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흔적 없이 데려가실 분 급구”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입양’을 검색하면 아이를 구하는 입양부모들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듯이 아이를 ‘내놓는’ 이들의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직 인터넷을 통해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키는 행위가 실제로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입양 문의를 해보니 의외로 접근성이 쉬웠다. 또한 취재 결과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신생아들의 상당수가 미혼모의 자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불법 입양 과정에서 확인된 미혼모들의 평균연령대는 20대 초중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대 미혼모들의 불법입양 글이 급증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불법입양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통해 만난 입양부모에게 아이를 넘기기로 했다는 미혼모 A 씨(22)는 “7개월 전 덜컥 아이를 가졌으나 그땐 이미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다. 아직 대학생이라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은 없고 입양 절차를 거치게 되면 내 자신이 서류에 적히게 되는 등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막막해서 몇 개월간 심적으로 큰 고생을 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지금은 그저 소리없이 아이를 넘겨버리고 홀가분해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A 씨 외에도 기자가 전화나 메일로 접촉한 다수의 미혼모들이 A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입양의 경우 오직 입양 당사자 간의 합의만을 거쳐 성사되기 때문에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싶은 A 씨와 같은 사람들이 불법입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 말고도 10대 커플이 소위 ‘사고’를 친 후 부모 몰래 뒷수습을 하기 위해 불법입양을 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년 2월경 출산 예정이라고 밝힌 한 10대 여성은 “정상적인 입양 절차를 밟으려면 아직 내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우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양측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기가 두려웠다”며 “남자친구와 상의해보니 결국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입양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 한 포털에 오른 불법 입양 희망자를 찾는 문구. |
하지만 현재 입양부모들을 제대로 검증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불법입양의 폐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한 20대 주부 이 아무개 씨가 충동적으로 여아를 불법입양한 후 폭행 끝에 뇌사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져줬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한 포털 사이트에 입양 문의 글을 올린 후 한 달 만에 손쉽게 신원불명의 한 여성으로부터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데려와 허위 출생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 여아를 두고 “아기가 남편을 닮았다”는 주변의 말에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다고 한다. 이에 분개한 이 씨는 갓난아기를 폭행했고 결국 뇌사에 이르게 했다고 해당 사건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종국에 이 씨가 불법입양을 했다는 사실이 경찰 측에 의해 드러났음에도 그가 불법 입양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아이를 입양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처벌을 받은 판례는 아직까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입양의 경우 적발되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찰을 비롯해 관계 당국도 재빠르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 매매 행위’를 금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인터넷 입양 과정 중 입양부모 측에서 지불하는 출산 비용을 매매금으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구멍’ 뚫린 불법입양이 판치면서 많은 신생아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불법입양 건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먼저 까다로운 입양절차가 불법입양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입양을 준비하는 부부의 다수는 ‘입양부모 신청 자격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입양아와 25~60년 이내의 나이 차가 있는 자가 부양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을 갖춰야 하며 기혼자는 합법적인 결혼 생활을 3년 이상 유지해야만 입양부모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갖추기가 그리 쉽진 않다는 것이다. 한 예비입양모 김 아무개 씨는 “입양 자격을 갖추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의 입양 절차도 너무 까다롭다. 벌써 반 년 이상 지났으나 아직 입양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밖에도 ‘깨끗한’ 서류를 선호하는 입양부모들이 대다수인 것도 불법입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입양기관을 통한 국내 입양아 1314명 중 약 90% 이상이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가족관계등록법 상 명백한 불법이지만 서류상 입양부모가 친부모인 것처럼 나타내기 위해서 선호되고 있는 불법행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아동복지 관련 전문가들은 “입양부모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의 인터넷 불법입양은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쉽게 얻은 아이인 만큼 입양부모의 변심 가능성이 높고 파양해도 법적, 재정적으로 손해발생요건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법입양으로 아이가 입게 될 후폭풍에 대해 염려했다. 한 전문가는 “불법입양이 된 아이가 후에 앵벌이로 쓰이거나 영화 <아저씨>처럼 장기매매에 이용당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를 비롯한 사회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