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여왕’ 가리기 선행 경합이 변수
▲ 지난해 11월 13일 벌어진 혼3 1400m 경주에서 자이카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
참가대상은 2군 이하의 외산 및 국산마 암말로 연령에 제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총 상금 2억 원을 놓고 20조의 자이카와 행운파티, 44조 원더데이, 49조 마이티마미, 53조 라온제나 등 10여 두의 마필이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빠른 말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3세마의 경우 52kg, 4세 이상은 54kg의 부담중량을 짊어지게 된다. 지난해 우승마는 외1군에 올라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11조의 깍쟁이. 신형철 기수가 선입전개로 1분 29.9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해마다 국내외산 대표급 암말을 탄생시켜온 대상경주인 만큼 이번 대회에 쏟아지는 경마팬들의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과천벌 최고의 중거리 ‘프린세스’의 명예는 과연 어떤 말이 차지하게 될지 미리 전력을 훑어봤다.
출주마 중 단연 관심을 끄는 말은 20조의 대표 암말인 자이카. 선입도 가능하나 선행으로 나설 때 더 괴력을 발휘하는 말로 최근 외2 1900m 경주에서 선행으로 일순해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행으로 나섰을 때의 패배는 지난해 혼4 1200m 경주에서 외1군 최강자로 떠오른 스마티문학에 1과 3/4 마신 차로 2착을 한 것이 유일하다. 빠른 말이 다수 출주하는 경주이니만큼 선행 여부가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선입력도 뒷받침되는 말이라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3일 혼3 1400 경주에선 초원의별 등 빠른 말들 사이에서 선입으로 끈끈한 걸음을 보이며 1분 28.8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18일 벌어진 혼3 1800m 경주에서 행운파티가 선행으로 나서 우승을 차지했다. |
비록 행운파티에 한 차례 패배를 기록하긴 했으나 49조 마방의 마이티마미도 잠재력이 큰 우승권 근접마로 평가되고 있다. 5전 만에 외2군으로 승군한 기대주로 빠르고 선입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1400m 경주에 두 번 출주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100%의 복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1월 15일 혼3 1400m 경주에선 12번 게이트서 53kg 부중의 조경호 기수가 기승해 선입 전개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뒷걸음이 다소 무뎌지긴 했으나 근성을 발휘해 1분 28.3초의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44조 마방의 외3군마 원더데이는 이번 대상경주의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신예마다. 4전밖에 안 치렀지만 계속 경주력이 향상되고 있고 뒷심을 겸비한 선입 강마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5일 혼3군 1400m 경주에선 선입으로 좋은 뒷걸음을 보이며 우승마인 마이티마미에 목차로 2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말로 평가받고 있다.
19조 마방의 외2군마 특별환희의 경우 빠른 말들이 지나친 경합으로 결승선을 앞두고 걸음이 무뎌질 경우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복병마로 거론되고 있다. 초반엔 다소 느리나 추입력이 좋은 데다 장거리 경주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이다. 1400m 경주에는 지난해 4월과 8월 두 번 출주해 모두 추입으로 4착을 기록했는데 당시보다 전력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방에선 2월 1일부터 일찌감치 정성을 들여가며 조교를 시작하는 등 이번 대상경주를 착실히 준비해왔다.
40조 마방의 외2군마 골든삭스는 전력상 다소 열세지만 선행에 나서면 걸음이 더 나오는 빠른 말이라 경주전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복병마로 꼽힌다. 앞선에서 자이카, 행운파티와 함께 골든삭스가 선행경합에 뛰어들어 빠른 레이스를 이끌 경우 의외의 경주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8월 27일 혼3군 1400m 경주에선 1번 게이트서 문정균 기수가 선행에 나선 뒤 그대로 일주해 1분 27.7초의 호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경주서 최범현 기수가 기승해 추입을 시도한 특별환희와는 약 2와 1/2 마신 차이가 났었다.
49조 마방의 외2군마 포르투나타는 이번 출주 예상마 중에서 지난해 세계일보배 대상경주에 나왔던 경험이 있는 유일한 말이다. 당시 8착을 기록하는 등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기본 능력과 관록을 보유한 데다 선추입이 자유로워 전개가 잘 풀릴 경우 의외의 성적을 낼 수 있는 말로 꼽히고 있다.
또한 53조 마방의 외2군마 라온제나는 근래 몇 경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출주마 중 1400m 경주 경험이 풍부하고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경주 당일 컨디션을 점검해봐야 할 말로 거론되고 있다. 그간 1400미터 경주에 3번 출주해 선입으로 모두 3착을 기록할 정도로 끈끈한 선입력을 보였던 말이다.
이번 대상경주는 자이카, 행운파티의 ‘2강’ 구도에 원더데이와 마이티마미 등의 잠재력 우수마들이 도전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기본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경주 당일의 날씨와 주로 조건, 각 마필의 컨디션과 기수 및 전개 작전에 따라 승부의 궤가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자이카와 행운파티, 걸출한 두 마리의 선두권 마필을 대상경주에 출주시키는 20조 마방이 어떤 작전으로 경주에 나설지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선행과 추입이 다 통하는 경주거리로 평가받는 1400m 경주에서 과천벌 최고의 힘쎈 여왕은 누가 될까.
이장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