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천 변호사 회장·동생·조카 주가조작 사건 변론…같은 사건 안호봉 변호사와 김영현 검사도 사외이사 재직
맹 변호사는 8년째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다. 그는 2014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광림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2020년 3월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사외이사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로부터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률적 공백으로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상법이 규정하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결격 사유는 회사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친인척), 미성년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 등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회사와 주된 법률자문을 체결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도 사외이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최대주주 개인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다.
김 전 회장은 2010년~2011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가장매매와 허수주문 등 방법으로 쌍방울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7년 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받았다. 2심과 대법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김성태(김 전 회장)는 쌍방울을 인수한 '레드티그리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쌍방울 회장직을 수행한 자로서 본건 시세조종을 관리한 자"라고 판단했다.
1심 변호인단엔 또 한 명의 현직 쌍방울그룹 사외이사 이름이 등장한다. 쌍방울 계열사 '디모아' 사외이사로 2021년 3월 선임된 안호봉 법무법인 대륙아주 기업부문 대표변호사다. 그는 김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아무개 씨를 변호했다. 김 씨는 김 전 회장 등 공범과 함께 2011년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변호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판사 생활을 마쳤다. 1심 재판장과는 고려대 법학과 동기다.
안 변호사는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직을 맡은 경위에 대해 "회사 이사회 추천을 받아 수락한 것이고 주주총회 의결을 받아 취임했다"며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이 아니었으므로 김 전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맹 변호사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의 동생도 변호했다. 쌍방울 관리이사를 지낸 김 전 회장의 동생 김 아무개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2013년 8월 구속기소됐다. 김 씨는 시세조종 실무를 담당한 속칭 '주포'였다. 김 씨는 2013년 1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015년 12월 2심에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2018년 6월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맹 변호사는 1심과 2심 변호인이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형인 김성태(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서 이 사건 범행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취득한 경제적인 이득은 전체 시세조종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과 비교하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과 동생 재판 판결문엔 또 다른 쌍방울그룹 사외이사 이름이 나온다. 이번엔 변호사가 아닌 검사다. 2021년 2월 검사 생활을 마친 김영현 변호사다. 그는 2014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팀장으로 쌍방울, 유비컴 등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한 검사 4명 중 가장 고참이었다. 김 변호사는 김 전 회장 동생 재판 2심엔 공판검사로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3월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맹 변호사는 김 전 회장 조카 오 아무개 씨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오 씨는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2018년 8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1심과 항소심 변호인 모두 맹 변호사였다. 맹 변호사는 1심 때는 법무법인 강남, 2심 때는 법무법인 공존 소속이었다. 법무법인을 옮기면서도 오 씨 변호는 이어갔다. 오 씨는 광림 이전에 쌍방울 최대주주였던 레드티그리스 직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외삼촌인 김성태(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시세조종으로 인한 수익도 피고인(오 씨)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맹 변호사는 쌍방울그룹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인물과의 연결고리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남욱 변호사가 2015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금품로비 혐의로 재판받을 때 맹 변호사는 1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남 변호사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맹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법무법인 저스트에 8월 18일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맹 변호사에게 답신은 오지 않았다. 8월 19일 찾아간 법무법인 사무실에서도 맹 변호사는 만날 수 없었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은 "맹 변호사는 외부 회의가 많아 사무실에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은 맹 변호사에게 메모를 남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8월 24일 오전까지 맹 변호사의 답신은 오지 않았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법률전문가로서 사외이사 직무에 적합하다 판단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됐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쌍방울그룹은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경영진의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 등을 포착하고 쌍방울이 2020년 발행한 4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매각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최근 발부받았다. 쌍방울그룹은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