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돈줄기’ 따라가 보니…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박 시장의 ‘오세훈 색깔 지우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서조차 “이번 인사를 통해 오 전 시장 라인이 완전히 정리됐다”는 말들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이 중용했던 1급 간부 5명이 물러난 데 이어 1급 승진이 유력했던 송득범 도시기반시설본부장(2급)이 서울시시설관리공단으로 옮겼고, 유일하게 남은 1급인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은 시의회사무처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내부 감사 자료를 활용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 시장 취임 후 감사를 했다. 그런데 한 서울시 산하 단체에서 수상한 통장이 나왔는데 그 돈의 흐름을 쫓은 결과 오세훈 전 시장 측근들이 종착지였다고 한다”면서 “이번 인사에서 그 파일들로 몇몇 고위 간부들을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열 파괴’로 요약되는 박 시장의 인사에 대해 서울시 공무원들은 공공연히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나친 파격 인사가 조직의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보은인사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마치 점령군 식으로 이렇게 해버리면 안 된다. 무슨 동네 면사무소도 아니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기준을 가지고 인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기존의 사람들은 무슨 구악처럼 취급해버리니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직 서울시 공무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에 들어왔을 때 일부 호남 라인들을 배제하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현직들을 만나보니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라고 귀띔했다.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도 박 시장의 인사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선 박 시장이 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야권의 주요 인재풀인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시정을 잘 펼치지 못하면 총선과 대선에서 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박 시장 스스로도 조금은 여러 견해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도 “박 시장에게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민주통합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불리하다. 국민들이 경험 많고 안정적인 후보들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