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국 중국 부진, 일본·대만 약진 눈길…최정 vs 오유진, 김채영 vs 왕천싱 11월 준결승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5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한국은 여자랭킹 1~3위 최정 9단, 오유진 9단, 김채영 7단이 4강에 올라 우승 전망을 밝게 했다.
오청원배는 본선 24강 토너먼트로 열리는데 올해는 주최국 중국에서 9명, 한국 5명, 일본 4명, 대만 2명, 미주 2명, 유럽 2명의 기사가 출전했다. 한국은 4강에 오른 최정, 오유진, 김채영 외에 조승아 5단과 김은지 3단이 함께 출전했지만 김은지는 24강전에서, 조승아는 16강전에서 탈락했다.
8강전 후 곧바로 열린 대진추첨 결과 준결승 대진은 최정-오유진, 김채영-왕천싱 5단(중국)의 대결로 짜였다. 여자 바둑대회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오청원배의 우승상금은 50만 위안(약 96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만 위안(약 3800만 원)이다.
#희비 엇갈린 중국과 대만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국가를 막론하고) 모두가 강해진 것 같다. 만만한 상대가 없다. (실전에서) 둘 때도 그렇고, 확실히 전보다 까다롭다는 느낌이 든다. 바둑계 전체적으로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는 최정 9단의 이야기대로 이번 오청원배는 각국 기사들 간의 실력 차가 많이 좁혀진 대회였다.
특히 개최국 중국의 부진과 대만과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주최국의 이점을 살려 가장 많은 9명의 기사들이 출전했지만, 왕천싱만이 4강에 턱걸이했을 뿐 나머지 8명의 기사들은 조기 탈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은 여자랭킹 1위 위즈잉 7단이 대만의 복병 헤이자자 7단에게 덜미를 잡힌 것을 시작으로 오청원배 3회 대회 우승자 저우홍위 6단은 일본의 우에노 아사미 4단에게 패해 8강에도 들지 못했다. 또 기대를 걸었던 차세대 유망주 우이밍 4단은 김채영에게, 백전노장 리허 5단은 대만 루위화 4단에게 패하는 등 중국이 자랑하는 인해전술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반면 그동안 변방으로 치부 받던 대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대만의 에이스 헤이자자는 얼마 전 “앞으로는 바둑보다 모델 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24강전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 16강전에서 위즈잉을 잇달아 잡아내며 기염을 토했다. 비록 8강전에서 김채영에게 반집패를 당해 중도하차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대만 기전이 활성화되지 않아 그렇지, 만일 헤이자자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바둑에만 전념했다면 여제 최정에 맞먹는 정상급 기사가 됐을 것”이라고 평하는 이들이 많다.
헤이자자와 함께 출전한 루위화도 눈길을 끈다. 4월 열렸던 센코컵 세계여자바둑최강전(최정, 위즈잉도 출전)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루위화는 이번 오청원배에서도 중국의 신예 유망주 왕위보 4단과 리허를 연속으로 꺾어 대만 돌풍에 합세했다. 우에노 아사미, 후지사와 리나, 나카무라 스미레를 앞세운 일본과 헤이자자, 루위화가 활약하는 대만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세계 여자바둑계 판도는 한층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한국3, 중국1의 준결승전
오는 11월 30일부터 열리게 될 준결승전은 최정-오유진, 김채영-왕천싱의 구도다. 대회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최정은 최근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강해진 것이다. 패한 것에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나간 것들은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최근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준결승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다른 대회들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컨디션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최정과 맞설 오유진은 “가장 강력한 상대와 4강에서 만나게 됐으니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준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짧게 말했다. 최정과 오유진의 상대전적은 최정이 30승 7패로 많이 앞서고 있지만, 최근 열렸던 10국에서는 5승 5패 호각을 이루고 있어 단판승부로 열리는 준결승전 예측은 쉽지 않다.
한편 왕천싱을 상대하는 제1회 오청원배 우승자 김채영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오른 왕천싱은 최근 둘째를 임신한 것으로 알려져 3개월 후 열리는 준결승전도 대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승전은 12월 2일부터 4일까지 3번기로 열린다. 오청원배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4회 대회까지 김채영, 최정, 저우홍위, 최정 순으로 우승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