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일곱 난쟁이” vs “공은 둥글다”
▲ 삼성라이온즈 응원 모습. 박은숙 기자 |
<삼성>
★어디서=미국령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펼쳤다. 괌에선 체력훈련, 오키나와에선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되찾는데 주력했다.
★무엇에 집중했나=부상예방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전술은 국내 프로팀 가운데 삼성이 최고다. 따라서 부상자 없이 새 시즌을 치르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훈련량과 강도가 다른 팀에 약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성과=삼성은 오키나와에서 치른 일본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5승2무1패를 거뒀다. 압도적 우위였다. 삼성 경기를 지켜본 일본 야구관계자들이 “당장 퍼시픽리그에서 뛰어도 우승을 차지할 전력”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주전 투수와 야수들이 부상 없이 캠프를 치른 것이야말로 최대 성과였다.
★키플레이어=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탈보트는 메이저리그에서 2010년 10승을 거뒀다. 그러나 2011년엔 2승에 그쳤다.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에서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오릭스에선 타율 2할1리, 15홈런, 51타점으로 부진했다. 두 선수가 언제로 돌아가느냐가 변수다.
★비밀병기=투수는 심창민, 야수는 우동균이다. 심창민은 권오준의 대를 이를 사이드암 불펜투수다. 시속 140㎞ 중반대의 속구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인상적이다. 외야수 우동균은 고교시절 ‘제2의 장효조’로 불렸다. 타격 정확성이 뛰어나고 발도 빠르다. 수비 범위도 넓어 공수주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희망=삼성은 7선발 로테이션이 가능한 유일한 팀이다. 선발자원이 넘친다. 권오준, 권혁, 안지만, 오승환이 버틴 막강 불펜진도 그대로다. 여기다 이승엽이 가세하며 팀 타선도 강해졌다. KIA 선동열 감독이 “삼성을 견제할 팀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삼성이 아니면 누가 우승후보겠는가.
★불안=구장 안에선 단점이 없는 팀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구장 밖에서다.
<SK>
★어디서=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했다. 플로리다엔 SK밖에 없었다. 따라서 많은 연습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오키나와에서도 연일 비가 오는 바람에 기대했던 훈련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선수들의 피로도는 다른 구단보다 적었다.
★무엇에 집중했나=선발진 구성에 주력했다. 그도 그럴 게 김광현, 송은범 두 원투펀치는 재활 중이고, 좌완 고효준은 입대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아퀼리노 로페스, 마리오 산티아고 두 외국인 선발투수를 제외하면 선발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도 윤희상, 김태훈, 임치영, 박정배, 이영욱 등 많은 투수를 선발 테스트하며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키플레이어=로페스와 안치용이다. 로페스는 2009년 14승을 거두며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2010년 거듭된 돌출행동으로 팀워크를 깨는 데 앞장섰다. 로페스가 야수의 실책으로 승리가 날아갔을 때도 조용히 벤치로 들어간다면 SK는 팀워크와 성적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안치용은 이 감독이 구상하는 4번 타자다. OPS(출루율+장타율)가 높고, 득점권 타율도 매우 좋다. 그러나 안치용에게 20홈런 이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비밀병기=박종훈이다. 정대현의 계보를 잇는 언더핸드 투수다. 계보만 잇는 게 아니다. 스타일도 비슷하다. 싱커와 커브가 수준급이다. 문제는 제구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박종훈을 가리켜 “제구만 좋아진다면 과거 해태 이강철처럼 특급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투수의 8할은 영원히 제구를 잡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희망=부상에서 신음하던 김강민, 박재상이 살아났다. 김광현, 송은범은 늦어도 5월까지 합류할 예정이다. 노장포수 박경완의 재활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부상자가 돌아오는 대신 새로운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좋은 뉴스다.
★불안=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간은 일주일 만에 진화하지 않았다. 지금의 SK도 그렇다. 전임 감독이 5년 동안 공을 들였다. 선수들은 5년의 세월에 길들여졌다. 풀타임 사령탑 1년차인 이 감독과 얼마나 호흡이 맞느냐가 관건이다.
★어디서=미국령 사이판과 일본 가고시마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사이판에선 신인선수들을 발굴하는데 애썼다. 가고시마에선 두산, 넥센 등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주전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무엇에 집중했나=수비훈련과 전술훈련에 주력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실점을 최소화하는 세련된 수비가 필요하다”며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만큼 ‘한 방’에 의존하는 단순한 타격 패턴도 보다 아기자기하게 바꿀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에서 롯데 수비수들은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펑고를 받았고, 희생번트 및 히트 앤드 런 등 다양한 작전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키플레이어=외국인 선발투수 쉐인 유먼과 홍성흔이다. 유먼은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안정적 제구가 돋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는 미국 독립리그와 타이완리그, 도미니카 윈터리그 등 주로 B급 리그에서 뛰었다. 성격도 다혈질로 소문 나 있다. 이대호를 대신해 4번 타자를 맡을 홍성흔이 얼마만큼의 활약을 하느냐도 관건이다. 만약 투수들이 이대호에게 그랬듯 2사 1, 2루에서 홍성흔을 고의사구로 거른다면 그의 4번 타자 배치는 대성공으로 증명될 것이다.
★비밀병기=신본기다. 올해 동아대를 졸업한 대졸 신인이다. 힘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다. 발도 빠르다.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선수들 사이에서 “기본기”로 불릴 만큼 원체 기본이 탄탄하다. 양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자극제로 신본기를 활용할 방침이다.
★희망=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해마다 잔부상으로 개막전에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몸이 정상이다. 토종 에이스 송승준과 마무리 김사율도 컨디션이 최고다. 전준우와 강민호는 4번 타자를 넘볼 만큼 연습경기에서 장타를 선보였다. 강속구 투수 최대성이 돌아온 것도 호재다.
★불안=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롯데는 ‘단점을 극복하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야구’를 펼쳤다. 시즌 초반보다 중반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했다. 지난해 양 감독도 그런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 기조는 변했다. 단점을 극복하는 야구로 돌아섰다. 캠프 훈련량과 강도도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전으로 회귀했다. 롯데의 변화가 ‘업그레이드’로 드러날지 ‘과거의 답습’으로 그칠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IA>
★어디서=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50일 가까이 훈련했다. 애초 오키나와엔 전용구장이 없어 훈련 차질이 예상됐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이 자신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한 덕분에 오키나와에서도 무리없이 훈련했다.
★무엇에 집중했나=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선 감독은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나서 선수들을 보니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다”며 “이를 개선하려고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 칭찬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선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 “선수들과의 소통에 미온적”이란 평을 들었었다. 그런 선 감독이 선수들의 기를 살릴려고 칭찬 전도사로 변신했다는 건 그만큼 KIA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키플레이어=한기주와 최희섭이다. 선 감독은 투수진의 최대 숙제로 마무리를 꼽는다. 애초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고려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좌완 선발요원 양현종이 어깨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부득이 외국인 선발투수를 영입해야 했다. 한기주가 붙박이 마무리가 된다면 선 감독의 숙제는 쉽사리 해결된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한기주의 마무리 기용이 실패로 끝난다면 숙제는 다음해까지 이어질 것이다.
최희섭은 선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1군 백업요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 감독은 아예 최희섭을 시즌 구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최희섭이 용서를 받는다면 사정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KIA 2군 관계자들은 “최희섭이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한다”고 귀띔했다. 최희섭이 이처럼 훈련에만 올인한 시절이 있었다. 2009년 스프링캠프 때다. 이해 최희섭은 개인 타격성적 전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밀병기=신종길이다. 30세의 신종길을 유망주로 부르는 건 어색하다. 그러나 신종길은 풀타임은 고사하고,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가능성만 엿보였다. 올 시즌 선 감독은 신종길을 2번 타자에 배치하려 한다. “장타력과 도루 능력을 동시에 갖춘 타자‘라는 게 이유다.
★희망=외국인 투수들의 구위가 괜찮다. 에이스 윤석민도 컨디션이 매우 좋다. 나지완과 김상현은 잔부상에서 벗어났고, 김선빈과 안치홍 등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다. 선 감독이 구단에 “선발투수만큼 불펜투수들의 연봉도 신경 써달라”고 요청한 이후 베테랑 불펜투수들은 “이제야 야구할 맛이 난다”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불펜진은 가장 불만이 많은 이들이었다.
★불안=잠재적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다. 성한 선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좌완 심동섭, 양현종이 부상으로 시즌 초 합류가 어려운 것도 악재다. 마무리도 문제다. 선 감독은 한기주, 김진우를 염두하고 있으나 두 선수 모두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그마나 다행은 아스팔트처럼 딱딱했던 광주구장 인조잔디가 올 시즌부터 천연잔디로 바뀐다는 것.
<두산>
★어디서=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를 넘나들었다. 신임 김진욱 감독이 부임하고서 단체훈련량은 다소 줄었으나, 개인훈련량이 많아졌다. 그만큼 선수들의 책임의식도 강해졌다.
★무엇에 집중했나=부상예방이 화두였다. 그리고 부상자의 조기 재활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재활선수 7명을 캠프에 데려왔고, 트레이너도 6명이나 대동했다. 효과는 좋았다. 부상선수들의 재활속도가 70% 이상 빨라졌다. 캠프에서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키플레이어=외국인 마무리 투수 스캇 프록터와 포수 양의지다. 프록터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 양키스의 핵심 불펜요원이었다. 필승계투조로 활동할 만큼 거물이었다. 두산에서도 마무리를 맡을 예정이다. 만약 프록터가 양키스 시절을 재현한다면 두산은 진필중 이후 가장 강력한 마무리를 얻게 될 것이다. 양의지는 타격실력은 검증된 선수다. 그러나 투수리드와 블로킹 등 수비력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포수로서의 능력까지 일취월장한다면 팀 성적도 동반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방망이만 좋은 포수”라는 소릴 듣는다면 두산 투수진까지 흔들릴 것이다.
★유망주=좌완 진야곱이다. 2008년 두산 입단 이후 진야곱은 허리부상으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허리부상에서 완쾌하며 캠프에서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렸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두산은 진야곱이 비밀병기가 되길 바란다. 모 구단 전력분석원은 “진야곱에 관한 자료가 태부족하다”며 “원체 투구폼도 독특해 부상만 없다면 두산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희망=예년과 비해 특별히 개선된 건 없다. 하지만, 특별히 나빠진 것도 없다. 되레 그것이 희망이다. 지난해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 영순위였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돌발사태들이 터지며 팀이 와해됐다. 올 시즌은 지난해 전력 그대로지만, 돌발사태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안=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제2의 김인식”으로 불린다. 선수들을 중심으로 ‘믿음의 야구’를 지향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캠프에서도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법이 없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모 구단 감독은 “초보감독 중엔 자신의 경험부족을 ‘믿음의 야구’로 치장하곤 한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LG>
★어디서=미국 사이판과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렸다. 2000년 들어 LG는 전지훈련 기간과 강도가 가장 강한 구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신임 김기태 감독이 선임되고나선 반대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비활동기간을 철저히 보장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고된 훈련 대신 ‘효과와 집중’을 내세웠다.
★무엇에 집중했나=유망주들을 키우고,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을 조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 감독은 “리빌딩의 정점은 젊은 선수의 육성”이라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팀의 리빌딩을 구현하려고 젊은 선수들을 대거 캠프에 합류시켰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불펜요원 임찬규를 선발로 돌리고, 봉중근을 셋업맨 내지 마무리로 쓰고자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외야수였던 ‘작은’ 이병규에게 1루수 테스트를 시키는 등 김 감독은 ‘보직 파괴’를 통한 팀 전력 극대화를 캠프의 화두로 삼았다.
★키플레이어=야수 정의윤과 투수 봉중근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엔 왼손 강타자가 많은 대신 오른손 강타자가 없다”며 “4번은 오른손 타자에게 맡기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후보는 정의윤이다. 김 감독은 마무리에 대해서도 “선발 야구가 통하려면 뒷문이 단단해야 한다”며 “경험 많고,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를 마무리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주인공은 봉중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도 부인하지 않는다.
★유망주=포수 윤요섭이다. 조인성이 SK로 이적하며 마땅한 주전포수가 없는 LG는 윤요섭이 주전 포수를 꿰차길 바란다. 왼손투수 전문 대타자로 유명한 윤요섭은 타격만큼은 인정을 받아왔다. 그러나 포수로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윤요섭이 LG의 기대대로 수비력를 보강한다면 조인성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희망=‘모래알 팀워크’로 악명을 떨쳤던 LG 팀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후배들이 뭘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선참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팀 규율도 엄해졌다. 모 선수는 “캠프에서 술 한잔도 입에 대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참 선배들이 스스로 엄격한 생활을 한 까닭에 후배 선수들도 일탈행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불안=LG는 소속투수 2명이 경기조작에 연루되며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뜩이나 선발투수가 부족한 LG에서 두 투수의 공백은 크다.
<한화>
★어디서=한화는 전통의 캠프지였던 미국 하와이 대신 애리조나를 선택했다. 2차 캠프지론 일본 오키나와를 지목했다. 한대화 감독은 “애리조나와 오키나와에서 충분히 연습경기를 치르며 컨디션이 조절했다”며 “훈련질로 따지자면 올 시즌 캠프가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무엇에 집중했나=역시 수비다. 지난해 한화는 다 이긴 경기를 야수들의 실책으로 번번이 날렸다. 일본 스포츠방송에서 한화 수비를 ‘진기명기’ 시간에 내보낼 정도였다. 한 감독은 캠프가 시작하기 전부터 “수비력 향상 없이 상위권 도약은 있을 수 없다”며 이른바 ‘지옥의 펑고’를 예고했다. 실제로 한화는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비력 향상을 위해 SK에서 수비코치로 활동했던 일본인 후쿠하라 미네오를 영입했다. 한 감독은 애리조나 캠프 후반에 “팀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키플레이어=1루수 김태균과 투수 박찬호다. 두 선수 모두 일본 무대에서 뛰다가 올 시즌 돌아왔다. 한 감독은 김태균을 타선의 중심으로, 박찬호를 투수진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한 감독은 내심 김태균에게 25홈런, 100타점 이상을 원하고 있다. 덧붙여 박찬호가 선발로 뛴다면 10승 정도를 바라고 있다. 한 감독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밀병기=유창식이다. 지난해 계약금 7억 원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창식은 그러나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어깨부상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여기저기서 “7억 원짜리 1승”이란 비아냥이 쏟아졌다. 올 시즌은 어깨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캠프에서 시속 140㎞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졌고,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제구력이 좋아지며, 한 감독은 유창식을 강력한 선발후보로 지목했다.
★희망=비시즌 기간에 한화는 김태균, 박찬호 두 거물을 영입했다. 전력강화로 치자면 한화를 따라올 팀이 없다. 안승민, 양훈, 김혁민 등 영건들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거포’ 최진행의 성장도 주목할 필요가 없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일본 스카우트들은 최진행을 가리켜 “이대호보다 힘이 좋아 보인다”며 “홈런 40개가 가능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여기다 에이스 류현진의 몸 상태가 역대 최고라는 것도 호재다.
★불안=취약 포지션 강화에 실패했다. 여전히 3루수와 포수는 의문이다. 한 감독은 “타격과 수비를 겸비한 3루수와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난 포수가 절실하다”며 “두 포지션 강화가 여전히 숙제”라고 밝혔다.
<넥센>
★어디서=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에서 50일이 넘는 맹훈련을 펼쳤다. 훈련 분위기는 창단 이래 가장 좋았다. 김시진 감독은 “구단에서 이택근과 김병현을 영입하며, 선수들이 ‘이젠 구단을 믿고, 올해는 한번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엇에 집중했나=선발진과 테이블 세터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 감독은 캠프기간 내내 여러 투수들에게 선발테스트했다. 확실한 10승대 투수를 찾으려는 의도였다. 결국 브랜든 나이트, 앤디 밴 헤켄, 심수창, 문성현, 김수경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테이블세터 역시 다양한 선수를 1, 2번에 배치하며 연습경기를 통해 인재를 찾으려 노력했다. 김 감독은 “장기영과 서건창에게 1, 2번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키플레이어=1번 타자 장기영과 돌아온 ‘핵잠수함’ 투수 김병현이다. 이택근-박병호-유한준-강정호가 포진한 넥센 중심타선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번 타자는 아니다. 지난해 넥센 1번 타자 타율은 2할4푼9리로 LG에 이어 가장 나빴다. 선두 타자가 출루하지 못하니, 득점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장기영이 1루를 밟는 날이 많아질수록 팀 승리도 그만큼 쌓이리라 믿는다. 김병현은 선발과 셋업맨이 동시에 가능한 투수로 꼽힌다. 김 감독은 “확실히 빅리그에서 뛰었던 투수답게 공을 던지는 게 일반투수와는 다르다”며 “몸만 완전히 만들어진다면 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밀병기=2루수 서건창이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서건창은 1타석에만 선 채 지난해 방출됐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넥센에선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타격정확성과 빠른 발로 벌써부터 주전 2루수감이라는 평을 받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기동력 야구를 펼치려면 도루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있어야 한다”며 그 적임자로 서건창을 지목했다.
★희망=지난해까지 넥센은 패배주의에 길들여졌다. 경기 후반 점수 차가 벌어지면 포기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지훈련 동안 벌어진 연습경기에서 넥센은 크게 지고 있어도 기어이 쫓아가는 뚝심을 발휘했다. 늘 선수를 팔기에 급급했던 구단이 이택근, 김병현 등 거물급 선수를 영입한 것도 팀 분위기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불안=외국인 투수 밴 헤켄을 바라보는 야구전문가들의 시각은 일치한다. ‘제2의 번사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밴 헤켄은 번사이드처럼 좌완인데다 속구 구속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도 보이지 않는다. 번사이드는 2010년 10승10패 평균자책 5.34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실패했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