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응 배후로 거론된 임원 과거 유성기업 개입 의혹…하이트진로 “개인 일, 입장 밝히기 어려워”
#수양물류 화물기사 파업 내막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 60여 명과 수양물류 하청업체인 명미인터내셔널 소속 기사 70여 명 등 총 130여 명은 지난 3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후 파업에 돌입했다. 기사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료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수양물류는 운송료 5% 인상과 공장별 복지기금 1억 2000만 원을 제시했고, 공병 운임료 등은 ‘공장별 협의체’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파업 5개월이 지나도록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양물류가 파업에 참여한 기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강수를 둔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5명이 경찰의 해산 시도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교량 아래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측과 노조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측은 기사들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파업 진행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공장 출입로를 차단하고, 도로를 무단 점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수양물류 소속 기사들은 물류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에 복귀하지 않고 대체배송 차량의 진출입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관행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는 기사들과 계약을 맺은 주체가 수양물류라는 이유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파업에 참여한 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공장 주류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 기사들과는 어떠한 계약관계도 없으며 계약 해지 자체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공장에서 물류센터 간 제품 및 공병 이송을 이송도급계약에 따라 수양물류에 위탁처리하고 있고, 수양물류는 기사들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의 경영권을 갖고 있으므로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양물류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 아무개 수양물류 이사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인척 3촌 관계다. 정 아무개 현 수양물류 대표이사도 하이트진로 상무를 겸하고 있다.
#노사 담당 임원 홍 전무는 누구?
노조는 수양물류의 강경 대응의 배후로 홍 아무개 하이트진로 전무를 지목하고 있다. 홍 전무는 경영컨설팅 업체 A 사의 대표이사로 2016년 말 하이트진로 노사 담당 임원으로 영입됐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수양물류 사내이사로도 취임했다. 하이트진로는 홍 전무 영입 직후인 2017년 4월 약 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홍 전무는 노조 파괴 사건으로 유명한 유성기업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에 중심에는 '유성기업노조'와 A 사가 있다. 유성기업노조는 사측이 주도적으로 세운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을 통해 유성기업노조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7년 대전지방법원의 유성기업 관련 판결문에는 “유성기업노조는 2011년 A 사와 노조 정책수립, 단체교섭, 조합 활동 및 사업집행 등에 관한 지도 및 법률 자문, 조합원 법률 상담 등의 업무와 관련한 자문계약을 월 20만 원에 체결했다”며 “A 사는 2011년 11월 21일 유성기업에 자문료 지불을 요청했고, 유성기업은 A 사에 노무관리 자문료 11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명시돼 있다.
판결문에는 홍 전무가 유성기업노조와 회의록, 노보, 상집회의자료, 임금교섭지연공고문 등이 첨부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내용도 확인된다. 유성기업노조 측이 이메일로 방송사 취재 응대 방법에 대해 묻자 홍 전무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방영될 것이라고 한다면 대응해도 무방하다고 본다”며 “특히 방영일이 연말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차질을 줄 것 같지도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판결문의 내용을 종합하면 A 사가 유성기업노조에 자문을 해주고 이에 대한 자문료를 유성기업 사측이 대납해준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하이트진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면서 “홍 전무의 전력과 현재 하이트진로 및 수양물류에서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노조 파괴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핵심 인물로 판단된다”며 “다른 누구보다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특별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수양물류는 파업에 돌입한 직후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파업 장기화를 유도하고,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노조와의 협의가 아닌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그간 많이 보아온 노조 파괴를 위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현재 홍 전무는 하이트진로 안전관리본부 안전보건팀, 각 공장의 안전보건파트, 노사협력팀, 인력지원팀 등을 총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계열사인 서영이앤티 사내이사도 겸직 중이고, 2019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강남주조(옛 진로양조) 기타비상무이사도 맡았다. 하이트진로 한 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는 것은 부당하게 하이트진로를 압박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면서도 “(홍 전무에 대해서는) 개인의 일이므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