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전 위해 홍수환·유명우 기술 전수받을 것…유료결제 시장 열어 격투기 부흥 사명감”
파퀴아오는 43세고, DK 유는 42세다. DK 유는 ‘경기 수익금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와 필리핀을 위해 쓰기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복싱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파퀴아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반색하면서도 DK 유와 붙는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DK 유를 둘러싼 논란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DK 유는 실전 무술 전문가는 아니다. 그는 무술 시연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화제가 돼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합친 팔로어 수가 273만 명에 달한다. 한국 남자 스포츠 스타 가운데 손흥민에 이어 2위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DK 유를 두고 화려한 동작에 치중해 실전에 약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DK 유는 “논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비판은 계속돼 왔지만 나는 증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DK 유는 실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2021년 12월 UFC 출신 파이터 브래들리 스콧과 6라운드 복싱 경기를 펼쳐 판정패 당한 바 있다. DK 유는 “파퀴아오와 만나 다시 한 번 증명하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일요신문은 DK 유를 만나 파퀴아오와의 대결과 앞으로 그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이유가 뭔가.
“273만 팔로어 중 약 1%만이 한국인이다. 대부분 해외 팬들이 많다. 2013년 WCS(Warfare Combat System)라는 무술을 창안했다. 동양보다는 서양에 알리기 쉽겠다고 판단해 영어도 거의 못했지만 해외로 나갔다. 2015년도 유튜브로 개인 수업을 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계속 영어 자막을 달았다. 이 영상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화제가 되면서 현재 기준 874만 회를 기록했고 구독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렇게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운동을 가르쳐주는 세미나를 열었는데 100명 수용 가능한 곳에 1500명이 신청했다.”
―창안한 무술인 WCS를 설명해 달라.
“어렸을 때부터 선무도 계열 운동을 했고, 쿵후나 유도 체육관을 다니기도 했다. 주변에 복싱, 택견 등 무술하는 분들과 교류 모임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하면서 느낀 게 많았다. 결국에는 기술보다 몸 상태나 움직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말하자면 기술보다는 기술 쓸 수 있는 몸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WCS를 굳이 말하자면 기술은 기습공격을 기반으로 한 쿵후 계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WCS 등 보여주는 무술이 실전보다는 화려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전에서 어떤 무술이 강한지는 비교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실전 무술 중심으로 가면 대중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다. 생활 체육으로서의 무술, 체력 증진용으로서의 무술도 있다. 다른 무술이지만 태극권 등 중국 무술이 아예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과의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당신이 가르치는 ‘칼 든 상대와 싸우는 방법’ 등에 대해 비판도 있다. 주요 무술가들은 칼 든 상대를 만나면 도망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칼 든 상대와 만나면 도망치는 게 맞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보자. 부모님, 아내, 자식 등이 있는데 칼 든 상대를 만나면 나 혼자 도망쳐야 하나. 혹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는데 도망칠 수 있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칼 든 상대와도 싸워야 하지 않겠나.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1년 12월 브래들리 스콧과 복싱 룰 경기에서 KO당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선전하며 판정까지 끌고 갔다.
“부상만 아니면 더 잘 싸울 수 있었다. 디스크가 터져 한쪽 팔을 거의 쓸 수 없는 상태였다. 7체급 더 큰 상대와 싸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껴안고 구르기도 하면서 버텨냈다. 체급 차이가 어느 정도 나면 방어만 해도 체력이 방전된다. 체급 차이가 그 정도 나면 일반인들은 1라운드만 뛰어도 방전된다. 7체급 큰 상대와 싸우기 위해 체력 훈련과 복싱 연습을 하면서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그만할까’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브래들리 스콧 다음 경기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파퀴아오다. 사람들은 경기 계약이 어떻게 성사됐는지 궁금해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파퀴아오와 계약서에 사인한 사진을 올렸는데 한 기자가 전화 와서 ‘계약이 아니라 MOU(양해각서)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파퀴아오가 서울에서 12월에 경기하겠다고 하는데도 믿지를 못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파퀴아오가 급도 맞지 않는 DK 유와 왜 붙겠나’고 생각하는데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메이웨더도 230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로건 폴과 경기한다. ‘급이 맞냐’, ‘안 맞냐’는 한국식 사고방식이다.”
―파퀴아오가 돈 떨어져서 경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파퀴아오 집에 초대받아 가봤는데 집 안에 400m 트랙이 있었다. 화려한 집에서 여유 있는 분위기였다. 돈이 떨어졌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일각에서는 정치하면서 돈을 많이 썼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부를 쌓은 사람이 선거 한 번 했다고 돈이 갑자기 사라지겠나. 거짓 소문이라고 생각한다.”
―파퀴아오는 전설적인 복싱 선수다. 브래들리 스콧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체급은 내가 80kg 정도고 파퀴아오는 75kg 정도다. 체급은 약간 위지만 실력은 비교할 수가 없다. 해외에서는 ‘DK 유가 1라운드 200대 맞고 기절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래서 7월 마닐라에 기자회견차 방문한 뒤 혹독한 훈련을 계획 중이다. 과거 국가대표급 혹은 세계적 선수들에게 지도를 받고 이 과정을 콘텐츠로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펜싱 올림픽 메달리스트 남현희 선수에게 펜싱 스텝을 배워보거나 권투계 전설인 홍수환 선배에게 스트레이트, WBA 챔피언 유명우 선배에게 소나기 펀치를 배워볼 예정이다. 많은 원로 선배들이 도와주기로 약속한 상태다.”
―파퀴아오와의 스페셜 매치는 어떻게 구성되나.
“파퀴아오 스페셜 매치 이전 메인 매치를 6경기 정도 예상 중이다. 한국 선수들 중 챔피언급으로 3명을 섭외하고 3명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뽑을 생각이다. 이들 상대로는 멕시코 출신 강력한 복서들로 섭외 중이다. 메인 매치 전체 콘셉트를 일종의 한국 대 멕시코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구상 중이다.”
―파퀴아오가 끝이 아니라 다음 경기에서 더 유명한 상대와 만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파퀴아오로 상대를 밝히기 전 미리 4명의 후보를 공개했다. 메이웨더, 파퀴아오, 로건 폴, 코너 맥그리거였다. 오는 12월에는 이 가운데 파퀴아오와 대전한다. 다음은 나머지 3명 가운데 1명이다. 계약은 사실상 확정이다. 조건은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형편없는 모습만 아니면 된다. 상대가 누군지는 계약사항 때문에 밝힐 수는 없다. 브래들리와 경기를 마치고 앞으로 5경기를 더 하고 끝내겠다고 했다. 연습하는 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다. 2경기는 확정됐고 이를 포함해 4경기를 하고 제안이 오면 추가적으로 1경기 더 할 생각이다.”
―다음 경기도 서울에서 열 계획인가.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복싱, 격투기 스포츠를 부흥시키고 싶은 사명감 같은 게 있다. 이번 경기 수익금 상당 부분은 우크라이나와 필리핀 난민들의 집을 지어주는데 기부할 계획이다. 다만 만약 돈이나 글로벌 차원에서 관심이 욕심났다면 서울에서 열면 안된다. 파퀴아오가 영웅인 필리핀이나 미국에서 열면 관심도 집중되고 흥행도 훨씬 잘될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스포츠 이벤트를 보여주고 PPV(페이퍼 뷰·유료결제) 시장도 열고 싶다. 야구, 축구처럼 격투기 선수도 외제차 타고 돈도 많이 버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 그래서 이번 경기도 서울에서 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음에도 한국에서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