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DJ’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불참을 선언한 뒤 ‘한화갑식 마이 웨이(My way)’를 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6월5일 전북 전주대학 초청 연설에 앞서 총장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이정표’를 밝혔다.
그는 “대선 이후 민주당이 바람 잘 날 없는 것은 당권을 잡아 인적 청산을 하고 다음 정권을 잡으려는 망상주의자들 때문”이라고 신주류측에 직격탄을 날린 후 자신을 장세동에 비유, DJ의 이념과 민주당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신당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 면서 ‘민주당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
한 전 대표의 ‘도전’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민주당은 물론, 여야 정치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리틀 DJ’ 한화갑 전 대표가 자처한 ‘장세동론’은 확실한 정치적 자신감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후 신주류(개혁파)의 노도와 같은 개혁류에 밀려 한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당분간(3∼4월) 정치의 중앙무대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신주류의 독무대가 본래의 개혁 프로그램에서 이탈, 주도권 다툼으로 치달으면서 한 전 대표에게 ‘부활’의 기회를 제공했다.
신주류의 개혁신당 추진이 당권을 선점하기 위한 시니어그룹(정대철 김원기 김상현 등)과 주니어그룹(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등) 간의 ‘혈전’으로 변질되면서 중도 이탈자가 늘어나고 구주류(동교동계)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
한 전 대표는 지난 5월6일 아시아미국포럼 대표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주류의 개혁신당 추진을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날 귀국하는 인천공항에서 재차 신주류의 신당논의를 비판한 뒤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요청은 무산됐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 전 대표는 이틀 후인 5월25일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단행, ‘신당 불참’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한 전 대표의 측근 인사에 따르면 그가 신주류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가기로 결심한 것은 5월7일 DJ와의 전화통화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귀국 즉시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가려 했으나 DJ의 건강이 너무 안좋아 전화로 대신 인사를 했다고 한다. DJ와 전화통화 후 한 전 대표가 무엇인가 ‘결의’를 한 인상을 받았다는 게 측근 인사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중진 의원은 “‘동교동’쪽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과의 연락을 비롯한 동교동계 문제는 가급적 한 전 대표를 채널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5·7전화통화 후 한 전 대표의 위상이 한층 강화돼 ‘리틀 DJ’에서 ‘포스트 DJ’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셈이다.
정치권의 외적 변수도 한 전 대표의 ‘강성’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다. 노무현 정부 1백일을 기념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기대치를 밑돌고 노 정부의 지지도가 출범초기에 비해 15∼20%포인트 추락하는 등 신당의 ‘지뢰’가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6월5일 ‘장세동론’으로 ‘민주당 지킴이’를 자처한 뒤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신당불가론을 넘어 신당 추진파들을 분당론자로 몰아 ‘축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
한 전 대표가 종래 자신이 주장하던 ‘리모델링형 신당’이나 구주류측이 주장하는 ‘통합형 신당’ 대신 ‘신당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신당론자들을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과대망상자’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도 그러한 맥락.
한 전 대표는 지난 16일 KBS 라디오방송에 출연, “신당을 하려면 자기들끼리 나가서 하라”며 “그리고나서 노무현 대통령을 돕기 위한 정책연합을 하면 된다”는 ‘분당 후 정책연합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신주류는 물론, 노 대통령과도 거리를 둘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총선 후 합종연횡의 정계개편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