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석씨 상고심서 원심판결 파기
- 바꿔치기한 아이 행방 묘연…경·검·프로파일러도 단서 못 찾아
[일요신문] 전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구미 3세 여아'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16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 아무개(49)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석 씨가 DNA상 아이의 친모는 맞지만,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로써 사건은 대구지법으로 돌아갔다. 재판기일을 정해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에선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어머니라는 것이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은 하급심의 판단과 달리 봤다.
유전자 검사에서 친어머니라는 사실은 밝혀졌다. 하지만 석 씨가 자신의 딸 김 아무개(23) 씨가 낳은 아이를 몰래 데리고 갔는 지 등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고 봤다. 어디서 아이를 낳았는지,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아이의 생존 여부 등은 물론 바꿔치기를 했다는 증거 등도 명확히 나온게 없다는 것이다.
1, 2심은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어머니인지 아닌지를 두고 쟁점을 뒀다. 석 씨가 자신의 출산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총 4번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모로 판정됐다. 또 혈액형 검사 결과 석 씨의 딸 김 씨와 숨진 아이의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근거로 석씨를 친어머니로 봤다.
아이를 바꿔치기 한 정황은 산부인과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던 점과 아이의 발목에 식별 띠가 빠진 채 발견된 적이 있던 점, 아이가 태어날 당시 몸무게보다 어느 날 225g 빠져있던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대법은 이 정황으로는 범행을 완전히 증명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석 씨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왜 아이를 방치하게 둔 것인지, 출산을 감추기 위해 손녀를 빼돌리는 것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빼돌린 것이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약취로 판단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까지도 바꿔치기했다는 아이의 행방은 묘연하다. 경찰은 물론 프로파일러와 검찰도 아이의 소재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1년 4개월 동안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한편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석 씨는 친딸인 김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꿨고, 딸이 낳은 아이를 어딘가로 빼돌린 혐의다. 딸 김씨는 자신의 딸인 줄 알고 키우던 3세 여아를 방치하다가 숨지자 시신을 매장하려고 한 혐의도 있다. 석씨의 딸 김씨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에 대해서는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