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무산 탓 유동성 위기, 공장 압류·경매까지…주주 “상폐만 막으면 정상화 실마리” 시장 반응은 냉담

금양이 보유한 국내 공장에 압류와 가압류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소재 금양의 수소기술퀀텀센터 101호엔 700억 원 규모의 총 17건의 압류·가압류가 제기된 상태다. 올해 들어서만 104억 원 규모의 가압류 5건이 추가됐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금양 기장공장(드림팩토리2) 부지에도 압류와 가압류가 22건 걸려 있다. 공사대금 채권 보전을 위해 공장 설비에 가압류를 신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4월 3일 부산은행이 금양을 상대로 제기한 1379억 원 규모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인용되는 등 금양을 상대로 한 채권자 압박은 커지고 있다.
금양의 유동성 위기는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된다. 금양의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금양이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유동부채)는 6614억 원이다. 유동자산은 789억 원으로 유동부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1분기 기준 누적 결손금도 2821억 원에 달한다.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금양 매출은 174억 원으로 2025년 1분기(351억 원) 대비 50% 감소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79억 원을 기록했다.
자금난이 장기화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원통형 배터리 사업 역시 제동이 걸렸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해 추진해온 기장공장 건설은 공정률 87%에서 중단됐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미지급 공사대금 362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받기 위해 법원에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3월 16일 금양은 법원에서 기장공장 용지 외 7필지에 대한 경매절차 개시결정을 통보받았다.

금양은 외부 투자 유치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 스카이브 트레이딩 앤 인베스트먼트(SKAEEB)로부터 40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3월까지 납입일이 8차례나 연기됐다. 당초 금양은 유상증자 자금을 기장공장 준공과 21700 및 4695 원통형 배터리 설비 구축에 쓸 예정이었다. 본사 내에 배터리 파일럿 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나 1분기 가동률은 0%였다.
1987년에 설립된 금양은 신발 깔창과 장판 등에 쓰이는 발포제 회사로 출발했다. 2020년대 들어 2차전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박순혁 전 홍보이사는 금양의 2차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탔다. 이 과정에서 금양은 ‘2차전지 테마주’로 떠올랐다. 2022년 1월 2000억 원대였던 시총은 2023년 7월 10조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분기 보고서에 금양은 “(기장공장 부지가)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될 경우, 2차전지 양산 계획이 전면 중단돼 기업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20일 금양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가 간절히 바라는 투자금 납입을 위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복수의 투자사들과 투자 유치를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양은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월 21일 금양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상장폐지 효력은 잠정 중단됐다. 6월 24일 법원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적정한지를 두고 첫 심문이 열린다. 금양이 낸 가처분이 인용되면 본안 소송 판단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된다. 기각되면 정리매매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금양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자금난에 빠진 배경에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4월 금양 소액주주 1053명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을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오봉옥 대표는 “금양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제동이 걸렸지만, 비슷한 시기 삼성SDS와 포스코퓨처엠 등 다른 2차전지 회사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며 “금감원 제동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상증자 규모가 크게 줄었고 결국 회사가 유상증자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박철완 서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지·장비 산업 수준이 높아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금양은 아직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기술력이 부족하면 수율이 낮고 품질도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금양이 회사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몽골 광산 텅스텐 양산 계획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금양은 과거 몽골 광산 실적 추정치를 과도하게 제시했다가 정정 공시를 내는 등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이와 관련, 금양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