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여권실세 이름 삐죽삐죽
▲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수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평온하던 협회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09년 7월 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전임 회장은 당시 경부 지부장이었던 김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단독 추대한 셈이었다.
이에 경기도 지역의 지회장 이 씨와 협회의 실장인 신 아무개 씨 등 전직 협회 관계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총회에서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회장을 임의로 임명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다며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고, 김 회장의 당선은 취소됐다. 그리고 법원은 직무대행을 파견해 재선거를 실시케 했다.
하지만 직무대행으로 온 최 아무개 씨가 김 회장과 같은 지역 출신이었던 것이 또다시 문제가 됐다. 전직 협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평소 최 씨의 가족 상황에 대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진행된 회장 재선거에 김 회장은 다시 후보에 나섰고, 압도적인 표차로 다시 회장직에 당선됐다. 공정한 절차에 회원들의 투표로 당선된 마당에 이제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꼼수가 숨어 있었다. 투표는 각 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김 회장 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확인결과 투표 회원의 65%가 경북 구미 출신 회원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김 회장 측 인사들이 몰아주기를 한 셈이었다. 반면 타 지역 회원들의 투표지원 서류는 ‘분실됐다’는 식으로 투표를 방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이 씨와 전직 협회 관계자들은 2011년 3월 서울남부지법에 또 다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 역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회장의 당선을 취소했다. 두 차례에 걸쳐 김 회장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재 협회는 회장이 공석인 상태로 법원이 임명한 직무대리인이 선임돼 있는 상태다.
▲ 지난해 열린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정기총회. 사진출처=협회 홈페이지 |
또 김 회장은 경북지회장 시절 고용보조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협회자금을 유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각 지부마다 다르지만 보통 고용보조금은 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매년 2억 원 정도가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직 관계자는 “김 회장이 평소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A 의원과는 선·후배 관계로 꽤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치인과의 친분을 이용해 입법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직 관계자는 “장애인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김 회장을 찾아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을 통해 A 의원에게 입법 로비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A 의원은 당시 여권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결국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바람대로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은 정부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개정안이 ‘장애 대중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법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은 현 정권 핵심 실세인 B 의원과의 친분도 수시로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김 회장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협회 직원들에게 “B 의원의 도움으로 비례대표를 확정 받았다”는 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이 여직원들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직원들에 대한 김 회장의 상습적인 성추행이 있어 왔고, 피해 여성들이 회장 선거 후 고소했지만 회장의 회유로 고소를 취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회장과 협회 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협회에 소속된 피해 여직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이런 주장에 반박을 하고 나섰다. 성명서에는 오히려 김 회장 반대인사들이 이권을 노리고 협회 여직원들을 이용해 김 회장을 모함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성명서는 현재 이 씨 등 김 회장 반대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김 회장 반대 인사들이 지금까지 협회를 자기 소유인 양 마음대로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김 회장이 와서 자신들을 몰아내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안은 점점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어찌됐든 김 회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직무가 정지됐고, 계속되는 내홍에 장애인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형국이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