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요금 폰·최고 연비 차 거품 빼고 기능 더하고
▲ 경차 미라이스 |
2010년에 이어 벌써 2년째 대박이 난 상품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을 비롯해 일본 내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2000만 대를 넘어서며 이에 관련된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관련 히트상품은 ‘샷노트(SHOT NOTE)’. 문방구업체 킹짐(Kingjim)사가 만든 메모지다. 여기에 글자를 쓰 거나 그림을 그리고 ‘촬영 어플리케이션’으로 찍으면 바로 디지털화해 컴퓨터 문서나 파일로 옮길 수 있다. 메모지 사각 귀퉁이에 특수처리 된 마커와 고기능 어플리케이션 덕분이다. 또 메모지 맨 위 칸에 손 글씨로 날짜와 번호를 적으면 촬영 시 자동으로 저장되어 나중에 검색하기도 편리하다. 어플리케이션 상에서 메모한 내용을 편집할 수도 있다.
이런 획기적 발상과 기능 때문에 2011년 일본 문구대상, 굿디자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가격은 A6사이즈 30장에 500엔(약 7400원)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샷노트처럼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기능을 추가한 기존 제품들이 향후에도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종의 인프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의 PHS폰도 부활했다. PHS폰은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이 일반화되기 전 한때 유행했던 시티폰을 발전시킨 것이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다. 월 기본요금 980엔(약 1만 4000원)에 10분 이내 통화는 월 500회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가 가입할 경우 기본요금도 무료다. 용돈을 받아쓰는 10~20대 학생 고객이 타깃이다.
이렇게 가격이 싼 제품을 고르는 현실주의적인 감각은 자동차 구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개월 만에 무려 4만여 대가 판매된 일본 다이하츠공업의 경차 ‘미라이스’. 가격대는 79만~122만 엔(약 1182만~1814만 원)이다. 엔진을 개량하고 차체를 경량화해 가솔린차로는 최고의 연비 30㎞를 자랑한다. 기존 경차가 여성이나 주부를 타깃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청년층을 겨냥해 성공을 거뒀다.
먹거리는 어떨까? 경기둔화로 외식산업이 전반적인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이를 대체하는 집안 먹거리 용품이 눈길을 끈다. 특히 세계최초로 쌀로 식빵을 만드는 산요(Sanyo)사와 파나소닉사의 빵제조기 ‘고판(Gopan)’은 20만 개나 팔렸다.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집에서 간편히 만들 수 있도록 한 기능성이 더해져 호평을 받았다. 약간의 밀가루와 물을 쌀에 섞어 넣으면 되는데, 현미나 먹다 남은 찬밥으로도 빵을 만들 수 있다. 주부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업계 측은 2012년까지 100만 대 정도가 팔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에서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볶음밥도 화제다. 일본의 미혼 직장인, 학생은 혼자 살면서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아 가스레인지 없이 전자레인지만 달랑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전자레인지 조리 가공식품은 인기를 끌어왔다. 그간 일본의 컵라면 판매 1위를 굳건히 지켜온 닛신식품이 내놓은 ‘컵 해물볶음밥’. 홍보 하나 없이 입소문으로만으로 팔리기 시작해 폭발적인 반응으로 공장 설비까지 늘렸다.
치킨가루 가공식품도 히트작이다. 치킨에 가루를 묻혀 전자레인지에 넣고 5분간 가열하면, 마치 프라이팬에서 튀긴 것처럼 만들어준다. 제조사 쇼와식품에서는 치킨을 맛있게 조리하기 위해 밀가루 전분이 아닌 옥수수가루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국내 여행은 기존에 인기가 있던 온천 대신 이색박물관 기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철도박물관, 컵라면박물관 등이다. 이런 동향을 반영하듯 ‘여행용 내비게이션’은 10만 대나 팔렸다. 스마트폰 지도 이용이 늘며 울상을 짓던 내비게이션 업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내비게이션은 차량과 도보 겸용으로 쓸 수 있는데, 숙박지나 유적 등을 안내하는 100권의 가이드북을 저장해 검색하기가 편리하다. 또 카메라를 내장했는데 내비게이션을 들고 걸어 다니다가 렌즈로 거리나 건물을 비추면 지명이나 건물명, 간단한 유래 등이 바로 나온다. 여행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이나 노인층의 호응을 받았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재난대비용품 시장에서도 이색용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평상 시 핸드백에 포개서 넣을 수 있는 휴대용 단화도 나왔다. 구두를 신는 여성들이 지진으로 교통이 끊겼을 때 편하게 신고 집으로 갈 수 있다.
‘긴급용 베개’는 안경이나 호루라기, 이름과 연락처를 쓴 카드 등을 베개 속 원통에 넣을 수 있다. 잘 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베개만 갖고 뛰어나오면 된다.
‘배낭형 침낭’은 아무 데서나 펼치면 두 명이 너끈히 깔고 잘 수 있다. 등에 매면 아이를 업을 때 쓰는 포대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간이 수세식 화장실도 출시됐다. 세척용 물은 20ℓ가 들어가며, 맨 아래 통을 분리해 오물을 버릴 수 있다. 원래 노인수발용품으로 쓰이던 용품이었다고 한다. 재해 시 단수가 돼 화장실에 못가고 발만 동동 구르는 예민한 타입의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다.
이밖에 방사능 영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품도 나왔다. 지표면 오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자 신발에 납 깔창을 까는 것이다. 특수 깔창만 전문으로 제작해온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으로 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납중독이 되지 않도록 표면에 방지 처리를 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