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두동강 안돼” “개발 이익 꿍꿍이”
▲ 대순진리회 서부회관 부지 일부가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편입되면서 신도들과 국토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신도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무모한 시위에 나선 이유는 자신들의 성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성지 수호 사수를 위한 1000만 도인 결의대회’라는 이름으로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는 대순진리회 서부회관(하남시 감북동) 부지가 국토해양부에서 추진 중인 4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편입된 것이 발단이 됐다. 대순진리회는 이번 지구 지정엔 특정 종교를 탄압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대순진리회가 자신들의 부지를 그린벨트에서 제외시켜 개발 이익을 보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며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사건 내막과 함께 양쪽의 입장을 담아봤다.
과천정부청사 앞에서는 갖가지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청사 건너편 축구장 크기의 넓은 공터는 종종 대규모 시위대의 집결지로 쓰인다. 이 공터를 꽉 채운 이번 시위가 여타 시위보다 주목을 끈 이유는 주모자들이 시민단체나 지역주민들이 아닌 종교단체인 대순진리회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대순진리회 금릉방면 신도들은 권도엽 장관과의 면담을 외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해 경찰들과 정면으로 대치했다. 그중 진입에 성공한 60여 명의 신도들은 국토해양부 1층 로비까지 뛰어 들어갔지만 경비직원과 경찰에 붙잡혀 경찰에 연행되고 일부는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마디로 이들은 ‘성전’을 벌인다는 각오로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대순 역사 박물관’이 포함된 서부회관 부지 전체를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서부회관 부지를 임의대로 나눈 것이 절대 아니며 어차피 박물관부지는 그린벨트에 포함돼 있어 대순진리회 금릉방면에서 박물관을 증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토해양부 박 아무개 사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린벨트로 지정된 박물관 부지를 개발할 수 없게 된 대순진리회 사람들이 아예 박물관 부지까지 보금자리 지구에 포함시켜 달라며 생떼를 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부지가 보금자리 지구에 포함될 경우 그린벨트에서 자연적으로 해제되면서 적은 금액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무관은 “이번 시위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땅을 두고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얽힌 일상적인 문제랑 다르지 않다”며 다른 보금자리 부지도 비슷한 분쟁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교 탄압이라는 것은 겉으로만 하는 소리일 뿐, 실제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린벨트를 풀려는 것 아니겠냐”며 “우린 절차에 따라 진행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대순진리회 여주본부장 신도들과도 이야기를 나눈 후 금릉방면 사람들의 독자적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어 그는 “설사 부지가 나눠진다고 해도 성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되레 특정 종교인들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관은 현재 감북지구의 경우 부지 지정이 완료된 상태이며 임대 주택을 짓기 위한 지구계획 수립 단계로 접어들어 사실상 재지정이 힘든 상태임을 확인시켜줬다.
이 같은 주장에 대순진리회 관계자들은 보금자리 지구를 지정할 당시 행정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 참가한 한 신도는 “정부가 지구 지정 당시 박물관 건축 허가 사실을 몰랐으며, 알았다면 이를 보금자리 지구로 편입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보금자리를 재지정하든지 완전히 빼 주든지 결정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시켜 주겠다는 약속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도는 “개발 이익을 보려 한다는 것은 대순진리회를 싸잡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서부회관은 그동안 돈이 안 되는 땅이라서 정부가 신경 쓰지 않은 지역이다. 18년간 신도들이 성금으로 마련한 부지를 지키고자 하는 것인데 정부는 보상금·용적률·건폐율 등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신도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순진리회 김 아무개 씨는 “우리는 도전님께서 지정해 주신 영지를 지키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 지정 유무에 관계없이 성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종교다. 서부회관의 핵심 건물인 박물관을 반으로 갈라 맹지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은 우리 쪽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린벨트에 건물을 증축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종교 건물에 관해서 지자체와 협의하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축은 하남시와 감북동 주민들이다. 이들은 1년 전부터 보금자리지구 반대 투쟁을 벌이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금자리지구를 둘러싸고 국토해양부와 대순진리회, 하남시와 감북동 주민까지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탓에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