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트위터폭력·자살…여기도 ‘학교지옥’
▲ 버스에 몸을 던져 자살한 뉴욕 여고생 커밍스와 아일랜드에서 이민 와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여고생 프린스(위부터). |
지난 12월 27일 저녁 무렵, 뉴욕 스태턴 아일랜드에 살고 있던 한 여고생이 달려오는 시내버스에 몸을 던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녀의 이름은 아만다 커밍스(15).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소녀는 6일 만인 지난 2일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소녀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까. 이에 커밍스의 가족들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녀가 이미 수년 전부터 반 친구들로부터 온갖 욕설과 비웃음을 당하고 있었고, 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삼촌인 키스 커밍스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커밍스를 괴롭혔던 아이들은 휴대전화, 신발, 재킷들을 빼앗아 가곤 했다. 심지어 칼을 들고 커밍스를 위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소녀의 페이스북에는 그동안의 고통스런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자살하기 몇 주 전부터 소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울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와 같은 글들을 여러 차례 올렸다.
심지어 하루는 ‘나는 자살할 것이다. 약을 먹거나 칼로 찔러서’라며 자살을 언급한 적도 있었다. 이밖에도 ‘미친 아이들이 나를 괴롭힌다(토요일 밤 나는 혼자 방에 앉아 울고 있다)’, ‘너무 지친다. 우울하다’ 등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괴로운 심정을 쏟아냈다. 그리고 자살하기 일주일 전에는 ‘준비가 끝나는 대로 여기서 벗어날 것이다. 이것도 이제 끝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소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뉘우치기는커녕 소녀의 죽음마저 개그 소재로 삼는 가해자들의 잔혹한 행태에 미국 사회는 더욱 충격에 빠졌다. 소녀의 페이스북 추모 페이지에는 여전히 소녀를 놀리거나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심지어 버스에 뛰어들어 자살한 소녀의 행동을 비웃거나 버스와 소녀의 사진을 합성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에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커밍스의 가족들은 “반드시 가해 학생들을 찾아내 법적 절차를 밟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의 경우 미성년자들이라는 점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아무리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아동권리법에 따라 대부분 형사처벌은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살할 경우,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벌을 하기가 모호하다는 점도 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집단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해서 적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의 권한을 침범한다거나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을 무조건 범죄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학교 측의 반발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집단 괴롭힘 현상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근래 들어 자살하는 학생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괴롭히다는 뜻의 ‘불링(bullying)’과 ‘자살(suicide)’이 합쳐진 ‘불리사이드(bullycid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은 매년 4400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이는 사망 원인 가운데 3위를 차지한다. 또한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14% 이상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7%는 실제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예일대학교의 설문조사 결과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2~9배 더 많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집단 괴롭힘의 실태를 조사하는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매달 25만 명이 학교에서 육체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30~60%는 인터넷을 통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ABC 뉴스>는 “16만 명의 학생들이 매일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SAFE’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단 괴롭힘은 대개 6~10학년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30%의 학생들이 과거 집단 괴롭힘을 당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괴롭혀본 적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인터넷과 휴대전화(문자 메시지)를 통해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의 폐해는 소셜커뮤니티사이트의 발달과 함께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피해 학생을 비웃거나 놀리는 글, 또는 혐오스런 사진을 올리거나 헛소문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자행되며, 때로는 문자메시지로 협박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사이버 불링’은 비단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방과 후 집에 와서도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점, 대개 익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왜 자신을 괴롭히는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2년 새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이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오하이오주의 멘토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에릭 모햇(17) 역시 집단 ‘사이버불링’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경우다. 안경을 벗겨 부러뜨리거나 밀치거나 교과서를 빼앗는 등 학교에서 당하는 괴롭힘은 그럭저럭 견뎌냈지만 ‘사이버불링’까지는 버거웠던 듯 소년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2010년 <뉴욕타임스>는 중학생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사이버불링’을 당한 적이 있으며,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 ‘집단 괴롭힘 예방법’을 제정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사이버불링’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집단 괴롭힘이 확산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집단 괴롭힘 사건 가운데 85%가 교사나 학교 관계자가 개입하거나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피비 프린스(15) 자살 사건’ 역시 학교 측의 무관심으로 벌어진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2009년 아일랜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프린스는 매사추세츠의 ‘사우스 해들리 고등학교’에 전학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바로 집단 따돌림 때문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린스는 아일랜드 억양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했으며, 미식축구부의 남학생과 잠시 교제한 것을 두고 다른 여학생과 다툼이 벌어진 후부터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괴롭힘은 교실, 도서관, 강당 등에서 벌어졌으며, 자살 사건이 벌어진 당일에는 방과 후 집으로 가고 있던 프린스에게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빈 깡통을 던지는 등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프린스 부모는 “이전 학교에서도 딸아이가 따돌림을 당했던 적이 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달라”고 학교 측에 부탁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더욱 유명해진 이유는 16~18세의 가해 학생 여섯 명이 이례적으로 검찰에 기소됐기 때문이었다. 미성년이란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던 종전의 사례와 달리 가해 학생들은 흉기를 사용한 폭행, 미성년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5월 모두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를 명령 받았다.
교사나 교직원들이 집단 따돌림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이유는 공연히 복잡한 문제에 끼어들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괜스레 학생들 싸움에 개입했다가 자신의 안전 역시 위협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대한 평판이 나빠져 행여 학교 기금이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한 그저 아이들의 성장통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교사들도 많다. 집단 괴롭힘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글렌 쿠처 매사추세츠 학교위원협회 이사는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과 악의적인 괴롭힘은 사실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가 나서지 않자 급기야 행동을 개시한 학부모들도 있다. 일례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13세 아들이 권총으로 자살해 충격에 빠졌던 브랜다 하이는 현재 청소년들의 자살을 감시하고 집단 괴롭힘의 실태를 알리는 ‘불리폴리스USA’를 조직하고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뒤늦게나마 긍정적인 전략을 세운 학교도 있다. 학생과 교사가 힘을 모아 괴롭힘을 당하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여지가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령 복도에 앉아 울고 있거나 혼자 밥을 먹는 학생이 눈에 띄면 몇몇이 그룹을 지어 이 학생을 보호해주는 식이다.
퓰리처상 수상 기자인 루신다 프랭크스는 “교사와 학교가 침묵을 깨야지만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학교 측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유명인사들 ‘왕따’ 극복기
클린턴, 놀리던 덩치에 ‘원펀치’
▲ 엠마 왓슨
지난해 엠마 왓슨이 브라운대학을 돌연 중퇴하자 사람들은 “집단 놀림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수군댔다. 왓슨이 교수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마다 몇몇 학생들이 “그리핀도르에 3점!”이라며 짓궂게 놀려댔다는 것이다. ‘그리핀도르’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왓슨이 배역을 맡았던 헤르미온느가 소속된 기숙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왓슨은 “사실이 아니다. 그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학업을 그만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녀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집단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 브라운대학에서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 빌 클린턴
어린 시절 비만아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뚱뚱한 몸매와 촌스런 옷차림 때문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종종 놀림을 당하곤 했다. 하루는 YMCA 댄스반에서 한 덩치 큰 소년이 ‘바지가 이상하다’며 클린턴을 놀려댔다. 하지만 클린턴은 그런 일로 주눅이 드는 소년이 아니었다. 클린턴은 자신보다 키가 컸던 그 소년에게 보기 좋게 주먹을 날렸으며, 이로써 오히려 이 소년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됐다.
▲ 타이거 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또래 아이들로부터 인종 차별적인 놀림을 당했다. 유치원에 등교한 첫날에는 나이 많은 형들에게 붙잡혀 나무에 묶인 채 조롱을 당하기도 했으며,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즈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매우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애완견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 해리 왕자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놀림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해리 왕자는 붉은 머리 때문에 학창 시절 놀림을 당하곤 했으며, 이런 놀림은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전 여자친구는 그를 가리켜 ‘빅 진저(빨강머리)’라고 놀렸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군복무 시절에는 동료들로부터 ‘진저 불렛 마그넷(총알을 부르는 빨강머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 마이클 펠프스
16관왕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심지어 멀쑥한 키와 커다란 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발음 때문에 종종 친구들에게서 놀림을 당했다. 심지어 담임교사까지도 펠프스의 부모에게 “너무 산만해서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펠프스의 트레이너는 “그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데 1등인 선수다. 기분이 나쁘건 좋건 항상 목적한 바를 이뤄낸다”며 칭찬했다. [영]
클린턴, 놀리던 덩치에 ‘원펀치’
지난해 엠마 왓슨이 브라운대학을 돌연 중퇴하자 사람들은 “집단 놀림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수군댔다. 왓슨이 교수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마다 몇몇 학생들이 “그리핀도르에 3점!”이라며 짓궂게 놀려댔다는 것이다. ‘그리핀도르’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왓슨이 배역을 맡았던 헤르미온느가 소속된 기숙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왓슨은 “사실이 아니다. 그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학업을 그만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녀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집단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 브라운대학에서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비만아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뚱뚱한 몸매와 촌스런 옷차림 때문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종종 놀림을 당하곤 했다. 하루는 YMCA 댄스반에서 한 덩치 큰 소년이 ‘바지가 이상하다’며 클린턴을 놀려댔다. 하지만 클린턴은 그런 일로 주눅이 드는 소년이 아니었다. 클린턴은 자신보다 키가 컸던 그 소년에게 보기 좋게 주먹을 날렸으며, 이로써 오히려 이 소년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또래 아이들로부터 인종 차별적인 놀림을 당했다. 유치원에 등교한 첫날에는 나이 많은 형들에게 붙잡혀 나무에 묶인 채 조롱을 당하기도 했으며,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즈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매우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애완견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놀림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해리 왕자는 붉은 머리 때문에 학창 시절 놀림을 당하곤 했으며, 이런 놀림은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전 여자친구는 그를 가리켜 ‘빅 진저(빨강머리)’라고 놀렸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군복무 시절에는 동료들로부터 ‘진저 불렛 마그넷(총알을 부르는 빨강머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16관왕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심지어 멀쑥한 키와 커다란 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발음 때문에 종종 친구들에게서 놀림을 당했다. 심지어 담임교사까지도 펠프스의 부모에게 “너무 산만해서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펠프스의 트레이너는 “그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데 1등인 선수다. 기분이 나쁘건 좋건 항상 목적한 바를 이뤄낸다”며 칭찬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