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에 맛들려 ‘허우적’
‘주식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한 고교생이 지난 2010년 한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서 고교생 최초, 최연소 우승을 한 뒤 남긴 소감이다. 그 해 3월부터 5월까지 약 8주간 진행되었던 대회 기간 동안 그가 올린 수익률은 자그마치 247.93%였다.
불행히도 그 주식천재는 바로 ‘북한 경수로가 폭발했다’는 유언비어 등 허위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며 증권가를 놀라게 한 김 아무개 씨(19). 지방 국립대 1학년생인 김 씨는 주가조작의 핵심인 ‘작전 설계자’의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저히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김 씨는 어릴 적부터 이미 예사롭지 않은 학생이었다. 서울의 D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할 만큼 비상한 머리를 가진 그에게 주식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내겐 꿈이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주식투자를 통하여 실물경제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이 분야에 관심 그 이상의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가 지나친 것이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학원비나 벌어보려고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이내 주식이 반 토막 나버렸다고 한다.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가조작의 길에 빠져들게 된다. 김 씨는 고3이 되던 2010년, 결국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그래도 주식은 그에게 대학문을 열어줬다. 입학사정관제도 통해 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
입시 당시 김 씨를 기억하는 한 입학사정관은 “그 학생은 저소득층 입학전형으로 지원했다. 아주 착했고 주식 관련 기사 스크랩을 많이 했던 학생이었던 걸로 안다”며 단번에 그를 기억했다. 이어 그는 “제법 많은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던 학생으로서 굉장히 성실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이처럼 좋은 평가를 져버리며 대학생활을 주가조작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초 메신저를 통해 이번 주가조작 공범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김 씨의 경우 실형을 살고 나오더라도 또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증권가 몇몇 사람들은 벌써부터 스카우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연 범죄와의 심리전을 이기고 다시 주식천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박상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