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대사와의 싸움 7개월 동안 시험 본 기분…혼신 다해서 ‘우영우의 정답’ 보여드리려 했죠”

8월 18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박은빈이 맡은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대형 로펌 법무법인 한바다 소속의 천재 변호사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경이로운 기억력과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수석 졸업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한없이 부족한 사회성과 공감능력, 매우 과민한 감각 탓에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루기에 현실과 판타지의 아슬아슬한 중심을 잡아야만 하는 작품의 특성상 주인공인 우영우를 연기하는 데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박은빈의 이야기다.
“현실과 비현실성의 문제는 당연히 이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같이 가져가야 할 문제였어요. 그저 장애라는 증상을 구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방어적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방어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제가 간과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반대로 오히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세계관 안에서 영우가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졌죠. 다만 그 정도를 어떻게 표현해서 시청자들을 설득시킬지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웃음).”

“영우의 의상은 까끌거리지 않는 소재에 너무 옥죄지 않는 편안한 핏,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옷처럼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러다 보니 타이트한 핏보다 펑퍼짐한 옷을 입게 됐고, 그래서 바지보단 치마가 나을 거라고 생각했죠. 영우에게 편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찾다 보니 그런 옷들을 많이 입게 됐던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를 보시면 한 회 동안에도 영우가 의외로 옷을 많이 갈아입는다는 걸 아실 거예요. 한 회 안에서도 여러 차례 날짜가 바뀌며 변론을 하다 보니 16부까지 거의 100벌 이상 입었던 것 같네요(웃음).”
천재적인 기억 능력을 가진 우영우를 연기하느라 카메라 밖의 박은빈은 본의 아닌 고시 공부를 해야 했다. 몇 조 몇 항까지 줄줄이 외워야 하는 법조문도 그랬지만 우영우가 사랑하는 고래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도 박은빈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신에 우영우가 등장했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대사와의 싸움이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제가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이 아닌데 매일같이 외워야 하는 대사가 너무 많더라고요. 약 7개월 동안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죠(웃음). 법조문 내용은 너무 어렵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다 보니 나중에는 고시 공부 한다고 생각하고 긴 A4 용지에 써서 제가 원하는 구절대로 통으로 외웠어요. 또 고래 대사를 외울 때도 고행이었지만 방송을 보니 고래가 사랑스럽고, 고래 얘기를 하며 신나 하는 우영우를 보니, 연기한 박은빈으로선 힘들었지만 시청자로선 좋아 보이더라고요(웃음). 지구상에 이런 생명체가 살아 숨쉴 수 있다니, 고래는 정말 저를 놀라게 해줬던 매개체였어요.”

“16부 마지막에 회전문을 혼자 통과하는 영우를 보여주듯 그건 영우 앞에 놓인 수많은 회전하는 관문들이라고 생각해요. 1부에서 신입 변호사로 출근하는 영우 앞에 다른 문들은 모두 폐쇄돼 있어 회전문으로 밖에 들어갈 수 없는데 준호의 도움을 받아 ‘쿵짝짝’ 리듬을 배워가는 건 영우의 세계에 다른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보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나중에는 영우가 최수연(하윤경 분)과 준호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중간중간 혼자서 회전문을 나가려고 시도하기도 하죠. 그것 자체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기만의 힘으로 현실을 타파해 보려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회전문은 나름대로 굉장히 의미가 있는 매개라고 생각해요.”
박은빈에게 있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고 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방영 회차가 늘어갈수록 인기만큼이나 사람들의 갑론을박도 커져 간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 선 박은빈을 비롯한 ‘우영우의 사람들’은 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나 비판을 볼 때도 그대로 상처를 받거나 “그런 의도가 아닌데”라며 내심 불만을 품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고.

최선을 다했다는 박은빈의 만족감은 작품의 완벽한 마무리로도 이어졌다. 촬영부터 방영까지 10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시즌 2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출연진들의 의견은 아직까지 반반이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그때도 꼭 출연하고 싶다”는 결연한 목소리도 높은 반면 “마무리 짓고 아름다운 끝으로 남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박은빈은 후자였다. 최선을 다한 만큼 더욱 소중했던 작품을 고이 보내주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다.
“사랑을 받은 만큼 시즌 2에서는 그 기대치나 대중들이 바라시는 게 더 많아질 텐데 과연 그 이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 현재로선 어느 것도 확언을 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뿌듯함으로 끝난 영우의 그 모습이 사진 찍히듯 남아있는데요. 그걸 보물 상자에 넣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제가 영우의 뿌듯한 엔딩을 촬영할 때 정말 뿌듯한 마음으로 영우를 보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상자를 다시 열어보라고 한다면 제가 영우를 처음 마주하기로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