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자본요건 신설되면 중소업체 시장진입 쉽지 않아…업계 “혁신기조 끊기나” 우려
#선불전자업? 자금이체업?
간편송금 서비스는 기존 뱅킹 서비스와 달리 공인인증서나 ARS 인증, 보안카드 등의 절차 없이 간편 비밀번호나 지문·얼굴 등 생체정보만을 이용해 간편한 송금을 가능하게 만든 서비스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에 발표한 ‘2021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21년 간편송금 이용 실적은 하루 평균 433만 건, 50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5% 증가했다.
2015년 초 정부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면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를 필두로 페이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간편송금 서비스가 출시됐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특히 상대방의 은행 계좌 정보 없이 연락처만으로 손쉬운 송금을 가능케 해 인기를 얻었다. 제일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누적 사용자 2000만 명, 누적 송금액이 164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소비자 편의를 크게 증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간편송금 서비스를 두고 법의 적용 범위가 모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편송금 서비스가 어느 법에 근거해 구현돼야 하는지가 선결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으로 등록돼 있는데 실제 전자금융거래법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재화나 용역을 구입한 후 대가를 지급할 때 사용하는 ‘지급수단’으로 용도가 제한된다. 즉, 단순 송금 서비스는 고려되지 않은 법이었다.
그렇다고 전자자금이체업으로 등록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전자자금이체는 자금 지급을 목적으로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에게 개설된 계좌(금융회사에 연결된 계좌에 한함)에서 다른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인데 전금업자에게는 독자적 계좌개설권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15년 1월 금융위원회가 법령 해석(토스 서비스의 ‘모바일머니’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해당하는지 여부)을 통해 길을 열어주면서 핀테크 업체들은 규제당국의 간접적 허가를 얻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20년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 등 전자지급 수단별로 세분화된 현행 7개의 전자금융업 종류를 없애고 허가제인 자금이체업과 등록제인 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 등으로 간소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을 토대로 자금이체업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간편송금 사업자가 기존 선불전자업 대신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를 받아 송금업무를 영위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이체업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존 선불업자에 비해 강한 규제를 받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이 생긴다거나 간편송금에 제약이 생기는 일은 전혀 없다”며 “계좌를 모르고 송금한다는 건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고 송금한다는 뜻인데 그걸 규제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내 계좌로 환급받으려면 계좌를 계정에 연결해야 하는데 대부분 간편송금 이용자들이 계정에 자기 계좌를 연동해 놓기 때문에 영향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과의 '불편한 동거' 현실화?
문제는 자금이체업 전환 요건이다.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를 어떤 방식으로 취득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 핀테크 업계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만 다를 뿐 허가 요건이 까다롭지는 않다. 부칙에 업종 전환까지 1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경과조치를 둘 예정이므로 기존 선불사업자들은 무리 없이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 토스처럼 규모가 큰 빅테크 기업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최소 자본 요건이 신설된다면 중소 핀테크 업체의 시장 진입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자본금 요건도 요건이지만 잘 알려진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과 제휴 맺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선불 사업자가 고객들에게 ‘A 은행은 계좌 연동이 안 되고 B 은행만 된다’는 식으로 안내하면 해당 선불 사업자는 A 은행 이용고객들을 잃을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즉, 실질적으로는 은행권이 핀테크 업체의 간편송금 서비스 사업에 허가를 내주는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간편송금이 유료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핀테크협회 한 관계자는 “사용자 개인이 보유한 기존 계좌를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와 은행이 제휴해 전용 계좌를 신규 발급해 사용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기존 간편송금은 선불 사업자가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펌뱅킹 수수료 부담이 적었지만 자금이체업으로 전환해 계좌 간 송금으로 바뀔 경우 펌뱅킹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토스 관계자는 “저희는 연락처로 간편송금하는 비중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 역시 “아직 정확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에서 검토하는 내용들이 아직 발표가 안 된 상태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수준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명확한 스탠스를 취하지는 못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동요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핀테크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핀테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업계에서는 혁신 기조가 끊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