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 민호 대호…님들 좀 짱인 듯
▲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올 시즌 골든글러브 후보는 출전 경기수와 투타 성적을 기준으로 투수 4명, 포수 3명, 1루수 3명, 2루수 3명, 3루수 4명, 유격수 4명, 외야수 10명 그리고 지명타자 3명 등 총 34명이 선정됐다.
구단별로는 3루수와 유격수를 제외한 6개 부문에서 8명의 후보를 배출한 두산이 가장 많았고, 롯데가 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 시즌 1, 2위팀인 삼성과 SK는 4명씩의 후보를 배출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유일하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풀타임으로 뛴 외국인 선수가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활약도도 미미했다는 뜻이다.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은 신인선수가 단,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과거 같으면 1, 2명의 신인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거나 후보로 올랐을 것”이라며 “그러나 리그 수준이 급격히 발전하며 신인선수가 데뷔 첫 해 주전을 꿰차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도 신인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역대 골든글러버들이 꼽은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 예상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격수 이대수, 외야수 손아섭, 2루수 안치홍, 3루수 최정, 외야수 최형우, 외야수 이용규. |
실제로 투수 부문은 1승47세이브 평균자책 0.63으로 세이브 1위에 오른 삼성 오승환과 17승5패 평균자책 2.45 탈삼진 178개로 다승, 승률, 평균자책, 탈삼진 4관왕에 등극한 KIA 윤석민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투수의 경쟁은 구원과 선발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2001년 다승, 구원, 승률 1위에 오르며 그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신윤호는 구원과 선발의 고충을 모두 이해하는 이다. 현재 충암중 인스트럭터로 활약하는 신윤호는 “0점대 평균자책과 47세이브를 한꺼번에 기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투수 4관왕 역시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대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고민 끝에 신윤호가 지목한 수상자는 윤석민이었다. “오승환은 개인기록뿐만 아니라 팀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선발로 등판해 투수 4관왕을 거머쥔 윤석민의 노력을 조금 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윤석민은 KIA 불펜진과 타선의 세기가 예년보다 떨어진 가운데서도 자신의 힘으로 4관왕에 올랐다. 이번엔 오승환이 윤석민에게 양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포수는 투수 못지 않은 접전이 예상된다. 후보는 LG 조인성, 롯데 강민호, 두산 양의지다. 장점은 제각각이다. 조인성은 수비율 9할9푼3리로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블로킹과 실책을 줄이는 능력에서도 가장 뛰어났다.
강민호는 19홈런, 66타점으로 팀의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포수로서도 도루저지율 3할5푼5리로 조인성의 3할1푼3리보다 좋았다. 양의지는 타율 3할1리로 유일한 3할 포수에 등극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도루저지에서도 4할1푼3리를 기록하며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1988, 1991, 1992년 포수 골든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해태 출신의 장채근 홍익대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장 감독은 “세 선수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임에 틀림없다”면서도 “공수에서 고른 활약을 펼친 강민호의 수상이 바람직할 듯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루수 부문도 원체 좋은 선수가 많다. 롯데 이대호, SK 박정권, 두산 최준석이 후보다. 김용달 전 LG 코치는 프로야구 원년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막강한 경쟁자였던 OB 신경식을 제치고 수상했다. 당시는 골든글러브의 애초 의미를 살려 타력만큼이나 수비력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그래서일까. 현재 KBO 베이스볼아카데미 강사로 활약 중인 김 전 코치는 “1루 수비만 따지자면 박정권이 최고”라고 했다. 하지만, 타격을 고려하면 역시 이대호가 강력한 수상 후보라고 했다.
“어차피 한국 프로야구 골든글러브는 타격성적이 좌우한다. 올 시즌 최고의 타격성적을 거둔 이대호가 아니면 누가 골든글러브 1루수가 되겠는가.”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2루수는 방망이와 발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KIA 안치홍은 타율 3할1푼5리, 4타점, 5홈런으로 준수한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두산 오재원은 타율은 2할7푼7리에 그쳤지만, 46도루로 9도루에 그친 안치홍보다 5배나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 골든글러브 2루수 수상자였던 SBS ESPN 안경현 해설위원은 안치홍의 손을 들었다. 이유는 뭘까. “도루도 중요하지만, 역시 타자의 기준점은 타격이다. 그 점에서 조금 안치홍이 앞선다. 여기다 수비도 안치홍이 오재원보단 덜 화려하게 보이지만, 내실과 성실면에선 안치홍이 2루수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3루수 부문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후보들이 죄다 타율 2할7푼5리, 10홈런, 55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삼성 박석민과 SK 최정이 돋보인다. 박석민은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 최정은 유일한 3루수 3할 타자라는 강점이다. 수비율 역시 두 야수가 가장 좋다.
이광은 전 LG 감독은 현재 모교 배재고에서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이 감독은 1984년 3루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수비와 타격 모두 좋았던 이 감독은 “최정이 조금 낫다”라는 말로 올 시즌 수상자로 최정을 지목했다.
“최정은 수비력이 돋보인다. 수비가 다른 선수보다 무척 예쁘고, 안정적이다. 타격도 일품이다. 작은 체구에도 한방이 있고, 무엇보다 타격 정확성이 뛰어나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고려하자면 역시 최정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그렇다면 유격수는 어느 선수의 수상이 유력할까. 유격수 부문은 4파전이다. 삼성 김상수, KIA 김선빈, 한화 이대수, 넥센 강정호가 주인공이다. 김상수는 타율 2할7푼8리, 2홈런, 47타점, 29도루로 4명 가운데 도루에서 가장 앞선다. 실책이 22개로 가장 많다는 게 약점이다.
김선빈은 타율 2할9푼, 4홈런, 47타점, 22도루로 타격 정확성과 도루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유의 파이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까지 했다. 다만, 부상으로 98경기에만 출전한 게 흠이다.
이대수는 타율 3할1리, 8홈런, 50타점으로 유격수 가운데 유일한 3할 타자다. 올 시즌이 개인 최고 시즌이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수비율 9할7푼8리로 다른 유격수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것 역시 강점이다. 그러나 소속팀이 한화라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강정호는 타율 2할8푼2리, 9홈런, 6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한다. 수비율도 9할7푼7리로 이대수와 단, 1리 차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책을 자주 범해 수비 안정성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있다.
김재박 전 LG 감독은 유격수계의 전설이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4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역대 유격수 가운데 4년 연속 수상은 김 전 감독이 유일하다. 올 시즌까지 KBO 경기감독관으로 활약한 김 감독은 “과거 유격수는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 인식됐다”며 “그러나 요즘은 공격도 잘하는 선수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격수 레전드’ 김 전 감독이 장고 끝에 뽑은 선수는 이대수였다. “지난해만 해도 이대수는 이름난 선수가 아니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수비도 안정됐고, 공격력 역시 일취월장했다.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선수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성적과 노력을 따질 때 이대수가 가장 인상적이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10명의 후보 가운데 3명이 선정되는 외야 부문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올 시즌 홈런, 타점, 장타율 1위에 오른 삼성 최형우부터 롯데 손아섭, 전준우, KIA 이용규, 두산 김현수, 이종욱, 정수빈, LG 이병규, 한화 강동우, 넥센 유한준이 접전을 펼치고 있다. 타격성적이 하나같이 뛰어난 야수들이라 선정하기 가장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빙그레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었던 이정훈 천안북일고 감독은 골든글러브 외야 부문 3회 수상자다. 타격과 수비에서 이 감독만한 걸출한 스타도 없었다. 이 감독은 10명의 후보 가운데 최형우, 손아섭, 이용규를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꼽았다.
“최형우는 홈런, 타점에서 롯데 이대호의 아성을 깼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손아섭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롯데와 프로야구 전체에 활력소가 됐다. 이용규는 톱타자로서 안타, 도루, 출루율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다.”
만약 수비력으로만 외야 수상자를 꼽으면 어떻게 될까. 현역시절 광범위한 수비범위와 정확한 송구를 자랑했던 이 감독은 “이용규, 이종욱이 단연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수비력이 갈수록 나아지는 손아섭에게 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2010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나온 민효린의 의상 가슴 부분에 꽃다발이 걸려 빠지질 않자 선동열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어쩔줄 몰라 했다고. 일요신문 DB |
민효린 ‘가슴 사고’에 선동열·김경문 질끈
프로야구 골든글러브는 해마다 12월 11일에 시상식을 갖는다. 이날이 프로야구 창립기념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성을 들여 시상식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역대 골든글러브는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회자하는 가장 유명한 해프닝은 이른바 ‘김재전’사건이다. 1986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시상자로 영화배우 이보희가 등장했다. 당시 이보희는 육체파 배우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이보희한테 집중됐을 때 발표용지를 펼쳐든 이보희의 입에서 “유격수 부문, MBC 청룡 김재전!”이라는 말이 나왔다. 순간 시상식장 여기저기에서 “김재전이 누구냐”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용인즉슨, 이보희가 한자로 써진 ‘박(博)’을 ‘전(傳)’으로 잘못 알고 그만 ‘김재전’으로 호명한 것이었다.
전국에 생방송되던 상황이라, 행사 주최자인 KBO 관계자와 당사자인 김재박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나 이보희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쾌활한 표정으로 김재박에게 황금장갑을 건네줬다. 이듬해부터 KBO는 발표용지에 수상자의 이름을 한글로 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엔 ‘양다리’사건이 화제였다. 외야수 부문 후보에 오른 A는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고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수상이 유력하던 A는 들뜬 마음으로 장내를 살폈다. 그러다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양복 윗옷에 고개를 파묻었다. 알고 보니 A의 수상을 축하하려고 미모의 두 여인이 자릴 잡고 앉아있었던 것. 문제는 두 여인이 서로 생판 모르는 사이였다는 데 있다. 두 여인과 더블데이트를 즐기던 A는 단상에 두 여인이 한꺼번에 오를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발표자의 입에 주목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국 A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두 여인도 단상에 오르지 못했다. 훗날 A는 “늘 받고 싶던 상이었지만, 그날은 속으로 ‘제발 받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2010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영화배우 민효린이 화제였다. 민효린은 외야수 부문 시상자로 삼성 선동열, 두산 김경문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외야수 부문 수상자 김강민이 단상에 오를 때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러나 가슴골이 깊게 패인 회색 드레스를 입은 민효린이 김강민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순간 사건이 터졌다.
꽃다발이 그만 민효린의 가슴 부위 의상에 걸려 빠지지 않은 것이다. 민효린의 당황해하는 모습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감히 가슴 부위에 손을 댈 수 없던 두 감독은 눈을 감거나 허공을 바라보며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바랐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