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누르려다 ‘거품’만 부글부글
▲ 삼성전자의 하우젠 은나노 세탁기 CF(위)와 LG전자 트롬 스팀 세탁기 CF의 한 장면. 최근 물세탁만으로도 세균이 99.9% 제거된다는 소보원의 발표가 알려지면서 드럼세탁기 시장이 시끌시끌했다. | ||
트롬에도 은나노 성분이 있지만 이는 은(銀) 성분을 세탁조에 코팅하거나 합성수지에 넣어 성형한 방식인 반면 하우젠은 은판에 전기를 흘릴 때 녹아나오는 은이온 성분을 세탁물에 직접 침투시켜 살균하는 방식이다.
이 ‘은이온 방식’의 효과를 두고 두 업체는 계속 공방을 벌여 왔다. LG전자는 “세탁시 스팀세탁으로도 충분히 살균효과가 있어 은나노 기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트롬의 경우는 세탁조에만 은나노 코팅을 해 곰팡이와 세균을 막기 위한 용도로만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팀기능은 세탁을 더 잘 되도록 보조하는 기능이지 은이온처럼 살균까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이온 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미생물학연구실에 실험을 의뢰했다. 시중 대중음식점 3곳의 물수건을 수거해 세제 없이 하우젠 드럼세탁기로 세탁하자 세균이 99.9% 이상 제거됐다는 실험결과를 9월14일 발표했다.
그러자 LG전자측은 즉각 “삼성전자가 은나노 드럼세탁기로 물수건을 99.9% 이상 살균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해 4월 의류시험연구원이 일반세탁기로 냉수를 이용해 세제 없이 세탁한 결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이후 논쟁은 올해 5월 시작한 소보원 실험 결과가 발표될 11월까지 잠시 잠잠해지는 듯했다. 소보원은 트롬과 하우젠 제품과 대우일렉의 드럼세탁기, 월풀의 ‘바흐네트’ 등 4개 제품을 비교실험했다. 대우일렉은 지난 8월 스팀세탁기를 출시했기 때문에 당시 실험에는 일반 드럼세탁기가 사용되었다.
소보원은 지난 17일 발표를 통해 “각 업체의 제품으로 세제 없이 물만으로 세탁해도 세균이 99.9% 이상 제거되었다. 은나노 기능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LG전자는 이 발표내용에 대해 “은나노 기술이 세탁기에 굳이 필요한 기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삼성전자의 은나노 기술은 소비자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신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삼성전자를 공격하고 나섰다.
LG전자가 소보원의 결과를 반기자 삼성전자는 “LG전자측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 소보원의 발표대로 물세탁만으로도 세균이 없어진다면 LG전자가 내세우는 스팀세탁도 필요없는 기능이 아닌가”라는 반응이다. 경쟁사 발목을 잡기 위해 스스로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소보원 실험결과 발표가 있던 기자회견장에서 따로 배포한 자료를 통해 “하우젠의 은나노 기술은 세균을 99.999% 수준까지 제거할 수 있음이 서울대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다. 1억 마리 세균 중 99.9%가 제거되면 10만 마리가 남지만 99.999%는 1천마리 수준을 말하다. 소보원의 발표처럼 99.9% 수준이라는 것은 세탁기 성능의 차이를 구분하기에는 막연한 기준이다”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실험시에 오염포 전체의 세균수를 다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을 샘플링해 세균수를 센 뒤 전체의 수치를 평균치로 예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99.9%나 99.999%나 오차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무의미한 구분이다”며 재반박했다.
전통적으로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드럼세탁기의 경우 LG전자의 트롬은 7월 한때 삼성전자의 하우젠 판매량의 두 배까지 육박할 정도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우젠과 트롬의 판매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한편 대우일렉은 지난 8월 스팀세탁기를 출시해 삼성과 LG를 추격하고 있다. 후발주자가 돼버린 대우일렉의 클라쎄(Classe)는 상하 2중 스팀분사방식과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