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의, 지역 기업들 R&D역량 강화가 최우선 목표
- 대기업 ESG 경영 준수…중소기업 역시 그 기준 맞춰야
- "청년층 순유출 방지 위해, 신성장 산업 중심 투자 확대하고 주도적 정책 마련해야"
[일요신문] 제23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임기 3년을 마치고 연임한 제24대 이재하 회장이 대구상의를 이끈지 지난 3월로,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난 지금, 집행부는 회원사와 현장중심 소통으로 유대관계를 돈독히 형성해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회원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세우고 사회적가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또 대구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대구상의를 '지역경제 개발과 대안 제시', '기업 유치 활동' 등 지역경제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게 사회와 기업을 연결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친기업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이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을 만나 지역 경제단체가 새 정부와 새로운 대구시장과 함께 새롭게 펼쳐질 경제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일문일답
― 지난 3월이 3년을 마치고 연임한 24대 취임 1주년이었다. 지난 1년을 회고한다면
"지난 23대 회장 취임 때부터 지역기업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상의 기구개편을 통해 R&D지원팀을 신설했고, 연구소기업 설립을 비롯한 지역 기업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과제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R&D·비R&D 과제 지원사업과 R&D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보유하고 있는 연구장비를 기업들이 활용토록 지원하는 등 기업들의 R&D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이 오랜 기간 착실하게 쌓아온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기업이 영속함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래서, 가업승계와 관련한 '지역기업 인식조사'를 시작으로 광주상의와 힘을 모아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를 했다. 그리고, 기업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기 위해 '리딩기업 간담회'와 '원로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2019년부터 시작해 지역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들이 많이 태동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가고 있다. 미래산업 육성의 핵심인 '사람을 키우는 인재도시 대구 조성'을 위해 맞춤형 인재 양성을 확대해 나가고, '대구 유입청년 경력직 일자리매칭 사업'과 '인턴, 내일은 정규사원' 등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 등 지역 특성에 적합한 일자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왔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님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으로 대구경제 발전 및 지역 현안 과제와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논의돼야할 입법 과제 등에 대한 제안서를 각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아울러 기업인들이 경영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지원센터, 기업애로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기업경영 관련 규제 해소를 위한 건의 활동을 활발히 추진해오고 있다."
― 지난 1년 활동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지난해에는 제24대 상의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면서 전국 상의 최초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서명 운동을 전개했고, 대구-광주상의 공동으로 서명지를 제출하는 등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세로 지역경제가 주춤한 상황에서 최신 미래기술 트렌드 파악이 지역경제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다고 생각해 여러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올해 1월 5~8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고 전기‧전자 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2'에 지역 경제계 대표로 참관했다. 세계 각국의 혁신기업 2200곳이 참가해 미래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종합전시회를 통해 최근 급성장한 전기‧수소차와 함께 AI를 활용한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우리 지역 주력산업이 될 미래차와 ICT관련 산업이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성장하기 위해서는 R&D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또한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구산업대상 시상과 대구를 빛낸 기업 소개 등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는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 지역 회원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ESG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실 중소기업에게 ESG는 아직은 좀 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만간 중소기업들에게도 ESG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ESG 경영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기업과 협력 해야 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야지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이 ESG 경영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역시 그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눈앞의 경영실적이 중요한 상황에서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할뿐더러 ESG경영을 준비할 여력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서 정부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후된 시설을 개체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해 준다든지 하는 식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더욱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저희 대구상의에서는 대구시와 협력해 올해 지역기업을 위해 ESG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ESG진단평가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지원방안 마련으로 중소기업이 많은 우리 지역에 ESG경영이 확산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 대구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역 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기존 산업구조를 미래신산업 분야로 서둘러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지원의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대구R&BD지원센터 설립, 플라잉카 등 미래차·헬스케어·로봇 등 신산업 육성,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및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 등 지역 주요 사업들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미래형 융합로봇 개발 및 실증 벨트 조성, 실생활기반 메타버스 실증도시 조성 등 대형 국책사업들도 조속 실현돼야 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등 대내외 통상 환경 변화에도 슬기롭게 대응해 기업이 지속 성장해 나가고, 사회 공헌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청년은 곧 미래이다." 이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경제인으로서의 대안과 해법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대구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대구지역 평균임금은 309만원으로 17개 광역시·도 중에 15위에 머물고 있고 전국 평균(358만원)보다도 훨씬 밑돌고 있다. 청년유출로 인적자본이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저임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지역 산업구조는 생산성이 비교적 낮은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제조업의 경우 저성장 산업의 비중이 높아 고용감소는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해결책보다 낙후된 지역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지역산업 고도화를 통해 고용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 청년층의 순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신성장 산업 중심 투자를 확대하고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지역산업과 노동시장 환경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지자체에서도 지역 대학, 기업 및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일자리 사업들을 지역맞춤형으로 재편할 때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대구시와 대구상의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번에 선출된 시장님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시민 생활을 살피고 혁신을 통해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지역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어떤 정책으로 시민들의 편안한 삶을 돕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또 어떻게 우리 지역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불확실하고 녹록치 않아 기업인과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지역과 기업은 하나이다. 기업은 경제 성장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일자리와 소득이 늘면 시민 행복도 커진다. 그 만큼 대구시와 대구상의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보장돼 기업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고, 시민들로부터 기업인이 존경받는 곳이 되기 위해 시장님과 대구시 그리고 시민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인들도 신기업가정신을 통해 시민이 바라는 새로운 기업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 더 나은 가치를 만들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4건의 국책사업과 10건의 경영환경 개선 과제를 전달했는데
"수도권의 GRDP가 전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대구의 1인당 GRDP는 1992년 통계 작성 이후 28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지역간 불균형이 매우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구가 하루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산업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전환해 우리 지역이 재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대형국책사업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서 대구상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적시라고 생각하고 지역 대학과 협력해 중·장기 과제를 발굴했고, 단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현안과제 10가지를 선정해 이를 대선 후보께 전달했다. 다행히 대통령 당선인 주요 공약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경북 광역교통망 구축, 지역 산업 혁신 인프라 조성 등이 포함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가업상속공제 등에 대한 개선도 현실화되고 있다."
―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성공의 핵심요인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이다. 경제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업가정신은 기업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들이 기업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기업이 국가다' 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이자 기업과 경제는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어 그만큼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은 기술 혁신의 주체이자 환경·고용·성장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주역이다.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게 사회와 기업을 연결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친기업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또한 기업 역할에 대해 고민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
― 올해 역점사업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저는 임기내내 R&D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지역에서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배출하려면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저희 상의에서도 지역기업들의 R&D역량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지역기업 중 R&D 기술애로를 겪고 있거나 신산업 진출을 위해 기술이 필요한 기업을 파악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연구소나 관련 기관을 매칭,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기술개발에 참여한 대학의 연구인력들을 지역기업에 취업까지 연계시켜 기업의 기술 혁신과 우수 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신(新) 3고 현상'에 화물연대파업과 같은 돌발변수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된 상황의 연속이다. 정부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지역 기업들이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
― 회원사들에게 한 말씀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기업인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경제발전의 주역은 바로 우리 지역 상공인이다' 라는 자부심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긍지와 열정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이 바로 우리 지역경제의 희망찬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반드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구상공회의소에서도 하루빨리 지역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