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헌’ 결정 놓고 서로 다른 해석…대한변협 ‘문제없다’ 판단 속 징계 강행 움직임 돌입해 눈길
지난 4~5년 넘게 논란이 됐던 로톡(운영사 로앤컴퍼니)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간 갈등을 간략하게 정리한 문장이다. 그리고 5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를 놓고 로톡과 대한변협의 해석이 다른 탓에 수년에 걸친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될 분위기다.
#과거 갈등의 원인 정리해 보니…
2014년 로톡은 변호사를 홍보하거나,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변호사 4000여 명을 회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변호사들은 비법조인(로톡)에게 사건 수임과 관련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데, 로톡이 이에 해당한다며 지적했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는 2015년부터 로톡의 사업 모델은 불법에 해당한다며 경찰 등 다양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곳으로부터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
결국 2021년 5월, 대한변협은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대한변협에 부여된 변호사 징계권도 활용했다.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의 영업이나 홍보를 위해 그 타인의 이름 등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새로 포함시켰고, 이를 토대로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변호사들은 대거 로톡에서 탈퇴하기 시작했다. 대한변협이 징계할 경우, 변호사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회원 수가 1000명대로 떨어지며 피해가 막심해진 로톡은 결국 대한변협의 해당 징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단 로톡이 웃은 듯했지만…
막심한 피해를 보던 로톡은 헌재 판단만 기다렸다. 그리고 5월 26일, 헌재는 로톡의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핵심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부분은 ‘변호사가 변협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부분과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의뢰해선 안 된다(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는 부분이다. 헌재는 ‘대한변협 규율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고, 대가수수 광고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이 대가를 지급하고 로톡과 같은 서비스에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은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규정 위반이 곧바로 독자적인 징계사유가 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변호사들이 광고의 내용이나 방법적 측면에서 폭넓게 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헌재는 “변호사법 취지에 비추어 변호사 등이 다양한 매체의 광고업자에게 광고비를 지급하고 광고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로톡 및 변호사들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로톡의 손을 들어준 듯한 판단에 로앤컴퍼니 측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겠다. 변협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화합하고 봉합하는 자세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회원 수도 수백 명이 늘어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듯했다.
#다른 해석으로 맞선 대한변협
하지만 대한변협은 로톡과 다르게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일부 위헌 판단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헌재가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근거 규정의 적법성을 인정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 판단 직후 “합헌 결정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냈고, 5월 31일에는 언론에 ‘헌재 결정에 대한 대한변협의 판단’을 설명했다.
변협은 31일 개최한 대국민 설명회에서 “헌재는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의 핵심 근거규정을 포함해 심판대상 조항 12개 중에 9.5개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했다”며 “앞으로도 절차에 따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광고규정 제5조 1호의 일부 부분에 대해서만 위헌으로 판단한 지점을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하여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징계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징계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핵심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헌재는 ‘법원 판결 등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들은 법률사무 처리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며 대한변협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도 있었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설명회에서 “변호사 광고 규정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공정한 수임 질서의 유지, 법률 사무에 대한 소비자 보호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변협 규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징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한변협 관계자 역시 “일부 위헌을 받은 것도 맞지만, 우리는 합헌 판단을 받은 조항들만으로도 징계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예정대로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등 계속될 가능성 높아
당연히 로톡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헌재 판단을 놓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서로 다르게 해석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두 조직 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판사는 “헌재에서는 조항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을 하지만 구체적인 해석의 여지에서 갈등이 있을 때 판단을 추가적으로 내놓는 공식적인 절차나 방법이 없다”며 “전체 합헌, 위헌 판단이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일부 위헌 판단이 나오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풀이했다.
헌재 결정을 토대로 합법적 사업임을 확인받았다는 입장인 로톡은 대한변협이 실제 징계를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 법적 대응 등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