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양선길과 가까운 인물, 현재 싱가포르 체류 추정…시효 만료 앞둔 변호사비 대납 수사 난항
#키맨 될 수도 있는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성태 전 회장과 가깝게 지내며 수차례 주가조작 및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던 A 회장이 한 달여 전쯤 동남아로 이미 나갔다고 한다. 검찰 수사가 본인에게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후문이다.
A 회장은 시장에서 무자본 M&A로 이름이 난 인물 중 하나다. 오래 전부터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움직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때, A 회장이 본인 소유 회사들을 통해 자금 조달에 동참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두 회장의 자금 거래는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K 사가 지난 1월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쌍방울이 인수하기도 했다.
A 회장이 동남아 일대로 출국한 것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자금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정보에 밝은 사채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 달여 전에 A 회장도 동남아로 떠났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라며 “직접 연락할 수는 없고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싱가포르에 있다는 소식까지 듣긴 했는데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며 “김성태 전 회장도 그렇고 A 회장도 그렇고,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의 해외 출국이기 때문에 수사가 본격화된 지금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쌍방울그룹 관련 핵심 인물 중 하나인 A 회장이 한 달 전부터 해외로 나갔는데, 김 전 회장을 대신해 검찰과 수사 관련 조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소식에 정통한 한 변호사 역시 “A 회장이 해외 출국을 해서 검찰 수사를 피하고 있다는 건 사건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나간 지 3주는 넘었다고 알고 있고 변호인단과는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회장 측은 "현재 해외로 출국한 것은 사실"이라며 "쌍방울그룹 검찰 수사와는 무관한 비지니스 차원의 해외 출장일 뿐"이라고 밝혀왔다.
#공소시효 만료 염두에 둔 '시간 끌기'?
아직 A 회장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핵심 인물은 아니라고 하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자 선제적으로 해외 출국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실제 8월 중순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 각각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이 계속해서 조사에 불응하면 검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도 고려하고 있다.
사건을 맡고 있는 검찰은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사건부터 시작해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까지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사건을 각각 맡은 형사6부와 공공수사부를 묶어 통합 팀을 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의 대응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전 회장과 양 회장, A 회장 등 사건에 대해 깊게 관여했거나 자금 흐름을 주도한 이들이 모두 해외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9월 9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자연스레 법조계에서는 ‘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염두에 둔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앞선 변호사는 “해외에서 버티면 일단 공소시효가 마무리되는 게 하나 있으니 버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들어오게 되더라도 사전에 변호인단을 통해 검찰과 수사 및 기소 범위에 대해 조율하고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횡령과 배임 등 회사 자금 관련 결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해야, 그중 일부가 어떻게 변호사비 대납에 활용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이들이 해외에 머무르면 검찰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조 로비 의혹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이들이 더더욱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과 관련해 7월 7일 이 아무개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형사6부에서 만들어진 수사기밀 자료가 유출된 사실을 적발했다.
수사기밀 유출 건은 현재 수원지검 형사1부가 조사 중인데, 수사 기밀자료를 쌍방울그룹 측에 건넨 수원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과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그룹 임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또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변호사를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 도주 중인 김 전 회장과 양 회장 입장에서는 책임을 져야 할 사건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 도피를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