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넨 토끼 우린 치타” 알고보면 오십보 백보
▲ 선발주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LTE 시장에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홍보 경쟁이 시작됐다. |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한 발 늦게 LTE에 뛰어든 KT는 공격적인 행보로 추격에 나섰다. 경쟁사에 대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0일 KT는 ‘LTE 워프(WARP: KT의 LTE 가상화기술)설명회’에서 “경쟁사와 LTE 속도에 대해 공개 시연할 의향이 있으면 자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일반 LTE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를 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KT의 도발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은 “이제 시작 단계에다 망도 없는 회사가 무슨 시연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LG유플러스도 “정식 요청이 있으면 우리도 언제든지 응하겠다. 다만 그 전에 (KT가) 망을 까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의 내부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3사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서로 일단 질러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LG유플러스가 서비스망 범위에서 앞서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KT와 SK텔레콤도 따라잡을 수 있다. 속도경쟁도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최고 파트너인 삼성전자와의 인연 강조하기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KT가 “삼성전자와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 중인데 워프 해외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자 SK텔레콤이 바로 반박자료를 낸 것. SK텔레콤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장비를 통해 LTE 가상화 기술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에서 시연한 바 있다”며 “당시 KT는 정식 부스도 없었지만 우리는 정식 부스를 갖추고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LTE 가상화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고 반박했다.
또 KT가 “삼성전자로부터 워프와 관련된 핵심 장비를 2년간 독점 공급받기로 돼 있다. 이는 SK텔레콤과 LTE 속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핵심 포인트”라고 언급하자 SK텔레콤도 “원칙적으로 우리와 KT의 LTE 가상화 기술은 삼성전자로 납품받은 동일 장비에서 시현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삼각관계’에 놓인 삼성전자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에 모두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사에 같은 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곳 모두 우리에겐 고객사이기에 자세한 계약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광고를 통한 전쟁은 더욱 격하다. 특히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SK텔레콤은 배우 원빈과 신민아를 내세워 일명 ‘뒤태’ 광고로 LG유플러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자사의 LTE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폰 뒷면을 강조하며 ‘단말기가 같더라도 네트워크 품질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 즉 LG유플러스와 단말기는 같을 수 있지만 품질은 다르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뒤태만’ 아름다운 여인을 등장시켜 SK텔레콤을 겨냥했다. 신문 2개 지면에 걸친 광고로, 첫 번째 장에는 상반신 후측면만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 2명이 등장한다. 이 두 여성은 두 번째 장에서 앞면 전신이 공개되는데 한 명은 뒤태와 다름없는 미모를, 다른 한 여성은 ‘앞뒤’가 다르다.
이 광고에서 뒷모습도 아름다운 여성은 LG유플러스를, 반전 외모의 여성은 타사, 특히 SK텔레콤을 뜻한다. 거기에 LG유플러스 서비스에 ‘진짜 LTE’를, 타사 서비스엔 ‘모양만 LTE’란 카피와 함께 ‘뒤태만 매력적인 여성’이라 표현한다. 앞서 소개한 SK텔레콤의 TV 광고에서 단말기 뒷면에 표시된 LTE 로고를 보여주며 ‘품질은 뒤에 있다’는 카피를 비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약점을 건드리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전국 모든 시에서 터지는 유일한 LTE’라는 문구를 넣어 84개 모든 도시에서 LTE를 제공하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SK텔레콤은 LTE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 2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전국망을 구축 중이지만 LG유플러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 30여 곳이 개통된 수준이다.
이 같은 비교 광고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우리 LTE 서비스 품질을 깎아내린 SK텔레콤 광고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할 만큼 경쟁사를 의식하다보니 각종 논란이 뒤따르기도 한다. LG유플러스 광고는 여성을 상품화, 희화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뿐 아니라 여성 비하 논란의 소지까지 불거지자 LG유플러스는 “타사와의 경쟁력 차별화를 강조하고자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은 과대광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국 서비스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든 끊김 없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가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이지만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KT도 2G 서비스 종료 지연으로 인해 LTE 시장 진입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광고경쟁에서 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KT의 광고 콘셉트는 ‘성질 급한 한국인’이다. 뜨거운 물에 익기도 전에 라면을 먹어치우거나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가 마르기도 전에 만져보는 장면을 보여주며 성질 급한 한국인의 성격도 만족시키는 LTE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LTE 서비스 개시 전부터 광고를 내보내는 바람에 ‘성질 급한 한국인’이 아닌 ‘성질 급한 KT’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했다.
3일 서비스 개통과 함께 공개된 KT의 ‘올레 LTE 워프’도 극과 극의 반응을 얻고 있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처럼 경쟁사를 의식하기보다는 스타워즈의 핵심인물 ‘다스베이더’를 등장시켜 색다른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신선하다”는 평을 내놨지만 스타워즈 팬들은 “원작을 훼손하는 콘셉트”라며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KT는 올레 공식 블로그를 통해 워프 탄생 스토리를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KT는 “시공간을 초월해 빛의 속도로 목표지점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하는 워프 항법을 설명하는데 SF영화의 대표작인 ‘스타워즈’가 가장 적합했다. 워프는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가상화 단계까지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막힘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LTE 네트워크를 제공하겠다는 올레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지만 요금제를 두고선 같은 배를 탄 듯한 모습과 함께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 모두 요금제만큼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기본요금이 3G(3세대) 스마트폰 요금제에 비해 10% 이상 비싼 가격에 책정돼 있으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제외됐다.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저렴한 편에 속하는 요금제의 경우 LG유플러스와 KT가 SK텔레콤보다 통화시간은 더 많으나 그 이상의 요금제로 비교해보면 거의 차이가 없다. 데이터통화량도 SK텔레콤보다 LG유플러스와 KT가 조금 더 많지만 피부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물론 KT가 5만 2000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가입자 간 무료 통화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으나 LTE 사용자들은 데이터 통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세울 만한 점은 못 된다는 평이다. 특히 KT 10만 원 요금제는 1040분 기본 통화에 1만 분의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는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존 3G 스마트폰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LTE에서는 제한적인 데이터 요금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또 LTE 사용자가 쓰는 평균 데이터는 3G 스마트폰 사용자의 평균치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의 경우 약 45%, LG유플러스는 2배 정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LTE는 속도가 더 빨라 그만큼 더 빠르게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지난 12월 19일부터 KT가 진행하고 있는 ‘올레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정세일’에 10일여 만에 LTE폰 5만 대가 개통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데이터에 대한 목마름’에 때문이다. 이 행사는 2G 종료 연기로 LTE 시장에 나설 수 없었던 KT가 이벤트로 마련한 것으로 LTE 스마트폰을 3G 이동통신 요금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또 KT는 LTE 스마트폰에 3G 가입자식별모듈인 유심(USIM)을 끼우는 것을 허용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LTE폰은 LTE 요금제에만 쓸 수 있게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수익적인 측면 때문에 LTE 유심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SK텔레콤이 입장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텔레콤은 “LTE폰은 LTE 네트워크에 최적화돼 있으며 기존 3G 기술과 다르다. LTE 망과 단말기, 요금제가 일치해야만 완벽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심 개방을 미뤄왔다. 그러나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KT의 견제수단으로 유심 개방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G(2세대)에서 3G를 거치지 않고 바로 LTE로 넘어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유심 이동이 불가능하다.
2012년, 본격 LTE 시대가 열리자마자 시작된 통신 3사의 ‘4차대전’. 어느 곳이건 밀리면 끝장이니 조용한 날이 없을 듯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