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원성진 최정 등 9명 본선행, 첫 진입 6명 중 3명 2000년대생 눈길…10월 27일 온라인 대국 개막
단 시드를 배정받은 기사들은 통합예선전을 건너뛴다. 전체 시드 13명 중 주최국인 한국 몫은 6장. 전기 4강인 박정환, 신진서와 강동윤, 변상일, 신민준, 김지석이 상위 랭커로 국가 시드를 받았다.
국내 선발전에는 9장의 티켓이 걸려 있다. 일반조에서 7명, 여자조 1명, 시니어조 1명이다. 시니어조는 1977년 8월 22일 이전 출생 기사만 출전이 가능하다. 올해는 일반조 150명, 여자조 35명, 시니어조 24명 등 총 209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9개조 본선 진출자 확정
8월 23일부터 30일까지 열전을 벌인 통합예선에선 9명의 본선 진출자가 가려졌다. 일반조에서 원성진 9단, 김명훈 9단, 유오성 7단, 이형진 6단, 한우진, 권효진 4단, 금지우 3단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또 각각 1장의 티켓이 걸린 시니어조와 여자조에서는 돌부처 이창호 9단과 최정 9단이 본선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본선 진출자 중 이창호 9단은 25년 전인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회 3연패를 달성한 바 있고, 원성진 9단은 2011년 제16회 삼성화재배 우승자다. 최정 9단은 5번째 본선 진출.
한편 이번 통합예선전에선 비교적 무명의 신예들이 본선 관문을 뚫어 화제를 모았다. 김명훈 9단이야 랭킹 8위니 그렇다 해도 유오성, 이형진, 한우진, 권효진, 금지우 등 6명은 삼성화재배 본선 첫 진입이다.
유병용이란 이름을 개명한 유오성 7단은 이번 예선에서 윤준상, 설현준, 한승주 등 강자들을 연파하고 본선 티켓을 따내 눈길을 끌었다. 35세에 랭킹도 69위여서 그의 본선행을 점친 이는 몇 없었지만 꾸준함이 빛을 발한 케이스다.
랭킹 108위 이형진 6단은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기사도 있었나 하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 1990년생으로 32세인 그는 한국기원 기사명부에도 뚜렷한 경력사항이 없을 정도여서 그의 예선통과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올해 퓨쳐스 바둑리그와 한국프로기사협회 리그를 꾸준히 소화하며 실전감각을 다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지우 3단(2001년생), 권효진 4단(2004년생), 한우진 4단(2005년생)의 본선 진입은 세대교체란 측면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2000년생 신진서 9단 이후 눈에 띄지 않던 신예군의 돌출이라 반갑다. 금지우는 지난 2년간 한국바둑리그 셀트리온 팀에서 신진서 9단 등과 함께 뛰며 경험을 쌓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권효진과 한우진은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일찍부터 차세대 주자로 점찍은 유망주들. 이제 17세, 18세밖에 되지 않아 장래가 촉망된다.
#최정·이창호, 흔들리지 않는 입지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여자조였다. 결과는 ‘어우최(어차피 우승은 최정)’였지만 그 과정은 팬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세대교체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여자조 8강은 기존 강자인 최정, 오유진, 조승아, 조혜연과 김은지, 김민서, 고윤서, 김상인 등 10대 신예들이 양립하는 구도를 나타냈다. 특히 김은지는 4강전에서 랭킹2위 오유진 9단마저 잡아내며 신예들의 추격이 정상급 기사들의 턱밑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다만 최정의 입지는 당분간 굳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은 예선 초반 많이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마지막 김은지와의 대국에선 완벽한 반면운영을 앞세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김은지는 4전 전패의 상대전적을 만회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아직 최정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바둑을 지켜본 이영구 9단은 “최정은 정상급 남자 기사들과 겨뤄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여자기사다. 아직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늘 바둑은 김은지 3단이 못 두었다기보다 최정의 판단과 전략이 워낙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24명이 참가한 시니어조에서는 이창호 9단이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 9단은 3년 연속 삼성화재배 출전이다.
10월 27일 온라인 대국으로 개막하는 본선은 32강전으로 열린다. 한국 15명, 중국 11명(양딩신, 자오천위, 커제, 탕웨이싱 출전 확정), 일본 4명, 대만 1명, 와일드카드 1명이다.
2022 삼성화재배의 상금은 우승 3억 원, 준우승 1억 원, 준결승 패자 5000만 원, 8강전 패자 2500만 원, 16강전 패자 1250만 원, 32강전 패자 500만 원이다.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