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업 최초 합법화 사례…이용자와 기사 모두 ‘윈윈’하는 상생 전략 모색
#규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뛰어든 사업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2001년 첫 창업에 나섰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니며 전산과 친구들과 어울리던 김기동 대표는 당시 실리콘밸리에 닷컴 열풍이 부는 걸 보고 창업에 흥미를 느껴 친구들과 함께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과외중개사이트를 만들었다. 사업에 재미를 느꼈고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아이템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린 나이라 사업의 가치를 몰라 너무 빨리 접어버렸다”고 회고했다.
졸업 후 김기동 대표는 SK텔레콤에 입사했다. 2010년대를 전후로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새로운 앱과 서비스들이 막 출시되는 상황을 최전선에서 겪었지만 대기업의 안정적인 삶은 창업이란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막았다. 그러던 중 한발 앞서 당시 흐름을 타고 창업한 주변 지인들이 자극제가 됐다. 김기동 대표는 “저와 어울리던 지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창업을 했고 다들 굉장히 잘됐다. 저도 창업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8년에 코나투스를 창업하게 된 배경이다.
동승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게 된 건 2017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 로스엔젤리스 여행을 갔을 때였다. 당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카풀’을 해야만 진입이 가능한 차선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김 대표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끼리 카풀을 하면 할인 쿠폰이 발급되는 식으로 카풀을 유도하는 시스템도 있었다. 교통 혼잡도 해소하고 연료도 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택시사업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관련된 국내 규제가 있는지도 모를 때였다. 택시기사들이 국내에선 동승이 불법이라고 알려주자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법률사무소를 전전하며 자문을 받았지만 변호사들끼리도 말이 엇갈렸다. 고민 끝에 우선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해 사업성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일단 기사들을 섭외해야 했다. 사당역에 있는 전국모범운전자협회 사무실을 끈질기게 드나들며 설득했다. 난방도 안 되는 겨울에 몇 시간씩 덜덜 떨면서 대기하는 건 예사였다. 결국 보다 못한 일부 택시 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크리스마스 주간에 강남역 근처의 한 성당 주차장을 빌려 테스트를 시작했다. 호출이 들어오면 차가 한 대씩 출동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승객들의 요금 부담은 줄어들고 기사 수입은 늘어난 덕분에 양쪽 다 서비스 만족도가 대단히 높게 집계된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시청으로 달려가 ‘승차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니 호출료를 받게 승인해달라’고 읍소했다.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한 서울시도 결국 2019년 5월 승인을 내줬다.
다만 법에 저촉되지 않게끔 국토교통부 요금 체계를 수용해서 서비스를 만들었더니 호출료가 너무 적은 데다 기사들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변변치가 않았다. 그때 운명처럼 눈에 들어온 것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 공고였다. 김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정말 우연히 벽에 붙은 공고문을 봤다. 접수일 직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하루 종일 앉아서 신청서를 쓰고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신청서를 넣었다. 김 대표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과기부에서 놀랐다더라. 업체들은 처음에 설명회도 오고 사전조율도 다 해서 온 건데 가이드만 보고 사업계획서랑 신청서를 낸 게 우리뿐이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충분한 법률 자문을 받은 데다 파일럿 테스트까지 끝낸 김 대표의 철저한 준비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맺은 인연은 투자를 받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반반택시’ 앱의 택시동승서비스는 안전사고 없이 사업을 마치며 2022년 1월 택시발전법 개정과 함께 합법화됐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업 중 첫 합법화 사례였다.
#택시 기사와의 상생 전략 눈길
코나투스는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반반택시 서비스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동성끼리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고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중 처음으로 실명 인증과 본인 명의 신용카드 등록을 의무화해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혹시 동승자끼리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동승전용보험까지 만들었다. 좌석 분리도 그 연장선이다. 동승이 성사될 경우 앞좌석과 뒷좌석 중 어디에 타야 할지 휴대폰 화면에 송출된다. 김기동 대표는 “서로 따로 앉는 데다 말 섞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남이랑 같이 타고 간다는 생각도 딱히 안 든다. 혹시라도 많이 돌아가게 될까 봐 우려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실은 거의 가는 길에 내려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택시 요금은 평균 만 원 이상 할인된다.
그렇다보니 야심한 시각에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승객들의 호응이 특히 좋았다. 김기동 대표는 “서울 신논현역 부근에서 새벽까지 노래방 운영하는 여성분이 저희 고객이셨는데 원래는 일터에서 쪽잠 주무신 다음에 첫차 타고 거주지인 일산까지 퇴근하시다가 저희 반반택시를 알게 되신 거다. 신논현 쪽 식당 아주머니들 중 밤에 일하시는 분들 꽤 계신 덕분에 동승 성사가 잘 됐다. 그분이 이제 일 끝나고 바로 귀가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 소개했다. 기사들의 호응도 긍정적이다. 동승으로 상당한 추가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도 기사들의 반반택시 앱 이용료는 1000원밖에 안 된다. 강제배차도 하지 않는다. ‘상생’이 코나투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 별도의 서비스도 만들었다. 빨리 가면 어지럽다고, 느리게 가면 괜히 택시 탔다고, 어떻게 갈지 물어보면 말 건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는 것. 승객들이 어떻게 가고 싶은지 사전에 세팅하고 기사들한테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나투스는 특허와 함께 앱을 통해 기사에게 운행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대신 전해주세요’ 서비스를 출시하며 승객과 기사 양쪽의 호응을 얻었다.
코나투스는 현재 공항이나 철도역 인근에서도 동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기동 대표는 인천공항의 경우 60% 이상 승객들이 서울로 가기 때문에 무조건 동승이 성사된다고 장담했다. 6만~7만 원 수준인 택시 요금도 3만 원까지 할인이 되기 때문에 이득이 상당하다.
김 대표는 “일각에서는 손님 나눠먹기 할 수 있는데 파이가 작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걸로 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히려 택시비 부담이 줄어 승객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 승객과 기사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다. 지금은 택시만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해 하나의 앱에서 쓸 수 있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형식으로 변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