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아름답고 미역귀는 꼬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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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와 어우러진 해오름이 일품인 청사포. |
청사포는 자그마한 포구다. 본래 푸른 뱀이 바다로부터 올라왔다(靑蛇浦)는 뜻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깨끗한 모래가 깔린 포구(淸沙浦)로 불리고 있다. 아무래도 뱀이라는 존재가 상서롭다보니 그 음과 동일한 ‘모래사(沙)’자로 바꾼 것이 아닌가 한다.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죽은 줄 모르고, 갓 시집온 여인이 일 년을 하루 같이 이 포구의 한 소나무(망부송, 현재도 청사포에 꼿꼿이 서 있다) 아래서 눈물로 기다렸다고 한다. 그 정성에 감복해 동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용궁으로 여인을 데려와 회포를 풀게 했단다.
청사포는 달맞이고개 너머에 있다. 이 달맞이고개는 요즘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트레킹코스로도 개발되었다. 와우산 중턱에 있는 길로 15번이나 크게 꺾이며 이어진다고 해서 15곡도라고도 불린다. 약 8㎞가량 길이 이어지는데, 봄이면 주변으로 벚꽃이 만발한다. 이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월출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달맞이고개다. 매월 보름달이 뜰 무렵이면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받으며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달맞이고개에는 추리문학관과 바나나롱갤러리, 운치 좋은 카페 등이 있어서 문화산책을 떠나도 좋다.
청사포는 즐비한 조개구이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곳의 해오름 풍경이 가려지는 것은 공평치 않다. 마을 뒤편 언덕의 해마루라는 정자에 올라 내려다보는 해오름도 좋지만, 청사포의 해오름은 수평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낫다. 두 개의 방파제가 포구를 껴안고 있는데 그 끝에 등대가 하나씩 있다. 이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오름이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가히 그림 같다.
해오름의 시간이 끝난다고 해도 자리를 황급히 떠서는 안 될 일이다. 활발한 포구의 새벽분위기를 즐겨야 한다. 미역하면 역시 기장이다. 그런데 청사포도 만만치 않다. 기장과 거의 면하다시피 한 청사포 앞바다에는 미역 양식장이 메우다시피 하고 있다. 요즘은 미역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새벽같이 미역을 따고 들어와 자루에 담아 공판장으로 넘기거나 다듬어서 덕장에 널어 말린다. 혹여 바쁜 손길에 방해라도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데서 왔노?” 물으며 장미꽃처럼 핀 그 비싼 미역귀를 잘라서 덥석 내준다. “한 번 먹어보래이, 참 꼬시랍다(고소하다).” 청사포는 정이 살아 있는 포구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길잡이: 부울고속도로 해운대송정IC→해운대 방면 31번국도→달맞이길→청사포
▲문의: 부산광역시 관광진흥과 051-888-8254,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문의: 부산광역시 관광진흥과 051-888-8254,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