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8일 방송되는 MBC '다큐플렉스'는 '그때 나도 거기 있었다'는 2부로 꾸며진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 여정에서 단연코 손꼽히는 경기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다. 당시 '빗장수비'로 유명했던 이탈리아의 화려한 면면부터 연장전까지 이어졌던 치열한 경기 그리고 무엇보다 극적이었던 안정환의 골든골 순간까지 이탈리아전은 월드컵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가장 또렷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축구 강국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안정환, 최진철 선수가 직접 출연해 잊을수 없는 기억을 나눈다. 당시 이탈리아의 비에리 선수를 전격 마크했던 최진철은 비에리 선수와의 헤딩 경합 순간을 설명하며 이탈리아팀 유니폼에 얽힌 재미난 사연도 공개한다.
안정환은 골든골 당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면서 슬로우비디오를 보듯 당시 골든골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게다가 안정환의 골든골을 바로 뒤에서 지켜본 황선홍의 증언까지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16강전에 대해 이탈리아전 주역들의 입을 통해 가장 섬세한 묘사와 함께 설명을 들어본다.
이번 다큐에는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 시대의 흐름과 함께했던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도 다수 출연한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극지 연구를 하며 어렵게 월드컵을 시청했던 정호성 박사. 미국전 당시 누구를 응원할지 끊임없이 눈치 줄다리기를 했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Jeffrey Jones)회장의 이야기까지 또 여자축구 국가대표인 전가을 선수도 출연해 당시 중학교 축구선수 꿈나무 시절 전지훈련을 떠나 친구들과 이탈리아전을 시청한 경험을 나눈다.
배우 문소리와 가수 이승윤도 출연해 월드컵에 관한 특별한 후일담을 들려준다. 특히 문소리는 홍명보 선수와의 특별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였던 문소리가 홍명보 앞에서 맥주만 주구장창 들이킨 수줍은 추억이 본 다큐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가수 이승윤도 서울의 한 극장에서 16강전을 지켜봤던 이색 경험을 전한다. 이탈리아전에서 한국팀의 골이 터지던 순간 이승윤이 목격했다는 극장의 생생한 풍경을 직접 들어본다.
2002년 5월 월드컵 개막 한 달 전 경주에는 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차려졌다. 작은 도시 경주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경주 전역이 술렁였고 그 가운데에는 가장 먼저 대표팀 숙소 앞으로 달려가 진을 치고 열렬히 환호를 건넨 '경주여중 4인방'이 있었다.
제작진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20년 전 경주의 소녀팬들을 어렵게 한자리에 모았다. 2002년 5월 경주의 영상을 건네자 스튜디오는 당시 선수들의 숙소 앞처럼 금세 수다스러워졌다. 교복 아래 빨간티를 껴입고 등교한 기억, 엄마의 눈치를 보며 선수들을 쫓아다녔던 순간, 가게 사장님이 쏜 공짜 콜라를 마시며 선수들을 목 놓아 응원한 기억까지.
당대 그 어떤 수비수도 선수들을 향한 그들의 응원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던 월드컵 최고의 공격수 '경주여중 4인방'. 20년 만에 다시 뭉친 그들이 설렘으로 가득했던 당시 기억을 전한다.
잔치의 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월드컵은 계속됐지만 2002년 월드컵만큼 환상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추억 한가운데 히딩크호의 멀티플레이어 유상철이 있었다.
"그를 떠올리면 특별했던 경기의 한 장면이 떠올라요" 지난 6월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히딩크는 본 다큐멘터리의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다. 오래된 제자 유상철의 묘소 방문. 히딩크는 제작진과 함께 찾은 유상철 선수의 묘소 앞에서 애틋한 인사를 건네며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추억했다.
특히 히딩크는 故 유상철 선수를 떠올릴 때마다 특별했던 한 경기의 장면이 생각난다고 한다. 2001년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 코뼈가 주저앉은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 경기에 뛰고 싶다' 던 그를 떠올리며 히딩크는 먼저 간 제자의 용기 있던 삶에 감사의 꽃다발을 건넨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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