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바람’ 거세진다
▲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의 한 장면. |
하지만 미국의 뉴스사이트 <유어탱고>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이혼이 아닌 불륜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혼을 하려 해도 위자료나 이사 비용 등 적잖은 돈이 들기 때문에 이혼을 가급적 피하는 대신 불륜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또한 생물학적으로도 불륜은 경기침체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부부들 사이에는 이혼을 이미 마음먹었지만 경기가 나아지면 실행하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마디로 돈 문제 때문이다. 경제적인 사정상 이혼은 일단 참고 바람을 피우며 기분을 달랜다. 미국의 심리상담사들은 ‘경기 악화 시 부부가 서로 지나치게 긴장하게 돼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혼율은 20%대로 별다른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80년대 2차 오일쇼크와 2000년대 IT 거품경제 붕괴 직후 총 두 차례 일본의 경기가 크게 나빠졌을 때 이혼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현상이다. 이렇게 이혼율이 정체되는 것과는 달리 기혼자의 무려 28%가 불륜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경기침체가 특히 기혼남성의 불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캔자스대학 심리학 팀에서는 남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치통에 대해 생각하게끔 했다. 그런 다음 포르노 영상을 보여줬다.
그 결과 죽음이란 심각성이 높은 주제에 대해 생각한 그룹이 치통에 대해 생각한 남성 그룹보다 성욕이 격하게 일었고, 심박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캔자스대학 옴리 길라스 심리학 교수는 “불황이나 실직 등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더 성적 흥미를 나타내게 된다”고 분석했다. 환경이 안정되고 음식이나 물질이 풍부한 경우 남성은 현재 파트너나 아이들에게 투자하며 장기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위험 상황이 감지되어 생존가능성이 낮아지면 단기간에 많은 이성과 만나며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동물적인 전략을 선택한다.
길라스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실험을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세계적인 경기후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안정된 일자리나 충분한 돈이 없으면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다. 그만큼 여성도 남성처럼 불황을 ‘인류란 한 종족의 생존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로 감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도율을 살펴 장래 경기회복을 점치거나 현재 경기침체 상황을 알아보는 잣대로 삼으려는 이색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화폐공급률과 같은 기존 지표보다 경기 상황을 더 잘 반영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칼럼니스트 머시 린은 경기가 매우 좋거나 반대로 매우 어려울 때, 한 데이트 사이트에 회원 등록수와 접속률이 한꺼번에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머시 린의 분석에 따르면 주가가 상승할 때 사람들은 ‘한번쯤 슬슬 외도를 해볼까’하는 심정으로 바람을 피우게 된다. 반면 주가가 하락할 때는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바람을 피운다. 호황도 불황도 아닐 때 사람들은 정절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