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추가 연루자 등장, 이런 게임을 돈 주고 봤다니
▲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구계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 |
프로배구 승부조작 의혹 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첩보를 통해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프로스포츠계에 공공연한 비밀로 전해져 오던 불법 사설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한 ‘승부조작설’에 대해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 왔다.
첩보를 수집한 검찰은 지난 1월 28일,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은퇴한 염 아무개 씨를 체포했다. KEPCO45 소속으로 수비의 핵심인 리베로로 활약한 염 씨는 브로커 강 아무개 씨의 부탁을 받고 2009~2010시즌 V리그 경기에서 일부러 실수를 하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검찰 수사는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2월 3일 전·현직 배구 선수 2명을 추가로 구속한 데 이어 8일 상무신협과의 2011~2012 V리그 경기를 위해 숙소를 나서던 KEPCO45 소속 선수 2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승부조작 사건이 보도되자 검찰이 긴급히 체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선수 및 브로커의 진술을 통해 두 선수를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이미 구속된 브로커 강 씨 외에 사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 2명의 진술을 토대로 국군체육부대(상무) 배구팀과 여자 프로리그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무 시절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의 자백이 나오면서 상무가 승부조작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월 9일 삼성화재 홍 아무개 선수는 프로배구연맹의 지시로 구단 자체 조사가 시작되자 신치용 감독과 면담을 갖고 상무 시절 승부조작에 두 차례 가담했다고 털어놓았다. 2009년 5월 상무에 입대해 2011년 초에 제대한 홍 선수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가로 경기당 400만 원씩 모두 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신협에서는 자진 신고자도 나왔다. 상무의 현역인 최 아무개 선수가 부대에서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는 브로커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아 선수를 매수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 2월 10일 대구지검 강력부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상무 소속 선수(2명 이상)에 대한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홍 선수는 2009∼2010, 2010∼2011 두 시즌을 상무에서 뛰었고, 최 선수는 2010년 상무에 입단해 2010∼2011시즌을 홍 선수와 함께 뛰었다.
현재까지 승부조작 사건은 두 시즌 이상에 걸쳐, 2개 구단 이상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승부조작에 연루돼 자진 신고하거나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은 2월 12일 현재 선수와 브로커를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8일 승부조작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후 나흘 사이에 연루자가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자고 일어나면 추가 연루자가 나왔던 지난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건과 흡사하다. 따라서 검찰은 상무에서 뛰었던 다른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범위를 확전시키고 있어 승부조작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배구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지목된 상무신협은 올 시즌 잔여경기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월 11일 한국배구연맹은 “상무에서 어제(10일) 오후 ‘승부조작 사태에 연계돼 유감이다. 현 상황에서 상무가 V리그에 참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상무 시절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검찰은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를 통해 여자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 프로스포츠계에서 승부조작 가담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 추이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과연 프로축구에 이어 대규모 조직적 승부조작 사태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배구계 승부조작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스포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 축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의 원흉은 불법 도박 사이트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무관하다. 일요신문DB |
문제는 사설 도박 사이트야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이후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계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설이 흉흉하게 나돌았다. 그 근원지는 사설 불법도박 사이트들이었다.
합법적인 스포츠복표에서 승부조작이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배구가 꼽힌다. 단순히 승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세트스코어와 세트별 점수차를 모두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승부조작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사설 불법도박에선 게임 형태가 훨씬 다양해 조작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사설토토 이용자는 “공식 스포츠토토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베팅 방식 때문에 조작이 가능하다. 합법적인 스포츠 복표에 없는 특정 선수의 서브 에이스 횟수, 속공 및 후위공격 등의 공격 형태의 유무를 놓고 베팅을 하기 때문이다”며 “한마디로 단 한 명의 선수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