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음’ 오류로 각종 복지 급여·보조금 지급이 늦어져…사회복지직은 민원에 시달려 스트레스 가중
정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에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신형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끊임없는 오류에 복지 업무가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복지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복지 업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민원인의 항의가 이어지자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 또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정부 복지사업의 필요정보를 연계해 관리하는 복지정보 통합행정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자체 공무원용 ‘행복이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희망이음’ △대국민 서비스 복지로 등 3개로 구성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대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 총 4차례 나눠져 개통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1차 개통은 복지로와 복지멤버십의 차세대 시스템 개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어 지난 6일 2차 개통은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이용하는 업무시스템인 행복이음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2차 개통 후 행복이음 시스템 오류로 전반적인 복지 업무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행복이음은 개인의 재산·소득·인적상황을 분석해 정부 보조금 등 복지서비스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복지대상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 등 복지행정 업무를 진행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행복이음 오류로 복지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A 씨는 “(정부에서) 시스템 보수로 고생이 많겠지만, 안 되는 시스템 붙잡으면서 민원 오신 분들 달래드리고 해명하고 있는 건 일선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라며 “이렇게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상태에서 개통을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게시판인 ‘복지광장’에는 지난 6일부터 시스템 오류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또 다른 사회복지전담공무원 B 씨는 “어느 한 부분만 오류가 나는 게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자 조사표 미생성, 장애인복지카드 접수 오류, 맞춤형 급여 접수 불가 등 모든 복지 업무가 막혔다”며 “시스템 오류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구형 시스템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행복이음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자 복지 현장에선 ‘복지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각종 복지 급여와 보조금 지급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지급된 생계급여와 장애인연금, 한부모지원금 등 1차 정기급여 대상자 499만 명 중 22만여 명이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홈페이지에는 ‘한부모가정 지원금 전산오류 미지급건’ ‘장애인 차량 등록 전산 장애 관련’ 등 오류로 인해 문의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일선의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차세대 시스템이 열린지 3주가 다 되어간다”며 “고등학생 부모가 첫만남이용권으로 유모차를 구매하려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자격책정이 안 돼 없는 살림에 본인 돈으로 유모차를 샀다. 또 대입 수시원서를 써야 되는 수험생도 자격책정이 안 돼 저소득전형으로 원서를 못 썼다. 희귀질환자인데 의료급여 산정특례 등록이 안 돼 치료 받는 데 지장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피해를 국민들이 감수를 해야 합니까. 어떻게 보상할건가요?”라며 “피해 받는 민원인분들, 직원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라며 “사태에 위급성과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부디 빠른 조치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구형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구형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형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신형 시스템을 모두 이용하면 일이 이중으로 늘어난다”며 “그렇게까지 (공무원들이) 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형 시스템 오류에 대해선 개선 조치 중”이라고 덧붙였다.
행복이음 오류의 문제는 복지 공백 우려뿐 아니다. 현장에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스트레스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복이음 오류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민원인의 재산 및 소득을 확인해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민원인들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직접 항의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어떤 공무원 분은 ‘민원인이 칼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며 “시스템 마비로 (시스템) 담당자에게 전화하면 받지 않고, 민원인 항의도 우리가 들어야 하니 정말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홈페이지에도 ‘시스템 불안정화로 욕먹는 건 어디에 문의해야 하나요?’ 등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복지 업무 마비가 지속되면서 보건복지부를 향한 원성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 차세대 시스템 구축 대신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획재정부 출신 조규홍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복지 시스템 마비로 일부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은 소득 확인이 안 돼 생계급여를 못 받고 한 달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복지가 필요한 이들은 아우성 치는데 정부는 경제관료 출신 후보자를 앉히는 것부터 일선 복지 현장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복지 사각지대 줄이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현장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 조치를 내릴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우리 사회의 고립된 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행복이음도 정상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