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랑 결혼하는 건 사절임당 ㅋㅋ~ ”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지난 10월 제12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하늘. 올 시즌 3승을 챙긴 김하늘은 2011 KLPGA 대상 후보 영순위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
“원래 2007학번인데 프로 데뷔하던 해가 대학 입학하는 해랑 겹쳐서 2년을 보내고 2009년 건국대 골프지도학과에 입학했어요. 학교요? 시즌 때는 거의 못 가죠. 비시즌일 때 최대한 수업에 빠지지 않고 청강하려는 편이에요. 학교에서 절대적인 지원군은 학과 조교 오빠인데 그냥 도와달라고만 하면 혼나요.”
# 통장
“하하, 요즘 이 통장 때문에 아주 뿌듯합니다. 올시즌에 엄마랑 약속한 게 있었어요. 우승할 때마다 제 통장을 만들어서 1000만 원씩 넣어달라고요. 2년 넘게 우승이 제로였으니까 엄마 입장에선 ‘우승만 하라’며 흔쾌히 동의해 주셨죠. 그런데 첫 승을 시작해서 2승, 3승을 거두니까 엄마의 걱정이 엄청 났습니다. 결국 협상 끝에 1300만 원만을 통장으로 넣어주기로 했어요. 막상 그 돈을 보니까 제가 부자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절약하면서 잘 관리해야겠죠. 성인이 된 후 처음 만져보는 목돈이니까요.”
# 가난
“흔히 골프 선수들을 ‘엄친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운동하는 선수들도 정말 많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골프공을 사는 게 힘들어서 연습장에서 치던 헌 공을 들고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으니까요. 한번은 주니어시합 때의 일이에요. 대회장을 갔더니 공이 딱 두 알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빠한테 공을 사야 하니까 돈을 달라고 했었죠. 아빠 지갑 안에 있던 전 재산, 3만 원을 들고 클럽하우스 안에 있는 골프숍을 찾았는데 골프공 세 개가 3만 원씩이나 하는 거예요. 일반 숍에선 1만 5000원 하는 공인데. 도저히 못 사겠더라고요. 아빠한테 다시 가서 3만 원을 드리며 갖고 있던 공으로만 치겠다고 하고 라운딩을 나갔어요. 결국 공 두 알로 그 대회 우승했다니까요.”
갑자기 김하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쇼도 아니었고 연출도 아니었다. 힘들게 살았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복받쳤던 모양이다. 기자가 아무리 <개콘>의 ‘애정남’을 들먹이며 웃음 짓게 하려 해도 김하늘은 한동안 계속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인터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인데…. 지금도 가끔 엄마 아빠랑 옛날 얘기하면서 웃고 울고 그래요. 그때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한테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과 기쁨도 없었을 거예요. 운동선수는 배가 고파봐야 그 절실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 미녀
“완전 오그라드는 단어예요. 얼마 전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지에서 한국의 미녀 골퍼를 뽑았는데 1위가 안신애고 제가 2위에 올랐더라고요. 박세리, 김미현 선배님 세대와는 달리 요즘 선수들은 죄다 예쁘고 날씬해요. 이유요? 이전에는 무조건 체중을 늘리고 힘을 키워야 비거리가 많이 나온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케이블 채널을 통해 골프 중계가 많아서 선수들이 외모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과하지만 않다면 실력도 뛰어나면서 외모가 돋보여야 팬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선수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요즘엔 프로 데뷔 전 수술하고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들도 늘어났어요. 가끔은 서로 못 알아볼 때도 있다니까요. 전 100% 자연산입니다(웃음). 그래서 얼마 전 코를 세우려고 성형외과를 찾았는데 오히려 의사 선생님께서 만류하시더라고요. 인상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서요. 눈꼬리가 올라간 모양새가 싫어서 눈도 조언을 구했더니 쌍꺼풀 수술을 하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될 거라며 또 반대하시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었죠.”
# 방글이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하도 방실대며 웃는다고 해서 ‘방글이’예요. 주니어대회 때는 코스에 갤러리 입장이 안 되거든요. 부모님들이 모두 마지막 코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전 항상 웃으며 들어오니까 다른 부모님들이 이렇게 물어보시곤 했어요. ‘너 잘 쳤나보다’라고. 그래서 ‘아니요. 저 오버파 쳤는데요’라고 했더니 옆에 계시던 엄마가 ‘오버파 친 애가 마치 언더파 친 것처럼 활짝 웃고 다닌다’며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저한테 ‘하늘이는 한국의 로리 케인이 되라’고 하셨어요. 골프를 못해도 그린 위에서 항상 밝은 미소를 짓는 선수가 되길 희망하셨던 거죠. 그래서인지 잘 쳐도 못 쳐도 얼굴 표정을 찡그리지 않는 편이에요.”
# 경쟁
KLPGA는 20대 골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 시즌 치른 대회 중에서 김하늘을 제외하곤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한 선수가 없다. 그만큼 실력이 평준화됐고, 그만큼 경쟁이 살벌해졌다. 김하늘도 그 부분에선 인정을 했다.
“한국 무대에서조차 1인자가 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매 대회마다 우승자가 달라지는 현실이 얼마나 긴장감을 조성하는데요. 그런데 전 이런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특출난 선수도 없지만 특출나지 못한 선수도 없어요. 결국은 실력보다는 멘탈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잘 버티고 견디는지가 관건이 되는 거죠.”
# 라이벌
“글쎄요, 지금은 제가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없어요. 라이벌은 제가 못할 때 생기는 것 같아요. 동기인 (신)지애랑은 2007, 2008 때 많이 대결을 벌였어요. (서)희경 언니와는 2009년 때 주로 쳤었고. 2008년에 전 3승을 했지만 지애는 9승을, 희경 언니는 6승을 하는 바람에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죠. 2009년은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었지만, 워낙 희경 언니와 함께 라이벌로 부각되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니까 은근히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희경 언니보다는 더 잘 치려고,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하려고 마음을 앞세우다보니 몸은 경직되고 좋은 샷은 안 나오고….”
많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떤 선수를 이겨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깨달았단다. 그 깨달음의 시간이 2년이란 숫자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 결혼
“전 결혼에 대해선 주관이 확고해요. 앞으로 5년은 넘기지 않을 겁니다. 즉 스물여덟 살 안에는 청첩장을 만들려고 해요. 골프 선수들 중에는 서른 살 넘어서도 여전히 싱글인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골프에만 모든 인생을 걸지 않을 거예요. 골프도 중요하지만 골프 외적인 인생 또한 중요하니까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남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투어 생활을 이어나가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5년 정도 골프하고 나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든가 아니면 선수 활동 말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예정입니다. 방송도 좋고 골프웨어 디자인도 관심있는 분야고요.”
김하늘은 미국 투어 생활을 하며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선배들 중 한 사람을 예로 들었다. 골프를 위해 아이를 한국에 맡기고 미국에서 생활한 탓에 오랜만에 아이를 만나면 아이가 울면서 도망친다고. 엄마를 못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김하늘은 골프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힘든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인지 그의 롤모델은 줄리 잉스터다.
# 캐디 아빠
김하늘은 올시즌 하반기부터 줄곧 자신의 골프 백을 메던 아빠 대신 후배 박상민에게 캐디 역할을 맡기며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홀로서기를 하며 5개 대회를 치렀고 우승을 포함해서 줄곧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빠한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아빠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잘해버린 거죠(웃음). 아빠랑 골프할 때는 자꾸 아빠의 생각에 의지하게 됐어요. 클럽을 선택할 때도 전 7번을 치려고 했는데 아빠가 ‘7번?’하시면 ‘그럼 아빠는 몇 번 치는데요?’라고 물어요. 6번이라고 말씀하시면 6번을 달라고 하게 되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다행히 새로운 캐디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 캐디가 내년에는 군대 간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 LPGA 진출
“내년에는 상금왕 자격으로 5~6회 정도 LPGA 대회에 출전 예정인데 어휴, 앞이 캄캄해요. Q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에 직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서)희경 언니나 유소연은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잖아요. 저도 요즘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선수들처럼 잘할 자신이 없어요. 실력도, 언어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노력할 점이 많아서 마음만 급해지네요.”
미국 무대 진출을 앞둔 김하늘은 오래 전부터 LPGA 랭킹 1위 청야니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야니는 너무 잘 쳐요. 진짜 남자처럼 골프를 치더라고요. 아무도 그 선수를 말릴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입니다. 당분간은 그 선수를 대적할 선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1등 선수라고 해서 매번 1등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믿고 싶어요(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회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줄넘기 3000개씩을 뛰었다는 김하늘. 3000개를 세다가 숫자를 놓쳐 반복하는 일이 많았다는 그는 강도 높은 줄넘기 훈련 덕분에 근육량이 엄청 늘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우승을 하려면, 1등을 하려면, 남다른 노력과 열정과 땀이 숨어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보기와 다르게 ‘깡다귀’가 있는 편이거든요.”
트위터 애용자이기도 한 유소연은 LPGA에서 활약 중인 절친 최나연과 트위터를 통해 응원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한다. 김하늘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톱10 안에만 들어도 KLPGA 대상을 수상할 수 있다.
riveroflym@ilyo.co.kr
류현진과는 무슨 사이?
딱 오누이예요
김하늘은 3년 전 한 스포츠 신문사의 주선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좌완 에이스 류현진과 스타데이트를 즐겼다. 그 후 오빠 동생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문자와 트위터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신문사에서 어떤 스포츠 선수와 데이트하고 싶은지를 물었는데, 옆에 계시던 아빠가 ‘한화 류현진 선수요’하고 대답을 해버리신 거예요. 전 그때만 해도 현진 오빠를 잘 몰랐거든요. 결국 아빠가 보고 싶어 하는 류현진 선수와 스타데이트를 하게 됐는데, 체격이 어마어마하게 크시더라고요. 낯을 가리시는지 말수도 적고 유머도 별로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까 조금씩 본색이 드러나시는 게 장난도 많이 치고 썰렁한 농담도 잘하고, 그래서 많이 친해지게 됐어요.”
류현진이 지난 시즌 부상 중일 때 김하늘은 자주 위로와 격려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얼굴을 볼 정도로 서로 바쁜 상황이지만 전화나 문자로는 자주 챙기면서 류현진을 응원했다고.
“전 골프가 제일 어려운 운동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진 오빠보니까 야구도 못지 않게 힘든 운동이더라고요. 오빠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내려와 있을 때는 저보다 아빠가 더 안달이셨어요. 빨리 복귀해야 된다면서. 스캔들이요? 저랑 오빠랑요? 에이,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요. 오빠도 저도 진짜 오누이처럼 여기고 있으니까요.”
유쾌한 김하늘이 류현진과 홍수아의 열애설이 나돌았을 때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하하, 저보단 (이)보미가 물어봤어요. 그 열애설 사실이냐고요. 오빠가 정색하며 절대 아니라고 말하더라고요. 오빠한테도 좋은 여자친구가 생겨야 하는데, 운동과 거리가 있는 평범한 여성이 오빠의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요.” [미]
딱 오누이예요
“처음에 그 신문사에서 어떤 스포츠 선수와 데이트하고 싶은지를 물었는데, 옆에 계시던 아빠가 ‘한화 류현진 선수요’하고 대답을 해버리신 거예요. 전 그때만 해도 현진 오빠를 잘 몰랐거든요. 결국 아빠가 보고 싶어 하는 류현진 선수와 스타데이트를 하게 됐는데, 체격이 어마어마하게 크시더라고요. 낯을 가리시는지 말수도 적고 유머도 별로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까 조금씩 본색이 드러나시는 게 장난도 많이 치고 썰렁한 농담도 잘하고, 그래서 많이 친해지게 됐어요.”
류현진이 지난 시즌 부상 중일 때 김하늘은 자주 위로와 격려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얼굴을 볼 정도로 서로 바쁜 상황이지만 전화나 문자로는 자주 챙기면서 류현진을 응원했다고.
“전 골프가 제일 어려운 운동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진 오빠보니까 야구도 못지 않게 힘든 운동이더라고요. 오빠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내려와 있을 때는 저보다 아빠가 더 안달이셨어요. 빨리 복귀해야 된다면서. 스캔들이요? 저랑 오빠랑요? 에이,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요. 오빠도 저도 진짜 오누이처럼 여기고 있으니까요.”
유쾌한 김하늘이 류현진과 홍수아의 열애설이 나돌았을 때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하하, 저보단 (이)보미가 물어봤어요. 그 열애설 사실이냐고요. 오빠가 정색하며 절대 아니라고 말하더라고요. 오빠한테도 좋은 여자친구가 생겨야 하는데, 운동과 거리가 있는 평범한 여성이 오빠의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요.”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