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가면 꺼진 불도 다시 보자
▲ 사진은 영화 <타워링>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그러나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재해의 위험도 큰 법이다. 이미 고전이 돼버린 대연각 화재나 삼풍백화점 사고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호텔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의 화재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자세로 안전점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서울시내 유명 호텔과 백화점에 대한 소방점검 결과 자료는 특급호텔과 대형백화점이 결코 화재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는 지난해 소방방재청에서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린 호텔·백화점 등의 사례를 담고 있어 미흡한 소방안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고급 호텔로 각인돼 온 한남동 소재 그랜드하얏트호텔은 객실 구성과 서비스 면에서 손꼽히는 특급호텔이지만 소방안전시설에선 ‘특급’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은 화재 발생시 즉각 작동해야 하는 스프링클러 상태가 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 1,2층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밸브 압력스위치가 불량 판정을 받은 것이다. 불난 복도 지붕에 달린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장면은 결코 즐거운 상상이 아닐 것이다.
하얏트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태원동에 위치한 해밀톤호텔도 스프링클러 스위치 작동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밀톤호텔은 화재 방지 첫 단계인 자동화재탐지 설비장치도 작동불량 판정을 받아 당국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구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모르고 객실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상황도 가능했던 셈이다.
소방안전의 첫 단계인 화재탐지기능과 사이렌 성능 부분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홍은동 소재 그랜드힐튼서울호텔도 자동화재탐지 설비기능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별관동 5층의 소화전함 발신기가 작동불량이었던 것이다. 역삼동에 있는 라마다르네상스서울호텔은 사이렌이 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일어났는데 호텔 이용중인 손님들이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 호텔은 2층 일식집 주방과 지하1층 이용원 카운터에 있는 감지기 기능이 불량판정을 받기도 했다.
일부 호텔들은 객실보다 유흥시설의 안전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담동의 프리마호텔 구관 지하1층 룸살롱 중앙복도에 있는 감지기가 불량으로 판정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인근 엘루이호텔은 지하1층 나이트클럽 피난계단에 있는 화재방지시설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삼정관광호텔도 지하1층 나이트클럽 후문에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술과 음악에 흥겨워하는 사람들 사이에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셈이다. 특히 삼정관광호텔은 12층 연회장, 지하1층 사우나 정문에도 소화기 미비치와 감지기 불량 문제로 시정명령을 받아 유흥시설 소방안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 일대의 유흥시설을 즐겨찾는 직장인들이라면 이점은 기억해놓을만한 일이다.
한편 화려한 외관과 명품을 자랑하는 강남 일대 유명 백화점들도 소방안전 상태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압구정점,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각각 감지기 불량 판정을 받았다. 압구정동의 갤러리아명품관은 아예 몇몇 구역에 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갤러리아패션관은 비상조명등 미설치와 유도등 불량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소위 명품족의 메카로 알려진 이곳이 정작 위급상황시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재래시장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백화점 내부가 통상적으로 외부의 광선이 거의 차단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원이 나가 버리는 위급상황시 유도등마저 보이지 않는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백화점 내부에서 파는 물건은 명품인지 몰라도 손님을 위한 안전 고려는 명품급은 아닌 것.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몰 지하2층 일부 구역도 감지기 작동불량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았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지하1층 연기 감지기 2개가 작동불량 판정을 받았다.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애경백화점 구로점은 일부 스프링클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았다. 애경백화점 구로점 안에 있는 CGV극장 내 일부구역엔 연기감지기가 불량인 것으로 나왔다. 영화관 안에 사람들이 빼곡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 화재에 대한 대처가 늦어진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장 연면적이 3천㎡가 넘는 일부 대형할인점들도 소방안전 실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영등포점과 삼성홈플러스영등포점은 스프링클러 상태가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마트강남점은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작동불량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마트 천호점은 소화설비 불량, 성산동 소재 까르푸 매장은 알람밸브 불량 등을 지적받았다.
양재동 농협물류센터는 매장보다 직원용 사무실 안전에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층 사장실 입구 피난유도등 점등불량, 3층 노조사무실 앞 소화전 발신기 작동 불량 등이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은 것이다. 소방안전 실태에서조차 ‘노사화합’을 이뤘던 셈일까.
한남동 하얏트·이태원 해밀톤 호텔 홍은동 그랜드힐튼 | 스프링클러 불량 |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 | 사이렌 불량 |
압구정 현대백 강남 롯데백 갤러리아 명품관 | 감지기 불량·미설치 |
롯데쇼핑 삼성홈플러스 영등포점 | 스프링클러 불량 |
월마트 강남점 이마트 천호점 성산동 까르푸 등 | 스프링클러 소화설비 불량 알람밸브 불량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