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수뢰에 오누이 암투 ‘막장’
▲ 수원여자대학교 노조가 2011년 5월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재단에 대한 감사촉구 시위를 펼쳤다. 사진제공=수원여자대학 노조위원회 |
여기에 대학 경영권을 놓고 남매지간인 총장과 부학장이 암투를 벌여 대학 운영은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여대는 교권 침해와 교직원에 대한 인권 유린도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을 장악한 채 전횡을 일삼아 온 사학 재단 일가의 비리를 파헤쳐 봤다.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여대는 최근 2년 새 총장이 3번이나 바뀌었다. 얼마 전에는 이 대학 전 이사장의 아들이자 대학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 아무개 씨가 총장 자리에 올랐다. 이 총장은 지난 2010년 4월 뇌물수수로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또 현재 검찰에서는 2010년 1월 이 총장이 교내 전산장비 납품 계약 과정에서 업체와 짜고 1억 4000만 원을 배임 및 횡령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상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해서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또 수원여대 인사규정에도 직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준용 원칙에 따라 당연 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단 일가족의 족벌 경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수원여대는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이 씨가 총장으로 등극한 상태고, 수 해 동안 그의 어머니는 이사장, 누나는 부학장을 맡아 사실상 대학 경영권을 장악했었다. 과거 외부에서 발탁한 총장이 있었지만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수원여대 재단비리는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2009년 공 전 교육감에 대한 검찰조사 과정에서 우리 대학 비리 건이 발견돼 이 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기획조정실장 시절 대학건물증축 과정에서 전기공사 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2009년부터 2010년 1월까지 총 2억 5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결국 이 총장은 2010년 4월 검찰에 구속돼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의 벌금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 총장이 벌금형에 그치자 학교에서는 모종의 거래설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이 학교의 또 다른 비리를 폭로하는 대가로 감형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총장의 비리 건 직후 이사장과 부학장이 또 다른 비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소문을 부추겼다.
2010년 4월 이 아무개 전 부학장은 아동교육종합정보구축센터를 건립하면서 특정업체를 위해 입찰공고문을 수차례 변경하고, 업체로부터 4억 원을 전달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이 전 부학장은 법정탄원서를 통해 “모든 일은 어머니가 시켜서 했다”고 밝히면서 최 아무개 전 이사장의 비리까지 드러났다. 결국 2011년 5월 최 전 이사장은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징역 1년, 이 전 부학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동생이 누나의 비리를 폭로하고, 딸은 어머니의 비리를 폭로하는 막가파식 재단 일가의 비리 폭로전 뒤에는 대학 경영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업실패 후 2003년 9월 당시 대학 기획조정실장으로 복귀한 이 총장은 복귀와 함께 전횡을 일삼았다. 이 총장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앉히기 위해 기존의 직원들을 쫓아냈다. 심지어 이 총장이 복귀할 때 교직원들 사이에는 살생부가 나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 총장이 복직한 이후 그해 말까지 5명의 교직원이 퇴직했다. 더군다나 이 모든 일은 전화 한 통으로 처리됐다는 점에서 교직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처장이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전화해 “실장이 사직서를 받으라고 했다”며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이 총장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교수는 논물 표절로 몰아 내쫓고, 교직원들은 ‘뇌물 먹었다’며 모함을 해 내쫓았다고 한다.
교직원 퇴출 작업과 동시에 이 총장 측근들의 복귀 작업도 진행됐다. 2004년 3월 이 총장의 오른팔로 통했던 서 아무개 씨는 기획팀장으로, 이 아무개 씨는 자산관리팀장으로 각각 복귀했다.
이처럼 이 총장이 기존 교직원들을 내쫓고 자기 사람들을 앉힌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장은 학교로 복귀하면서 건설업체 사장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여대 캠퍼스 2곳의 주차장 사업을 이 업체가 맡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총장은 자신의 심복인 이 팀장에게 주차장사업을 맡겼다.
문제는 이 팀장이 주차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총장의 실소유로 추정되는 전기공사 업체를 끌고 들어와 중복 계약을 맺고 공사대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최초 42억 억 규모의 주차장 사업은 설계변경을 거쳐 112억 원 규모로 뻥튀기 됐다. 이 같은 비리 의혹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2010년 10월 민원제기로 실시된 교과부 감사 결과, 2억 1000만 원을 업체로부터 환수하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복귀 후 자기 사람을 심어가며 대학경영의 전권을 장악해 가던 이 총장에게 암초가 등장했다. 어머니인 최 전 이사장이 아들의 전횡이 심해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 총장의 누나인 이 씨를 2005년 1월 부학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후 실권은 이 전 부학장에게로 넘어갔고, 이 총장은 점점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이 총장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중상모략이 벌어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장은 부학장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갖은 술책을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학장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내용을 빼내고, 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감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직원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심각할 정도였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성품이 좋은 척하는 이 총장은 항상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8년 1월 한번은 만취가 된 채로 학교로 온 이 총장(당시 기획실장)이 여교수 3명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이들 교수들은 모두 원로급으로 이 총장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 총장은 교수들에게 ‘앉았다 일어나’를 시키고 욕설을 퍼부었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일로 당시 이사장이었던 최 전 이사장이 교수들에게 사과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수원여대 현황 보고서에는 이 총장의 인권유린 사례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문서에는 2009년 12월 직원 송별회 자리에서 이 총장이 직원들에게 욕설과 함께 모욕감을 줬던 것으로 적시돼 있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인들이 생각하기에 대학 교직원하면 ‘신의 직장’에 다닌다며 부러워 하지만 실상은 재단 일가의 개나 다름없다”며 씁쓸해 했다.
이 총장의 월권행위는 또 있었다. 이 총장은 기획실장 시절에 총장을 실장실로 오라가라하며 업무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도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였다. 2010년 11월 뇌물수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 총장에 대해 교과부에서 해임 조치가 내려지자 이사회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으나 이마저도 이 총장의 개입으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대학 측은 “경찰의 일방적인 수사결과 발표에 수긍할 수 없다. 진행되고 있는 검찰 조사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교수와 직원에 대한 욕설 및 폭언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거와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