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만 불린 ‘자유계약’…갈팡질팡 계속
“용병 농사가 한 해 농사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외국인 선수 기량에 따라 시즌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대박’ 아니면 ‘쪽박’인 셈이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비중은 시선에 따라 크기도 작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 1명 보유이기 때문에 기량에 따라 팀 성적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반면 팀마다 40분 풀타임을 외국인 선수에 의존할 수 없어 국내선수 활용도가 높아졌다.
정규리그 3라운드가 시작됐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끊이지 않고 있다. LG, 삼성, 모비스, 전자랜드 등 4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고, KT는 교체 예정 선언만 몇 주째다. 교체 영입된 선수들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자유계약 맞나?’ 싶을 정도다. 익숙한 얼굴들이 줄줄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과거 자유계약 시절 뛰었던 선수들도 있지만, 드래프트제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
KBL이 자유계약제로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1명이 뛰기 때문에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받자는 의도였다. 보수 상한선도 35만 달러로 높였다.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40만 달러다. 드래프트제에서 17만 5000달러였던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상한선 자체가 애매한 기준이 됐다.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들은 낮춰 들어올 마음이 없고, 몸값이 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만 높아지도록 부채질했다. KT가 외국인 선수 영입을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거나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의 뒷돈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헌데 외국인 선수제도가 또 바뀔 분위기다. 프로농구 개막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개정된 외국인 선수제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미 지난 11월 7일 사무국장단 회의에서 논의가 됐다. 10개 구단 감독 및 프런트를 대상으로 외국인 선수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작년까지 시행했던 2명 보유 1명 출전에 무게가 실렸고, 현행 자유계약제 유지와 드래프트제 부활을 놓고 의견이 양분됐다. 세부 개정안도 나왔다. 2008-09시즌부터 폐지된 신장제한 규정도 변화를 줘 장신과 단신을 구분하기로 했다. 장신은 키 제한을 두지 않고, 단신은 195㎝를 넘지 않는 선수를 선발하자는 것. 화려한 기술농구로 프로농구의 재미를 더하겠다는 취지다.
KBL이 한 해 농사를 위해 밭을 매년 갈아엎을 태세다. 토양이 좋아야 수확도 풍성하기 마련이다. 돈과 성적, 흥행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구단 이기주의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연맹의 미온적인 안목에 프로농구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제도의 맹점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지속돼 왔다.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 출장 시간은 꾸준히 줄었다. 결실을 맺은 것이 이번 시즌 1명 보유다. 그런데 한 시즌을 치러보지도 않고,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제도를 또 바꾸겠다고 흔들고 있다. 탁상행정의 표본을 제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행 외국선수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KBL과 각 구단이 예상했던 일이다. 헌데, 단점보다 장점을 구체화할 계획은 없다.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낮추자는 의도였지만, 40분 풀타임 가까이 뛰며 혹사당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체력 소모로 경기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선수 활용보다는 일단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을 때 최대한 이용하고 보자는 식이다. 올 시즌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부상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장 눈앞에 성적에 눈이 멀다보니 현행 제도에서 운영 방법 모색을 찾는 것이 아닌 제도 자체를 또 뜯어고치겠다고 들고 일어서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제도의 역행은 적어도 없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제도는 최소 1~2시즌 지켜봐야 한다. 제도 변화가 성적과 흥행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눈 먼 돈만 낭비하느니 차라리 보수 상한선을 대폭 높여 자정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낫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