 투자’로 해놓았다. 6%대 지분을 들고 있는 그린화재는 이동호 사장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 아주산업을 끌어들일 때 중개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화재 역시 아주산업처럼 1년 단위로 의결권을 이동호 사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즉 아주산업이나 그린화재는 이동호 사장과 함께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 사장은 2%대의 지분을 갖고 있고, 대우자판 우리사주가 18% 지분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아주산업이나 그린화재가 모두 자동차 판매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화재의 오너인 장홍선 회장은 극동유화그룹의 오너 계열사로 선인자동차나 고진모터스 등의 자동차 판매사가 있고, 아주산업도 지난 3월 대우캐피탈 인수에서 보듯 자동차 판매에 깊은 관심이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선 대우캐피탈과 우리캐피탈의 주인변경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아주산업이 신한은행과 컨소시엄으로 대우캐피탈을 인수할 때, 대우자판이 독자적으로 우리캐피탈을 인수한 것이다. 대우자판이 우리캐피탈을 인수할 때 대우자판 대주주인 아주산업이나 그린화재에선 당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장이 인수를 추진했다는 것.
일각에선 이를 이 사장의 ‘대우자판 홀로서기’ 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대우자판과 GM대우는 지분상 아무 관계가 없다. 대우자판은 GM대우의 대형 딜러일 뿐이다. 때문에 GM계열의 자동차할부금융사인 GMAC가 삼성카드와 합작해 국내영업을 시작했지만 대우자판과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다. 또 대우캐피탈도 신한은행과 아주산업의 관계사일 뿐이지 대우자판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대우자판은 지난 7월 계열사인 우리캐피탈에 7백20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 우리캐피탈의 자본력을 키우는 효과를 냈다. 우리캐피탈이 자동차할부금융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끝낸 것이다. 우리캐피탈은 아주산업쪽에서 하고 있는 오토리스쪽에도 새로 뛰어든다. 이에 대해 대우자판쪽에선 “GMAC나 대우캐피탈이나 우리캐피탈 어느 한곳에서 대우자판의 할부금융 수요를 다 소화할 수 없는 상태인 데다 3사가 서로 경쟁하면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우리캐피탈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자판이 우리캐피탈 인수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아주산업과의 결별 이후를 대비한 경영권 방어 수단도 되는 이중적인 장치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아주산업의 대우자판 지분 보유목적이 ‘단순 투자’라면 어느 시점에는 대우자판 지분을 매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린화재나 아주산업의 지분투자를 끌어낸 것도 이동호 사장쪽이다. 때문에 이 사장이 대우자판의 경영권을 아주산업쪽에 넘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우자판은 이 사장 체제에서 건설 사업으로 볼륨이 커지고 있다. 이익도 많이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신하고 있는 대우자판의 주인이 전문경영인 출신 이 사장과 우리사주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현금 여력이 있는 다른 기업에서 딴 생각을 품지 말란 법도 없다. 대우자판의 경영권이 어떻게 변해갈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