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수렴 없이 추진 ‘늘공’ 등 반발 가능성…보좌진 인건비 50억 원 인상도 여야 한마음
국회 의안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 위해 공동 발의를 받는 중이다. 이 개정안은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3급 상당 보좌직원(별정직국가공무원)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좌관(4급 상당) 2명 중 1명을 3급 상당으로 두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 보좌직원은 총 9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보좌관(4급 상당) 2명, 선임비서관(5급 상당) 2명, 6~9급 비서관 각각 1명씩 총 4명, 인턴비서관 1명으로 구성됐다.
3급 상당 보좌직원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자격 요건 3개 중 1개를 갖춰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자격 요건은 △보좌관(4급 상당) 경력 5년 이상 △비서관(5급 상당) 경력 7년 이상 △3·4급 공무원(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포함) 경력 5년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공공기관 경력 10년이다.
서일준 의원은 “4급 상당 보좌관 설치 당시와 비교하면 보좌관의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정책 기능이 고도화됐음에도 4급 상당의 직위를 유지하는 것은 강화된 보좌관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고, 중앙부처 국장을 상대하는 보좌관의 지위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4급 상당 보좌관 2명 중 1명을 3급 상당으로 두도록 하고, 3급 상당 보좌직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보좌관의 위상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엔 11월 29일 오전 9시 기준 국민의힘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도 “현재 3급 보좌관 신설 전자공동발의를 막 시작했다”며 “많은 의원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공지를 돌렸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국회 보좌직원 8급을 신설한 바 있다. 2017년 11월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회 보좌진에 8급을 신설해서 보좌진 수를 8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후 국회 보좌진 7명 인턴비서관 2명 체제에서 국회 보좌진 8명 인턴비서관 1명 체제로 변경됐다.
예산을 수반하는 국회법을 입법할 땐 기재부에 추계서를 제출하고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좌진 3급을 신설할 경우 세전 연봉은 약 1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4급 상당 보좌관 연봉이 8759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회 인건비 관련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 한 보좌진은 “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참여하면서 기재부를 설득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며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국회 보좌진 3급 신설에 이미 동의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국회가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예산을 늘려야 하는 사안임에도 여론 수렴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뒤를 잇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국회 보좌관이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실·국장(1~3급)급 공무원 수준으로 승진한다. 직업 공무원(늘공) 사이에서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행정고시)에 합격해서 3급으로 승진하기까지 최소 20년 이상 걸리는 반면, 국회에는 30대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보좌관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국장(1~3급)급 출신 한 인사는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12년,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8년 정도 걸린다. 특히 5급에서 4급 승진하는 것이 어렵다. 옛날에는 15년도 걸렸다”며 “‘늘공’과 ‘어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급수만 보자면 ‘늘공’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보좌진과 갈등을 빚었던 국회사무처가 반발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21년 4월 사무처 직원 37명을 늘리는 안건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당시 국보협은 “철밥통 확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행태다. 양심 지켜라”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국회사무처지부는 “국보협에서 ‘공청회도 없는 기습상정’ ‘꼼수상정’ 등 자극적 표현을 쓰며 직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다”며 “보좌관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00명 증원됐고, 3급 보좌관 신설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회 보좌직원이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호봉으로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2022년도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기준에 따르면, △4급 상당(21호봉) 8759만 원 △5급 상당(24호봉) 7763만 원 △6급 상당(11호봉) 5405만 원 △7급 상당(9호봉) 4669만 원 △8급 상당(8호봉) 4094만 원 △9급 상당(7호봉) 3635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4월 26일 국회사무처지부 홈페이지에는 “어느 나라에서 보좌관에 4급 21호봉을 부여하나. 공무원을 평생 해도 90%는 그 직급에 절대 올라갈 수 없다”며 “철밥통 타령하기 전에 그대들이 가진 특혜부터 내려놓는 운동을 시작하라. 보좌관이 600명이니 대충 해도 연간 210억 원 이상 인건비가 절약되겠다”고 보좌진을 비판하는 성명이 게재됐었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국회 운영 예산안 증액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회 예산을 7167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128억 원 늘리는 내용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중 국회 보좌진 인건비가 50억 원 가까이 늘었다. 6급 이하 비서관 호봉을 3단계씩 올려주는데 42억 7000만 원, 의원 차량을 운전하는 직원 수당 증액엔 5억 4000만 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정책 예산’과 ‘이재명 예산’ 등을 놓고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는 여야가 자기들 밥그릇 챙길 땐 한마음으로 협치한 셈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권이 많다. 국회 보좌진도 지금처럼 많으면 정책적인 보좌보단 의원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쓰임이 많아질 것”이라며 “각종 혜택들을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미국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가 채용, 연구소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좌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