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들 “대구 수성못, 우리 품으로 돌려주오”
- 김채훈 대표 "수성구민 이용하고, 구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성못'…구민 품으로 돌아와야"
- 수성못 소유권 둘러싼 대구시·수성구청-농어촌공사 갈등
- 농어촌공사 대구 달성지사 "본사 지침에 따라 시, 수성구와 상생관계 위해 조율할 것"
[일요신문] "수성못을 수성 구민의 품으로!"
18일 오후 8시께 대구 수성못에서 지역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 같이 외쳤다.
이날 청년들은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조그마한 현수막을 치고 팻말을 테이블에 올렸다. 수성못의 바람에 현수막이 자꾸 넘어졌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며 집회를 이어갔다.
한켠에선 수성못의 야경을 배경으로 통기타를 켜며 버스킹을 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집회를 주관한 학생은 경북대 2학년 김채훈씨. 평소 김 씨는 친구들과 수성못 산책로를 거닐며 학업과 취업 등에 대한 걱정을 푼다고 한다. 이런 김씨에게 수성못에 얽힌 여러가지 갈등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김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수성못에 그런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이런 수성못 현안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집회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성구민이 이용하고, 수성구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성못이다. 하루빨리 수성구로 이관돼 수성구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수성못의 소유권을 둘러싼 대구시와 농어촌공사의 갈등이 깔려있다.
수성못(壽城못)은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못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대구 도심 대표적 핫플레이스 중 하나이다.
조경과 삼림이 잘 갖춰진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자연을 만끽하는 곳으로, '수성못역' 대구도시철도 3호선 등 초역세권이면서 카페, 식당, 주점, 노래방 등도 둘러싸고 있어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이다.
하지만 현재 수성못은 농어촌공사 소유지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된 수성못이 해방 이후 국가 소유로 승계되면서 부터다. 1970년대까지 논과 밭으로만 이뤄졌던 수성못 일대는 1975년 개설된 들안길 삼거리가 1984년 두산네거리로 확장되면서 대형식당들이 들어섰고 현재의 들안길 먹거리타운도 형성됐다.
과거에는 농업용 저수지가 맞다. 하지만 현재는 자연친화적 도심 관광지로 탈바꿈됐고 저수지로써의 기능은 상실했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소유권 이전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특히 수성구청의 로고 중 파란색 타원은 수성못을 상징한다. 좌측의 노란색 타원형 상단 돌출 부분은 수성못의 섬을 나타낸다. 더이상 저수지 역할이 아닌 도심관광지로 거듭난 수성못이 수성구청의 소유가 아닌 것은 억지다라는 것은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앞서 2018년 9월 농어촌공사는 대구시와 수성구청을 상대로 수성못 일대 부지를 무단 점유했다며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점유 대가로는 각각 20억 2000여만원, 1억 2000여만원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농어촌 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양측 모두 항소하면서 2심이 지난달 22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대구 달성지사 관계자는 "대구시, 수성구, 농어촌공사 간 소송과 재산세 부과 건 등이 맞물려 있어 현재로선 지사에서 결정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향후 본사 지침이 있으면 시, 수성구와 상생관계를 위해 조율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담당자는 "대구시가 공사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송, 세금 등 여러가지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지금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시와 긴밀히 상의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구시 해당부서 관계자는 "농업기반(수성못) 시설이 아니고 공공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 이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수성못이 농업 기반 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고 무상 양여를 주장하며, 법개정 등을 비롯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된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한 바 있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