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국수산맥배 우승 “포기할 뻔했는데 운 따라”…GS칼텍스배 리턴매치 변, 위기극복 능력이 관건
지난해 국수산맥배 결승에서 변상일에 패했던 신진서는 1년 만의 재대결에서 승리하며 정상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신진서는 자신의 21번째 타이틀이자 신예대회까지 포함하면 26번째 우승컵을 수집하게 됐다.
#한국 초강세…8강 중 7명, 4강 싹쓸이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전라남도에서 주최한다. 강진군 출신의 김인, 영암군 출신의 조훈현, 신안군 출신의 이세돌 등 이 지역이 배출한 유명 기사들을 기리기 위해 창설됐다. 올해로 8년째다.
세계프로최강전엔 한국 8명, 중국 3명, 일본 3명, 대만 2명이 출전해 온라인 16강 토너먼트로 우승 경쟁을 벌였다. 한국은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강동윤, 신민준, 김지석, 원성진, 김명훈이 나왔고 중국은 미위팅, 딩하오, 자오천위, 일본은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료, 쉬자위안, 대만에서는 왕위안쥔, 라이쥔푸가 출전했다.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투톱이 출전하는 일본은 최강의 구성이고, 중국도 이 대회 직전 중국 갑조리그에서 신진서를 꺾었던 미위팅에 랭킹 2위 딩하오, 신예 강자 자오천위 등 전력이 충실해서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도 한국의 절대 강세였다.
1회전에서 한국은 김명훈만 자오천위에 패했을 뿐, 나머지 7명은 전부 중국과 일본, 대만 기사 이름을 지워버렸다. 유일한 생존자 자오천위마저도 8강전에서 박정환의 벽에 막혔고 결국 4강은 한국 잔치가 돼버리고 말았다.
#변상일, 숙제는 승부처 집중력
결승전은 2년 연속 신진서와 변상일의 대결이 됐다. 각각 박정환과 원성진을 준결승전에서 따돌렸다. 전기 대회의 리턴매치가 됐다. 전기 결승에서는 변상일이 173수 만에 신진서에게 항서를 받아냈었다.
변상일의 흑으로 시작된 결승전은 113수까지 인공지능 판단 50.6%(흑) 대 49.4%의 숨 막히는 접전이 이어졌다. 이후 초읽기에 몰리면서 먼저 신진서의 실수가 나왔고, 변상일의 우세가 굳어졌나 싶을 무렵 다시 변상일의 실착이 나오면서 승부의 저울추는 반집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요동쳤다.
예측하기 어렵던 승부는 하변 패싸움에서 순식간에 결판났다. 변상일은 패싸움에서 이겨 우하귀 백을 생포했지만, 신진서는 그 대가로 상변에 큰 집을 마련하며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상변이 그대로 굳어져서는 어렵다고 본 흑을 구출하기 위해 변상일이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제한된 시간에 착수하지 못하면서 시간패를 당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신진서는 “서울을 출발할 때는 우승을 별로 생각지 않았는데 첫 날 두 판을 이기고 나서 기대를 조금 했다. 당연히 결승전이 제일 힘들었다. 오늘은 졌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는데 운이 따랐다”면서 “하변에서 패싸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는데 초속기다 보니 마지막까지 견디자며 이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한 신진서는 올해 세계대회에서 12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 기사 상대로 3승, 중국 기사에게 6승, 일본 기사 상대 3승이다. 변상일 9단과의 상대 전적도 25승 7패로 차이를 더욱 벌렸다.
국수산맥 결승전을 마친 신진서와 변상일은 곧장 18일부터 제27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우승을 놓고 결승5번기를 벌인다. 둘은 지난해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맞붙어 3승 2패로 신진서가 타이틀을 차지했고 이어진 명인전 결승3번기에서도 신진서가 2 대 1로 승리했었다.
결승전을 지켜본 이영구 9단은 “오늘 대국은 신진서와 변상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신진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신진서는 좌변에서 나온 실수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견뎠고, 변상일은 우세 후 찾아온 단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순간 와르르 주저앉고 말았다. 바로 이 차이가 둘의 명암을 번번이 갈라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과거 신진서도 그랬다. 변상일과 같은 흐름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본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면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일인자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변상일이 신진서를 넘어서기 위해선 한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서 쉽게 무너지는 패턴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남 강진군, 영암군, 신안군이 후원하는 국수산맥배의 우승상금은 7500만 원, 준우승 2500만 원. 제한 시간은 각자 3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