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 ‘오픈기린’ 출범…“기술의 독립 달성” “기존 운영체제 확실히 대체해야”
중국은 그동안 많은 부문에서 기술 발전을 이뤄냈지만 유독 컴퓨터 운영체제는 그렇지 못했다. 출발이 늦기도 한 탓이지만 무엇보다 운영체제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에서 판매되는 10여 종의 중국산 운영체제가 있긴 하다. 이것을 모두 합하면 점유율이 채 5%도 안 된다. 나머진 윈도우 등 수입산이다. 더군다나 엄밀히 말해 중국산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운영체제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은 여전히 해외에서 로열티를 주고 사 온다.
이에 당국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린과 손잡고 독자적인 컴퓨터 운영체제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가공업 정보보호 발전 연구센터가 주도해서 만든 ‘오픈기린’이 그 신호탄이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은 오픈소스 협업을 거칠 예정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차세대 정보기술 개발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공식으로 통한다.
컴퓨터 운영체제 개발자이자 ‘오픈기린’ 자문위원회 주임인 랴오샹커는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의 핵심 기술은 원천적으로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통일된 기준과 개발을 위한 플랫폼이 현저히 부족하다”면서 중국산 운영체제 개발의 긴박함을 강조했다.
이진녕 기린 부사장은 “오픈기린은 운영체제 개발 능력을 갖춘 최고의 오픈소스 커뮤니티 역할을 할 것이다. 풍부한 운영체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뿌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녕 부사장은 “그동안은 오픈소스를 해외에서 가지고 왔는데, 이젠 국내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자들의 연구 역량도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체제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우비스타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200억 달러(25조 8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체제 제조사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규모다. 국가 차원에서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운영체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 돈은 물론 업무량도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내 업체 대부분 인력이 100명이 채 안 된다. 지속적인 자금 투입, 강력한 당국의 지원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버텨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진녕 부사장은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국산 운영체제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하다. 고등학교와의 결연을 통해 프로그래머를 발굴하고 있다. 컴퓨터 분야 기초 연구 개발 인력에겐 엄청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순수 국산 기술로만 이뤄진 컴퓨터 운영체제 개발을 서둘러 끝내고, 2025년 시장 점유율 10% 돌파를 목표로 했다. 오픈기린에 참여한 기린뿐 아니라 2019년 11월 설립한 통신소프트, 동토과학기술 등 유관 업체들도 연구 개발에 깊숙이 관여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 시장에서도 운영체제 관련 종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증권시보에 현재 운영체제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은 50개가량이다. 6월 이래 이들 종목은 평균 9.13% 올랐다. 누적 상승률 1위인 순넷테크도 운영체제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중국 누리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컴퓨터를 주로 소개하는 한 블로거는 “국산 운영체제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는 게 놀랍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기꺼이 국산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독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에 쓰고 있는 운영체제와 어떻게 호환이 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다. 우한 지역의 한 대학생은 “자국 운영체제 개발을 너무 서둘러서도 안 되고, 또 출시가 되더라도 사용을 강요해선 안 된다. 기존의 운영체제를 확실히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출시됐던 운영체제가 왜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