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등 조직적 수업 방해 시달려온 여교사 사망 충격, 다양한 사례 보고…당국 적극 단속 공표
얼마 전 중국 허난 지역 여교사 리우한보가 인터넷 강의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리우한보의 딸 샤오왕은 “엄마가 생전에 한 달 가까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면서 수업 영상 여러 편을 공개했다.
여기엔 생방송 도중 한 남성이 채팅 창에 들어와 음성으로 욕설을 하고, 노래를 크게 트는 등 수업을 방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수업료를 내고 아이디를 부여받은 사람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남성은 해킹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왕은 “(엄마는) 병력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올해 46세인 리우한보는 20년 동안 교편을 잡아왔다. 한 제자는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했던 스승”이라면서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다. 샤오왕은 “엄마가 10월 중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생방송에서 모욕적인 언어를 들었다. 수업을 30분 앞당겨 끝내곤 했다. 학교에 이런 상황을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그들의 수업 방해는 계속됐다”고 했다.
10월 28일 리우한보의 수업 때 또 다시 한 무리들이 들어와 욕설을 했다. 이날이 그녀의 마지막 수업이 됐다. 샤오왕은 “엄마를 괴롭히던 무리들이 아직 인터넷 공간에 숨어 있다. 그들을 검거할 수 있도록 제발 도와 달라”는 요청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허난교육청은 공안기관과 함께 이 사건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리우한보 사망과 해킹 간 구체적인 연관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용의자를) 입건한 것 맞다”면서 “악의적인 인강 해킹으로 인한 문제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산업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강 폭파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9월 무렵부터다. 개학시즌을 맞았지만 상당수 학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실시했다. ‘인강 침입자’들의 세상이 온 셈이다. 이들이 ‘인강 폭파’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대부분 ‘장난’에서 시작된다. 수업을 듣기 싫은 학생이 지인들에게 수업 방해를 요청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교사는 “해킹이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대부분 내부 조력자가 있다. 인강에 침입하기 위해선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를 내부의 누군가로부터 받아서 들어온 후,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시로 경고하고 있지만 내부자를 찾아내긴 어렵다”면서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고 있는 지금, 보호 메커니즘을 마련하지 못하면 학생과 교사 모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소년 심리전문가 왕취팡은 “인강 폭파 대부분이 플랫폼 허점을 악용해 수업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일부 ‘키보드맨’들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인터넷 기술 등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이를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잘 다뤄야 할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인강 폭파를 장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듯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방범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일상생활에서 한 대 얻어맞는 것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리우한보 사건처럼 누군가에겐 견디기 힘든 일이다.”
리우한보의 죽음 이후 온라인상에는 다양한 인강 폭파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어 교사 장민민도 알 수 없는 수업 방해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 학생들이 인강 고유 번호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물어보니 “수업하기 싫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민민에 따르면 인강 폭파에도 단계가 있었다. 우선 초급은 음악이나 소음을 틀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중급은 선생에게 욕설을 하거나 음란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단계의 인강 폭파는 계정을 해킹한 뒤, 교사들의 수업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다. 장민민은 “수업을 듣는 언더커버를 조기에 발견하는 일이 관건이다. 이들이 외부로 수업 정보들을 흘린다. 온라인 수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올해 2월 중국인터넷정보센터가 발표한 ‘중국 인터넷 발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 이용자 규모는 3억 4200만 명이다. 인강 폭파가 더 이상 소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누구도 인강 폭파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앙인터넷정보국은 ‘사이버 폭력 실효관리 강화 고시’를 발표해 이를 적극 단속하겠다고 공표했다.
가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점 때문에 법적 처벌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정법대의 뤄샹 교수는 “법에 대한 오해다. 수업 침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부모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 만약, 성인들이 형사책임이 없는 미성년자를 앞세워 인강 폭파를 기획했다면, 이는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후난성 리요법류사무소 위안팡쥔 주임도 “온라인 수업 중 공공연히 타인을 욕하고 인격을 비하했다면 이는 치안관리처벌법 위반이다. 단순히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라면서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위자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도 민사소송을 피할 순 없다”고 했다.
위안팡쥔은 리우한보 사건에 대해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형법 246조는 남을 모욕하거나 사실을 날조해 남을 비방했는데, 그 정황이 엄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리우한보를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침입자들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